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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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의사/ 유수연 저/ 믹스커피




영화를 보고 다양한 감상을 나눌 수 있는 <믹스커피의 영화관 시리즈> 이번에는 『영화관에 간 의사』이다. 분명 똑같은 영화를 봤는데 '이런 접근이 가능하구나!' 깨닫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 동화 같은 친숙한 이야기를 의사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글을 다양한 창구에서 연재하고 있는 유수연 신경의 전문의다. 이번에는 영화를 의학적 방법으로 분류하여 감상하고 해석하였다. 


일반적인 영화 감상과는 다른 의학적 감상은 아는 영화를 색다른 영화로 변모시킨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물'을 유수연 저자가 찾아주는 듯하다. 영화 속 의학적 정보와 신화 이야기가 영화의 배경과 주제를 더욱더 명확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깜깜한 밤하늘에 쏘아 올린 폭죽처럼 인지하기 전에는 암흑이었던 영역들이 팡팡 화려하고 다채롭게 터지는 느낌이다.



총 21편의 영화를 의학적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지라 공포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관람한 영화들이었다. 그래서 남다른 접근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인상적인 영화 감상 몇 편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좋아하는 배우들이 열연한 <헤어질 결심>은 형사와 살인 용의자 간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 스릴러다. 하지만 신경과 의사이자 신화와 전설 마니아인 유 저자는 '운디네의 저주'라고도 불리는 '호흡 중추 자동능 장애'라는 질환을 재해석한 의학적 작품으로 보았다. 

<운디네의 저주>와 <인어공주> 그리고 <헤어질 결심>으로 이어지는 '호흡 기능 이상'과 '불면증'에 대한 의학적 해석은 다각적 영화 감상에 빠져들게 만든다. 






제임스 건 감독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유수연 저자는 '하이 에볼루셔너리'라는 인물에 의해 개조된 실험체였던 '너구리 로켓의 서사'에 주목했다. '악이 없는 완벽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만행을 나치와 연결 짓는다. 

잔인한 생체실험과 열악한 철창 안에서 살아가는 실험체의 모습에서는 홀로코스트를, 실패작이라고 판단되는 실험체들을 처분하는 모습에서는 장애인 대학살 'T4'작전을 떠올렸다. 

인류사 중 끔찍하고 처참한 비극인 홀로코스트.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인 나치 대학살과 가오갤을 연결시켰다. 그러면서 의학 본연의 가치까지 다루는 해석은 마블사의 오락 영화로 유쾌하고 즐겁게 감상한 기억을 머쓱하게 하였다. 



리처드 글랫저 감독의 영화 <스틸 앨리스>

언어학 교수 앨리스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되면서 생겨나는 변화를 그린 영화이다. 줄리안 무어의 연기가 인상적인 이 이야기를 그리스 신화의 프시케와 연결시켜 설명한다. 앨리스가 세운 약물 과다 복용 방식의 자살 프로젝트 '나비작전'에서 프시케를 거론하였다. 신이 된 프시케가 지니게 된 나비 날개. 이 나비 날개는 영혼을 상징한다. 자신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가족들을 위해 '나비'라는 이름을 지었지 않았을까 유추하는 유 저자의 해석에 공감이 되었다. 하루빨리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원작인 F. 스콧 피츠제럴드 작가의 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과 같이 보면 더 좋은 영화다. 노인으로 태어나 아기로 죽은 벤자민의 일생을 통해 삶과 사랑을 성찰할 수 있다. 유수연 저자는 이 영화에 관한 의학적 접근으로 노화와 조로증 그리고 소아 치매를 들었다. 벤자민이 현대인이라면? 가정하에 전개되는 의학적 설명이 곁들어진다. 그리고 길어진 수명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노화. 벤자민처럼 역행하는 시간이 아니라 순행하는 시간에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충만한 삶을 이야기한다. 



『영화관에 간 의사』

영화는 인간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라 관객 각자의 주파수에 맞춰 공명한다. 나의 주파수에 맞는 영화를 감상하는 일도 충분히 감동스럽다. 하지만 타인의 주파수에 공명한 감상을 통해 더 넓고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면 즐거운 일일 것이다. <믹스커피의 영화관 시리즈>가 그 길을 열어주고 있다. 유수연 의사가 들려주는 영화 독법으로 참신한 영화 감상의 시간을 향유해 보자.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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