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낭군가 -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6
태재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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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장르물 소재 중 가장 친숙한 건 '좀비'일 것이다. '워킹데드', '부산행', '킹덤' 등 좀비로 뒤덮인 참혹한 세상을 그린 작품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작품의 수와 영역이 확장되면서 좀비 아포칼립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 또한 다양하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오락을 넘어 인간에 관한 사유와 세태에 대한 성찰을 다루는 각양각색의 글을 접할 수 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가 왜 만들어졌을까?

 


좀비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면서 읽어나가야 하는 의미심장한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은 절박한 추격전으로 긴장감이 고조되어 집중력이 높아지니 재미는 기본이다. 잠 못 이루는 긴 겨울밤,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물은 필수 아이템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에 황금가지 서평단 활동으로 읽은 

 『좀비 낭군가』  역시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작품집이었다.

세계 유일의 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 ZA 문학상 수상작 다운 저력을 뽐내고 있다.

 

 

 

좀비 낭군가/ 제.7,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황금가지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좀비는 시대, 공간,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괴수이자 우리였다. 비슷한 듯 다른 7편 속의 좀비들을 만나고 도망치고 해치우는 사이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피게 되었다.

부정하고픈 현실 앞에서 얼어붙은 채 휩쓸리는 자가 되느냐 아니면 직시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자가 되느냐는 결국 나의 선택이다. 끔찍한 대재앙 앞에서도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인물들의 활약상에 고무되어 나라면? 질문의 답을 찾아 손끝에 힘을 주어 책장을 넘겼다.

 

 

 


 

 

좀비 낭군가 소설집 7편의 소설은

좀비를 상대로 싸우는 이들의 고군분투기(좀비 낭군가, 침출수, 삼시세킬, 화촌, 각시들의 밤)와 좀비가 주인공인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이야기(메탈의 시대, 제발 조금만 천천히)로 나눌 수 있다.

 

 



 

 

표제작인 [좀비 낭군가]는 조선 구전 민요인 <진주낭군가>를 글감으로 탄생하였다. 원 민요와 비슷한 형국으로 진행되다 막판에 발칵 뒤집어진다. 속이 얹힌 듯 답답함이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슝~ 날아가 버렸다.

 

남편은 좀비가 된 것을 힘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왕'이라 칭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한윤이와 매향의 활약은 살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였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내하고 순종해야 했던 여인의 항거였다. 유교의 나라 조선이라 더 크게 다가왔다.

 

 

"사람 잡아먹는 괴물로 사는 것이 행복하십니까?

부인도 얼른 오시오.

이 삶에서는 두렵고 슬픈 것이 없다오. "

 

 

 

[침출수]

한 소녀의 처절한 사투는 '좀비' 사태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외래종 혹은 신종 벌레처럼 악행을 저지르는 이가 자신에게 지분거렸을 때부터. 인간 같지 않은 구더기 벌레가 지엄한 생태계의 결정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을 모른 척했을 뿐인데……

이제 열여섯 살, 한창 배우는 서툰 것 투성일 나이에 도아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비극을 처리하는 해결사를 자초했다. 그 용기와 투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끝까지 붙들고자 애쓰는 그 아이를 통해 살아가는 이유를 나지막이 읊조려볼 수 있었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서 억지로라도 웃을 생각이었다.

……

도아가 이 마을을 떠나면 혼자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사진이라도 찍어서 그 사람 방에 놔주고 싶었다.(p.81)

 

"그래 도아야, 느그 할배 생각해서라도 견디야한다.

가서 응급치료받고 할배한테 전화 디리자, 알았제?"

 

 

 


 

좀비가 된 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삼시세끼를 챙기는 일이 당연지사가 된 보배가 좀비가 된 남편을 위해 '인간을 쇼핑하는 충격적인 결말'을 제시하는 [삼시세킬]과 괴수로 변해버린 소녀가 지켜주는 바다의 풍요를 버리지 못해 신으로 추앙하고 매년 인간 제물을 바치는 끔찍한 섬마을 이야기인 [각시들의 밤]는 이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세상이 좀비 바이러스로 혼란스러워도 '삼시세끼'라는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잘 살고 있다는 괴이스러운 이야기는 좀비 아포칼립스 다운 결말이었다.

