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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ㅣ 서사원 일본 소설 2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평점 :
기묘한 민박집/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서사원
괴담, 기이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요괴들이 나오는 글, 만화,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편이다. 미야베 미유키 월드,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나츠메 우인장>,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등 다양한 작품들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가이토 구로스케 작가의 『기묘한 민박집』이 그 궤적을 넓혀주었다.
저주의 눈을 가진 소년과
기묘하지만 다정한 존재들의 기상천외한 이야기
괴담을 좋아하는 이유는 삶을 어루만져 주는 따뜻함과 다정함에 있다. 비록 외양은 흉측하거나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무서울지라도 심성은 고운 요괴들이 있다. 또 악한 요괴라 할지라도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연유를 쫓다 보면 인간의 탐욕과 지나친 욕망에 닿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측은한 마음이 든다. 세상사를 아우르는 어둠과 민낯을 마주할 수 있는 명징한 욕망의 이야기가 '괴담'이라고 생각한다. 신화와 괴담은 종이 앞뒷면 차이처럼 인간을 들여다 보기에 적당한 이야기들이다. 특별한 존재들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신화보다 평범한 우리들의 분투기가 펼쳐지는 괴담이 더 가깝게 다가와 '괴담'을 즐겨 읽게 된다. 그들의 욕망을 마주하고 털어내는 과정을 통해 삶이 좀 더 투명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이번 『기묘한 민박집』은 '사람과 요괴의 구분 없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운영하는 '사람과 요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아야시 민박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아야시'는 '괴이하다'라는 뜻으로, 아야시 민박집을 배경으로 사람과 요괴가 함께하는 기상천외한 모험이 펼쳐진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먼 친척 부부와 함께 지내던 야모리 슈는 친할머니의 부름으로 아야시 장에서 생활하게 된다. 요괴 만화의 일인자인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인 도시에 자리한 관광지 '미즈키 시게루 로드' 중간쯤에 있는 민박집이다.
운치 있는 전통 가옥의 민박집을 상상했던 슈는 허름하고 낡디낡은 2층 목조 가옥 '아야시 장'을 보고 망연자실하고 만다. 더욱이 같이 살자고 청했던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요괴 만화가 하츠코이 키라리 선생님이 자신을 맞아주는 상황에 걱정이 앞선다. 그러던 중 '관계자 및 요괴 외 출입 금지' 경고문이 붙은 철제문을 발견하게 되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기묘한 민박집』은 총 4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요괴들의 이름과 특징, 사연들이 특색 있다. 수많은 요괴들이 머무는 민박집 '아야시 장'답게 다양한 이야기로 마음을 뒤흔든다.
슈의 몸 안에 씐 우엉종, 댄디한 남자가 되고 싶다는 햄스터 코노스케, 어릴 때 죽은 아이의 혼이 들어간 올빼미인 타타리못케 요타, 비를 맞는 자신을 걱정해 준 남자에게 고백하기 위해 연습하는 아메온나 시즈쿠, 주인과 함께 여행하며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살아가는 의미라는 츠쿠모가미 카사바케, 시신을 빼앗아가는 요괴 카샤, 아야시 장의 수호신 이무기 손츠루 등 다채로운 요괴들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람과 시간을 공유한 요괴, 요괴와 시간을 공유한 사람, 그들 모두 살아가는 내내 행복하게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새기는 이야기가 바로 『기묘한 민박집』이다.
할머니가 요괴들이 머무르는 아야시 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야모리 슈에게도 남모르는 비밀이 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슈가 할머니의 제안에 응한 이유이기도 해서 마음이 애잔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생활하는 슈는 자신의 눈을 저주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슈는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해 이유도 모른 채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했다. 그 짐을 이곳 아야시 장에서 생활하면서 주변과 나눠질 수 있게 성장해 나가는 슈를 지켜보며 미소 지었다. 타인과 소통할 수 없었던 슈가 아야시 장에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요괴와도,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모님이 지어준 자신의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마음처럼 세상 속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게 될 슈의 다음 이야기는 한층 더 다정하고 따스할 것이다.
이야기 마무리에 미련 없이 떠나는 스에노 할머니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열심히 뜻한 바대로 살다간 이라 그리고 꿈꾸던 대로 '사람과 요괴가 공존하는 세상'같은 순간을 경험한 이라 빛으로 사라지는 마지막이 긴 여운으로 남았다.
현관 앞 야캉즈루가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서 오십시오. 아야시 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