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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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해킹/ 단요ㆍ문호진 지음/ 창비





<사교육의 기술자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온 『수능 해킹』을 드디어 만나보았다. 

'사교육 한복판에서 활동해온 사설 모의고사 출제자 소설가 단요와 의사 문호진이 입시 사교육의 작동 원리와 수능의 본질을 낱낱이 밝힌다'는 홍보 문구는 고2 학부모인 나의 가슴에 콱!!! 박혔다. 주저 없이 가제본 서평단 신청을 했고, 감사하게도 일부 내용이 담긴 가제본을 미리 접할 수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역시나 읽는 내내 고구마 100개를 물 없이 먹는 듯 답답함에 몸서리쳐졌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공교육과 사교육 그리고 수능과 입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입장과 질문들이 사교육 현장에서 뛴 출제자들의 글로 명확하게 정리되어 생각 알갱이들이 또르르 정리되고 있다. 아직 읽지 못한 내용들이 품고 있을 거대한 수능과 입시의 세계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수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등 과거와 현재의 수능과 입시를 분석하여 미래의 수능과 입시를 정립해나가는 길에 우리가 가져야 할 관심과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논하고 있다. 









<1부. 1장.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거론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가지는 사회적 위상은 엄청나다. 이번 4월 10일에 치러진 2024 총선 경우, 3월 모의고사 실시일인 3월 28일부터 선거 유세가 시작되어서 관련 뉴스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듣기 평가 시간에 울려 퍼지는 선거 유세 소리는 많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렇듯 수능은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특별한 행사인 것이다. 왜 대학을 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인 '수능'이 절대적인 권위를 지니게 되었는지 아이러니하다.  『수능 해킹』은 이에 대한 의문들을 하나씩 해소해 주고, 변화의 방향을 잡아가도록 인도하고 있다. 



『수능 해킹』은 박제가의  『북학의』 중 한 구절을 서두에 떡하니 제시하여 수능을 '비교육적'이 아니라 '반교육적'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옛날의 시험은 인재를 얻으려는 방법이었지만, 오늘날의 시험은 그 반대다. 어릴 때부터 시험 보는 법만을 가르쳐서 몇 해 내도록 그것만 생각하게 만들면 그 후로는 병을 고칠 수 없다. 운 좋게 시험에 붙으면 그날부로 배운 바를 모두 잊는다. 평생의 정기를 시험에 소진했는데도 정작 그 사람을 쓸 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바로 책 제목인 『수능 해킹』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이다. 저자들은 사고력, 논리력, 추론을 기르기 위한 학습이 아닌 논리 흐름과 접근법, 행동 전략 등을 숙달하게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능 해킹』이라 칭하고 있다. 박제가 실학자가 말한 '시험 보는 법'이 바로 '수능 해킹'이며, 10여 년간 사교육 업계가 해온 일인 것이다. 그리고 수능을 출제·관리하는 평가원이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방식으로 적대적 공생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원의 이런 실용적인 결단을 두고 저자들은 관료 조직이며, 수능 개편 같은 중대 사안을 스스로 결정할 힘은 없으니 정치권이 변화의 의지를 드러내기 전까지 취할 수 있는 최선이라 말한다. 







하지만, 『수능 해킹』을 출간한 본질적인 의미는 사교육계의 수능 해킹과 평가원의 타협적 개입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현상을 해결하고 변화의 의지에 촛불을 붙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수능의 난이도는 기형적으로 상승했고, 서울과 지방의 수능 등급 차이는 역대급으로 커지고, N 수생 비율은 상승세다. 그리고 수능이 추론이 아닌 퍼즐적 사고(목적 없는 추리, 형식만이 존재하는 추리)를 확산시켜 종국에는 사고의 외주화(접근법 자체를 외우게 되면서 주체적인 정신 활동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와닿은 문장들이다.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저자들의 행보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한국의 교육열이, 성취보다는 승리에 그 목적을 두기 때문일 겁니다.(62쪽)

한국 사회의 경쟁 과열을 줄일 묘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죄수의 딜레마지요. 다 함께 경쟁을 멈추자고 합의하더라도, 그 약속을 배반한 누군가는 큰 보상을 얻게 됩니다. 그러니까 다들 필사적으로 달려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거기에 소모되는 에너지의 총량이 고정적이라면, 그 에너지를 유용한 방향으로 돌려보자는 제안은 가능할 것입니다. 수능은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만큼은 자명합니다. 관건은 언제나 '어떻게?'입니다. (91쪽)

개개인의 마음가짐을 탓할 사안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시험의 형식과 요구사항이 잘못된 인식을 유도하고 강제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잘못된 인식은 학습 태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지요. (84쪽)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과열된 입시 제도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열을 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복잡한 마음이다. 사교육을 하지 않다가 고등학교 입학 후 힘들어하는 큰아이를 위해 1학기 기말고사 후부터 학원을 등록해 주었다. 공교육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입시의 관문. 학원을 다니면서 성적이 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기쁘고 대견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둘째 또한 사교육 테두리 밖에 있는 아이다. 그런데 큰아이가 힘겨워하는 것을 보면서 더 빨리 사교육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책에서 거론된 국민의 첨예한 문제의식을 읽으면서 속마음을 들킨 듯 불편하였다. 하지만 분명 이를 넘어서는 변화의 의지가 필요하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동체적 관점에서 좀 더 세심하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일 것이다. 



수능과 입시의 작동 원리를 적절한 사례와 논거를 들어 충분히 설명해 주고 반교육적으로 변형된 수능의 변화를 논의하고자 하는 『수능 해킹』이 과열된 경쟁을 식혀주는 마중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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