태몽처럼 섬을 불태워버린 진홍의 이야기는 보호를 받는다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고, 다수보다는 소수의 희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비극을 뒤엎었다. 풍요로울 수만 있다면 괴수조차 신으로 모시는 인간과 본능에 충실한 좀비 중 누가 더 역하고 끔찍한 것일까.

 

 

 

[화촌]

이 작품집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단편이다. 작가의 참신한 상상력에 경이를 표한다. 휴게소와 화장실 낙서 그리고 터널까지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갖춰진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까지 맛깔나게 버물러 한상 차려놓았다. 아찔한 결말에 한방 제대로 먹었다.

 

 

천 년 전의 당신에게 알린다.

우리들은 모두 다음 세대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지금껏 인류가 해온 일이 바로 그것이겠지만. (p.229)

 

 

 

 

[메탈의 시대]

베이시스트가 좀비로 변해서도 첫 단독 공연을 접지 못해 좀비로 변한 이들 중 밴드 멤버들을 꾸리는 우여곡절이 펼쳐진다. 양심을 지닌 좀비 돌연변이 설정이 참 특색 있다. 생생하게 그려낸 밴드 공연 무대에 작가의 록 스피릿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이 넘치는 완벽한 오늘의 공연은 지켜보는 나에게도 짜릿함 그 자체였다.

 

드디어 메탈의 시대가 돌아왔다.(p.147)

 

 

[제발 조금만 천천히]

신선한 접근이다. '빨리 더 빨리'를 외치는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상당히 획기적이다.

 

 

먼 미래가 아니라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사실이

약간은 마음이 편한 것 같기도 해.(p.251)

 

 

시간을 촘촘하게 나눠서 치열하게 사는 삶. 내일의 성공을 위해 여유와 휴식을 포기하고 열심히 달리는 삶. 그러다 사람들이 속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완인들을 살해한다. 이유도 모른 채 벌어지는 무참한 살육의 현장에서 채하와 지원 그리고 그들이 구해낸 아이 예빈은 큰 깨달음을 얻는다. 좀비의 고정관념을 비틀어버리는 작가의 배포에 큰 박수를 보낸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일까? 좀비는 인간만 공격하는 걸까? 좀비는 본능만 남을까?

좀비가 '왕'이 되고자 하고, 인간에 의해 '신'이 되기도 하고 도리어 일반인을 '좀비'라 부르는 그림을 통해 '좀비'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접근을 시도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인간'을 들여다본 셈으로, '산다' 아니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아포칼립스를 뒤집는 희망의 내일을 그리기 위해 '아침'이 다가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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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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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을 받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표지에 그려진 탐스러운 복숭아는 빅토리아의 장엄한 인생을 나타내는 듯하다. 저절로 손이 나가 매만지고 싶을 만큼 잘 여물었다. 관심과 노력 그리고 시간의 결집된 결과물로 시선이 머무르게 된다.


 

 

삶을 뒤흔드는 인연.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순간 소녀는 험난한 인생의 파도에 몸을 실었다. 이리저리 부딪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소녀는 마침내 두 다리로 우뚝 서 자신이 지나온 물의 흔적을 뒤로 한 채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빅토리아 내시의 서사가 펼쳐진다.

 

 

"어린 시절의 풍경은 우리를 창조한다.

그 풍경이 내어주고 앗아간 모든 것은

이야기가 되어 우리 가슴에 남고,

그렇게 우리라는 존재를 형성한다."

프롤로그, p.14

 

 

광활한 대지에 흐르는 강물처럼 경이로운 그녀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 앞에 펼쳐진다. 단조로운 인생 앞에 나타난 폭풍우로 전혀 달라진 삶을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가는 그녀의 주체적인 태도에 고개를 수그리게 된다. 그저 그녀를 뒤흔드는 상실과 슬픔에 무릎 꿇지 않기를 기도하며 먼저 무너져 내렸던 나는 그녀가 보여준 삶의 의지에, 회복력에 감복하며 따를 뿐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거리에서 만난 낯선 남자. 차별받는 그는 이미 다른 곳에서 도망쳐 나온 상태다. 그런데도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어긋나지 않은, 유연하고 느긋한 그. 윌슨 문을 만난 빅토리아는 순종과 인내로 뭉쳐진 자신 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숲속의 집에서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빅토리아.

