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퍼즐
김규아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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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문화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김규아 작가의 그래픽노블 [너와 나의 퍼즐]이 출간되었다. 



너와 나의 퍼즐/ 김규아 만화/ 창비




작품의 배경은 2023년 여름이다. 로봇이 일상화된 시대에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오른팔이 로봇 팔인 5학년 '이은오'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은오 반에 종이봉투를 쓰고 다니는 '김지빈'이 전학 온다. 지빈은 은오의 로봇팔을 '가짜'라며 시비를 걸고, 무례한 말로 상처를 주고, 거짓 소문으로 은오를 따돌린다. 처음에는 수아와 재우가 곁에 있어줬지만, 점점 멀어지게 된다. 학교에서 투명 인간처럼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데……






다들 왜 가만히 있어, 딱 한 마디면 되는데.

"아니야."라고.

한 사람이라도 말해 주면…… 안 돼?

그 말을 하는 건 한순간이면 될 것 같은데.




은오처럼 지빈이는 왜 그럴까?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쉽사리 답을 찾지 못한 채 은오는 지빈과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할머니에게 배우고, 절대 배신하지 않을 친구와 우정을 다지며 단단히 여물어 간다. 그러고 나서야 우리는 종이봉투로 얼굴을 감춘 채 은오를 향해 날선 말을 던지는 '지빈'이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은오는 로봇 팔을 지닌 신체적 아픔을 가진 아이지만, 다정한 할머니의 보살핌과 사랑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자신의 사고로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위해 더 밝게 생활하려 애쓰는 강인한 아이다. 할머니가 은오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울타리가 되어주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지빈이는 마음이 아픈 아이다. 부모님의 잦은 다툼이 엄마를 향한 아빠의 폭력으로 이어지고 결국 아빠는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제대로 풀지 못한 상처와 불안은 가시가 되어 지빈이의 심장에 박혔다. 

닫힌 엄마 방문이 영영 열리지 않을까 봐, 엄마마저 떠나버릴까 봐 마음 졸이는 지빈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떠나버린 아빠를 닮아간다는 말조차 싫은 지빈이는 엄마의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 있다. 울지 않고 그냥 아무 일이 없었던 척 넘어가려는 엄마는 지빈이에게도 씩씩하기를 강요한다.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지빈이를 아프게 한다.










지빈이가 왜 그렇게 은오를 못마땅해했는지 알게 되는 순간 울컥했다. 종이봉투를 쓰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버거운 아이의 눈에 은오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고양이 미소처럼 보였다. 밝고 건강한 은오가 미우면서도 부러웠으리라.








김규아 작가는 아이들의 심리를 절묘하게 그려낸다. 지빈이가 흔들어버린 은오와 친구들의 공간과 관계를 무리 없이 공감할 수 있도록 아이들 각각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반응하는 아이들을 섬세하게 쫓아간다. 








<너와 나의 퍼즐>을 읽는 내내 내 안의 작은 아이가 꿈틀거렸다. 지빈이처럼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못하는 나 또한 꾹꾹 눌러 담아놓은 감정과 상처가 가시가 되어 찌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미성숙한 아이를 깨우는 방법을 은오가 알려주었다. 작은 점. 훌훌 불어 날려버릴 테다. 그리고 절대 배신하지 않을,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사귈 테다. 그렇게 다정한 어른이 되어 나의 사람들을 품어주리라. 



나는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다. 

이은오




은오 심장의 가시를 녹여주는 다정한 사람. 할머니의 말과 결정이 상쾌한 바람이 되어 나에게 긴 호흡으로 남았다. 그리고 은오는 할머니의 결정을 이해해 주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만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은오네를 보면서 건강한 가족 관계를 배웠다.



뜨거운 여름, 거짓된 소문에 휩싸여 혼자가 된 은오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면서 도리어 상처를 주려 했던 친구, 소문 때문에 멀어졌던 친구와 깊은 소통과 교감을 나누게 된다. 슬픈 시간도, 힘겨운 시간도 삶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조각이었다. 알맞은 조각으로 각자 삶을 이루어나가는 너와 나는 세상을 채우는 하나의 완벽한 퍼즐이다. 










찰칵 찰칵 책 속 많은 순간들을 사진으로 찍어 퍼즐을 만들고 한 조각 한 조각 맞춰나가고 싶다. 은오 할머니처럼. 그러면 더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마지막 페이지의 홀가분해 보이는 은오와 지빈이를 많은 이들이 만났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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