험난하고 치열한 사투 끝에 보금자리에 몸을 웅크리고 누운 그녀는 '탄생하고 견디고 시드는 만물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음이 찾아왔다. 혼자가 아닌 그녀는 숲의 심장이 뛰는 소리, 주변의 무수한 생명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같이 호흡하는 소리를 들었다.(p.187,8)

 


 

 

어린 시절 떠나보낸 소중한 가족들 그리고 동생의 손에 잔인하게 죽은 연인에 이어 또 한 번 깊은 상실을 겪는다. 슬픔을 넘어서는 슬픔, 펄펄 끓는 시럽처럼 아주 미세한 틈으로도 스며들어 버리는 슬픔, 그야말로 세상을 바꿔버리는 슬픔이다. (p.209)

 

 

 

자신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지만 아이를 남겨두고 돌아서는 빅토리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찢겨나가는 듯하다. 해마다 찾아가 돌멩이를 놓으면서 답장처럼 놓였던 복숭아의 향기와 촉촉하게 자신을 적셔주었던 그날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을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싶고, 후회를 덜어주고 싶은 마음만 간절해져갔다.

 

 


 

다 잃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마지막 하나.

내시 복숭아. 이를 향한 그녀의 집념은 경이로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응원하며 내시 복숭아의 부활을 간절히 기도하였다.

자연의 품 안에서 살아남고자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온 빅토리아가 보여준 의지는 새로운 대지에 뿌리내려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은 복숭아나무로 발현되었다.

 

 

빅토리아는 친구를 사귀는 데 서툴렀지만 누구보다 멋진 친구들을 만났다. 루비-앨리스 에이커스, 젤다 쿠퍼와의 소통은 그녀의 삶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사람보다 자연이 편했던 소녀에게 사람 간의 정을 나누어준 소중한 이들. 그들의 존재에서 그녀는 세상 속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을 것이다. 가족에서 채울 수 없었던 결핍을 다정한 친구가 메워주면서 스스로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던 소중한 존재 '아들'을 되찾고자 용기 낼 수 있었다. 자신의 뿌리를 몰라 방황하는 가여운 청춘, 루카스와 그의 또 다른 어머니 잉가 테이트 이야기도 시대의 고통을 껴안고 우리를 찾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일어나 용기 내 그들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모든 생물과 조화롭게 주고받으며 소용돌이치며 다음 굽이로 밀고 나아가는 개울처럼 용기와 사랑이 그들에게는 넘쳐흐르니까.

 

 


 

 

 

순종적인 딸 토리에서 운명처럼 만난 '사랑'으로 잠자고 있던 자아를 깨달아 선택하고 행동하는 여자 빅토리아로, 엄마로, 한 사람으로 숨 막히는 대장정이 펼쳐졌다.

이 놀라운 여정을 함께 하면서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슬픔을 감내하며 근원을 갈구하는 강인한 삶의 궤적에 가슴 시리도록 아프면서도 강렬한 떨림을 느꼈다.

빅토리아 내시가 선택한 땅에 마침내 뿌리내리게 한 복숭아나무, 그 사랑과 용기가 내 마음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상실에서 시작된 내시 집안의 분열은 호수 깊은 곳에 봉인되고 이제는 빅토리아의 축복받은 내일이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인연이 닿아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아들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내 아들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자갈이 깔린 물가를 따라 내딛는 우리의 발걸음을

이 땅이 단단히 붙잡아 줄 거라고,

아들도 나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 마지막 장 p.432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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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무녀전 조선의 여탐정들
김이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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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삭 작가의 『한성부, 달 밝은 밤에』 스핀오프 역사추리소설인 『감찰무녀전』이 출간되었다.

 

 

감찰무녀전/ 김이삭 장편소설/ 고즈넉이엔티



 

신기 없는 무녀 '무산'과

귀신 보는 유생 '설랑'과

앞 못 보는 판수 '돌멩'

 

 


'척'하는 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속내만큼은 진국인지라 거역할 수 없는 왕명을 수행하면서 관원들은 듣고도 듣지 않고 보고도 보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지닌 무산과 설랑과 돌멩의 공조가 펼쳐지는 내내 이들의 처지에 가슴 저릿하면서도 두박신 사건 속 평범한 사람들 바로 옆에서 눈을 마주치고, 함께 공감해 줘서 가슴 뭉클하고 고마웠다. 이것이야말로 성심이 아닌 민심을 헤아리는 이들의 활약이 계속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이유리라.

 

 

 

왜 따라왔어.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네가 어찌 될 줄 알고. 네가 어찌 될 줄 알고, 나는 왜…….

- 고생하여 꼴이 험한 설랑을 보고 무산이 속으로 하는 말(p.362)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 자기 대신 다친 설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무산에게 돌멩이 하는 말(p.382)

 

 

 

궁정상궁에 발탁되어 감찰궁녀로 자라온 무산은 서로 의지하며 지내던 의령이 죽은 후,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말았다. 아무도 기리지 않는 한낱 궁녀의 죽음, 홀로 슬퍼하고 홀로 아파해야만 했던 무산은 스스로 궁을 떠나는 선택을 한다. 신병에 걸린 '척' 궁에서 나와 무당골에 자리 잡았다. 바둑돌로 살기 싫어서 궁에서 나왔지만, 신기가 없는 자가 무녀로 살아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그녀 앞에 궁정상궁 '순심'이 나타나 비밀 교지를 전한다. 신기가 없다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되는 무산은 왕명을 수행하기 위해 양반이지만 서자이며 귀신을 보는 '설랑'의 도움을 받는다.

 

 

▷ 감찰궁녀였던 무산에게 내리는 명

두박신에 관한 모든 걸 조사하거라.

맨 처음 퍼뜨린 이는 누구인지, 누가 만든 건 아닌지, 어떻게 퍼진 것인지, 남김없이 말이야.

 

▷▷ 무녀 무산에게 내리는 밀명

두박신이 진짜인지를 조사하거라.

두박신이라는 괴력난신이 진짜인지, 그것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알아보거라.

 

 

무산은 설랑과 돌멩뿐 아니라 사헌부 감찰 김윤오와 전농시 소윤 이보정과 함께 조사를 하게 되는데…… 서로 다른 입장인 그들은 속내를 감춘 채 도성과 경기를 뒤흔든 '두박신'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간다.

 

 


 

 

명령으로만 등장하는 성상은 민심을 사로잡은 '두박신'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살피기보다는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 짓기를 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두박신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고하라 한다. 씁쓸한 맛이 가시지 않는다. 소설의 시작과 끝맺음을 이루는 또 다른 이야기 '왕신'을 모시는 마을에서도 성상과 비슷한 이가 등장한다. 바로 '왕신'을 모시게 하고 금기를 만든 전전 가주이다.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을 보면서 귀신보다 더 무섭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질을 외면한 채 현상을 이용하여 원하는 대로 좌지우지하고자 하는 우매하고도 탐욕스러운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남의 아픔을 모른 척하지 않는 대나무 같은 무산은 왕명에 굴하지 않고, 이 세상에 '두박신'을 만들어내고 퍼뜨리게 된 백성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풀어놓는다. 그도 살고, 상처 입은 이들도 치유받을 수 있다고 믿는, 유일하고도 위험한 일을 벌인다. 든든한 벗 판수 돌멩과 함께.

곧지만 속이 비어 유연한 대나무 무산이기에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매번 노력한다. 이를 알기에 설랑도, 돌멩도, 순심도 그의 곁에 머무르는 것이리라.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리라.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슬픔은 큰 상처가 된다. 그 죽음을 납득할 수 없다면 더더욱. 무산이 의령을 떠나보내지 못한 것처럼, 소란이 미리를 내려놓지 못하는 것처럼, 두박신을 복수의 신으로 만들었던 소녀의 죽음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무산의 이야기는 찬란하다. 희망을 원한으로, 그리움을 분노로 뒤바꾸어버리기 전에 억울한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자 애쓰는 감찰무녀, 바로 우리가 간절히 듣고픈 이야기다.

 

 

* 무산과 설랑, 돌멩의 수사활극 외에도 『감찰무녀전』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점이 또 있다. 김이삭 작가의 탄탄한 사전조사가 뒷받침된 서사가 그렇다. 예로 이보정의 홍패를 보면서 무산의 생각에 대한 출처를 들 수 있다. 이런 배경이 읽는 내내 소소한 재미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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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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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은 오랜 열망이다. 아득히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인간의 발걸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 그곳을 수놓은 듯 반짝이는 별 무리를 보고 설레지 않는 생명체가 있을까. 그 시선은 호기심이 되고, 그 호기심은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도전이 되어 인간은 우주에 닿고자 부단히 꿈꾸는 중이다.

 

이번에 만난 동화집도 그런 이야기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 공간에 대한 본질적인 그리움과 궁금증이 반짝이는 이야기의 형태로 우리를 찾아왔다. 우주를 갈망하는 이들을 위한 노래 <우주의 속삭임>이다.

 

 

 

우주의 속삭임 - 반짝이는 별먼지/ 하신하 저/ 문학동네


 


<우주의 속삭임>은 제24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작이다. 이 책의 저자는 왕성한 활동으로 친숙한 하신하 작가이다. 꾸준히 어린이의 꿈을 응원하는 그가 들려주는 SF동화 5편이 수록되어 있다.

 

가제본 서평단 활동으로 접한 작품은 '반짝이는 별먼지'이다. 할머니와 단둘이 여행자의 집 '별먼지'를 꾸리며 살아가는 '나'가 주인공이다. 건강하던 할머니는 심한 관절염 때문에 휠체어에 의지한 채 생활하게 되고, 집도 이름처럼 찾는 이 없이 먼지만 쌓여간다.

 

"우주 복권의 선물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할머니가 복권이 당첨되었다며 선물을 기다리는 어느 날, 지친 여행자가 '별먼지'에 찾아온다.

 


 

 

'할머니'의 말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더 많이 벌어지는 게 세상"이지만, '나'의 항변처럼 '별먼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신기하다. 고전 동화에서 일어난 기적처럼 뚝딱뚝딱 진행되는 일들이 모두 50년 전 '할머니'의 예측이었다니!

참신한 생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기적을 경험한 우리는 단단한 무언가를 얻은 듯 자연스레 충만한 삶을 그리게 된다. '나'와 '제로'처럼.

 

 

 

 

이 글에 따르면 나도 지구 최고의 복권에 무려 2번이나 당첨된 셈이다. 이 어마 무시한 행운을 누린 나는 '나'와 '제로'가 관리하는 우주 호텔 별먼지에 머무르다 지구 첫 우주 공항에서 오로타 행성행 우주선을 탈 미래를 꿈꿔본다. 꿈꾸는 자에게, 믿는 자에게 꼭 찾아올 약속을, 오늘 밤하늘 반짝이는 무수한 별 어딘가에서 고개를 끄덕일 친구와 할 것이다.

이 책으로 함께 할 동료가 많아질 거라는 느낌에 행복하다. 다른 4편의 동화는 어떤 속삭임일지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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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저학년 학부모입니다 - 입학에서 적응까지 초등 저학년 생활 마스터하기
송유진.최지원 지음 / 청어람M&B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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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이다. 새로운 공간과 단계에 진입하는 아이가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와 긴장이 가장 크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모도 부담을 느낀다. 특히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학보모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제까지 '보육' 환경에서 생활하던 아이가 '교육'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이다. 즐겁고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우리 아이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부모는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준비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흔히 선배맘들의 조언을 참고한다. 하지만 아이들마다 성향과 기질이 다 다르기에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답답하고 불안한 예비 학부모와 저학년 학부모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도서가 바로 여기 있다.

 



 『오늘부터 저학년 학부모입니다』 

- 입학에서 적응까지 초등 저학년 생활 마스터하기

 

오늘부터 저학년 학부모입니다/ 송유진ㆍ최지원 지음/ 청어람 M&B




초등학교에서 1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친 선생님이자 교육심리학을 공부한 이력을 지닌 송유진 저자와 최지원 저자가 이제 막 첫발을 뗀 학생과 학부모님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출간한 뜻깊은 책이다.

 

저자들은 학생의 바른 성장을 바라는 마음은 같은데 자꾸만 깊어져가는 학교와 교사와 학부모 간의 오해를 줄이고자 노력하였다. ('읽기 전에')

저학년 아이들 사례, 교육적인 조언, 실천 팁을 제공하고 있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학교생활 안내서이다. 저자들의 교직 생활과 교사 커뮤니티, 동료 교사의 경험담을 녹여내 어림짐작이 아닌 '오늘의 학교와 교실'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어 학부모들은 실용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궁금할 수 있는 혹은 필요한 내용을 사례와 질문을 통해 환기시킨 후, 교사로서 객관적인 조언을 전한다. 구체적인 실천 팁까지 추가되어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한결 수월하다.

 

이미 두 차례나 경험한 선배 맘으로 주위의 예비 학부모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 저학년 때 고민했던 부분들을 꼭 집어서 명확하게 설명해 줘서 '그때 봤더라면 덜 마음 쓰였을 텐데…,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구나.'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첫아이를 입학시키고 괜스레 소소한 거 하나까지 불안하고 걱정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얼른 주위에 권해야겠다 생각이 커진다. 물론 읽어도 쉽게 가라앉을 불안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미리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간접경험한 경우라면 유연한 마음으로 초등 저학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칭찬부터 갈등까지 아이에 대한 고민이 생겼을 때 누구와 얘기를 나누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상담서를 옆에 두고, 부담 한스푼은 덜고 기대 한스푼은 더한 학교 생활을 시작해 보자.

 

 

 

 


책이 두껍지 않은데 다루는 내용이 알차고 이해하기 쉽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경력으로 쌓인 내공과 지식의 결합이 농축되어 키워드별로 학부모가 유념해야 할 주제를 잘 풀어내고 있다.




<관련 사례 - 선생님 가이드 - 팁>순으로 하나의 주제가 정리되어 있어서 한눈에 쏙 들어온다.


03. 쉬는 시간_ 쉬는 시간에 혼자 책 읽는 아이, 문제가 있는 걸까?

학부모 상담에 '쉬는 시간'에 대한 염려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의 관점에서는 다양한 쉼의 방식이고 일시적인 현상임을 알기에 조금 더 관대하게 바라본다고 한다. 데이터의 축적으로 여유 있는 교사의 조언은 자신의 아이에 집중되어 있는 학부모의 시선을 분산시켜준다. 그리고 여기서 마무리하지 않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경우에 쉬는 시간 메이트를 만들어주는 부모의 개입을 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실천 팁이 이 책의 강점이 아닐까.



 

 

40. 평가_ 생활 통지표의 '잘함'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예전처럼 100점 만점에 몇 점 같은 점수나 석차, 평균이 없는 생활 통지표를 받고 아이의 학습 상태를 가늠하기 힘든 학부모들에게 초등 저학년 수행 평가에 관한 적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혹시 보통, 노력 요함 등으로 낮다면 다른 학생과 비교하지 말고,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채워 가는 '과정 중심의 학습'을 강조한다. 서술형 평가 결과 한 단계 올리는 비법을 더해 학부모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총 62가지의 현실적인 키워드와 질문을 통해 저학년 학부모가 품을 만한 궁금증과 알아야 할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학생의 적응, 학업, 교우, 진로, 학교폭력 등 학생의 성장과 자립에 관한 주제뿐만 아니라 학교 활동 내 학부모 참여에 관한 주제도 잘 정리되어 있다. 학부모 상담, 학부모 총회, 학부모회 활동 등 해야 할 것 같으면서도 망설여지는 사항들에 대해 부모의 속을 들여다본 듯하다. 꼭 참여해야 하나?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들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부터 저학년 학부모입니다』 책은

학교와 학부모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여 학생의 바른 성장을 위해 함께 힘쓸 수 있도록 애쓰는 마음이 엿보이는 책이다. 저학년 학부모와 예비 학부모라면 아이의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참고도서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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