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 나를 살리러 떠난 곳에서 환자를 살리며 깨달은 것들
김준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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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살리러 떠난 곳에서 환자를 살리며 깨달은 것들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 구조사/ 김준일 지음/ 한겨레출판




삶은 예측불가다. 상상과 기대만큼 축복스럽지도 않을 수도 있지만 처참한 순간에 빛을 경험하기도 한다. 생과 사 사이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오늘이 마지막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선택하고 행동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정확한 끝은 모르지만,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일은 흔치않다. 세상의 슬픔은, 고통은, 비극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라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최악의 날이 일상인 이들이 있다. 그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묵직하고도 따뜻한 책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 구조사>를 만나 먹먹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감동을 정리해 보려 한다.



김준일 저자는 사무직 회사원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해오다 갑자기 삶의 회의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품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그는 어느 날 파라메딕이 되기로 결심했다. 2년의 짧은 교육 과정 이수와 괜찮은 보수가 직업이라는 이유로. 의료계와 접점이 없던 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종사자의 절대다수가 백인이고 이민 1세대는 거의 없는 '파라메딕'에 호기롭게 도전한 것이다.



억지로 출근하는 날을 뒤로하고 내 방식대로 살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삶, 실패했더라도 패자부활전이 있는 삶을 찾아온 캐나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이민 그리고 파라메딕이 되어 환자들을 살리는 일을 하며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담았다.

그는 수많은 환자들을 구조하면서 죽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죽음 또한 삶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이고, 단순히 열심히가 아니라 진짜 중요한 것들을 잘 챙기며 살아가는 인생을 보여준다.


그의 사유는 진짜 중요하지만 사소하게, 당연하게 여기는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과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인생은 다 같은 골인 지점을 바라보고 달리는 게 아니라, 바라는 방향을 향해 원하는 빠르기로 나아가는 각자의 몫이라는 마음의 여유를 진솔하고 담백하게 전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구조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만 가지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건데도 '파라메딕'이 겪는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에 매몰되었다.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긴장 상태로 활동을 하면서도 그 순간에는 '살리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압도되었다. 동료 파라메딕의 조언처럼 적절한 거리 두기가 절실한 직군이 아닌가 싶다. 저자와 동료 파라메딕들이 현장에서 들려주는 목소리는 어떤 음악보다 슬프고, 아름답고, 웅장하고, 비장했다.



내가 하는 일의 무게란 무엇일까?

어쩌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 나에게 일상이 된 것이며, 죽음보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견뎌내는 일에는 언제쯤 익숙해질 수 있을까? (들어가는 글, p.9)


적어도 이 환자가 살아있는 동안 보게 되는 마지막 사람이 나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에 속으로 안도할 수 있었다. (파라메딕의 다이내믹한 하루, p.37)







책 속에 담긴 여러 사례들이 절박하고 간절한 그 순간을 잘 그리고 있었다. 가정 폭력, 술, 마약, 사고, 질병, 우울증, 자해, 자살 등 수많은 원인으로 파라메딕을 만나게 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내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두렵고 무서웠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다시 현실을 긍정할 수 있게, 감사할 수 있게, 오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은 파라메딕 활동뿐 아니라 '캐나다'라는 나라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를 담고 있다. 간략하게 정리된 캐나다 이민사를 바탕으로 여러 민족들의 적응과 자립, 성장을 살펴볼 수 있었다.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피땀 흘려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세계에 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여길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생각할 수 없어. 둘러보면 내 할아버지가 온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지었던 제방, 아버지가 이웃 사람들과 함께 지었던 마을 회관 건물이 다 보이는데 나도 여기서 뭔가 해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다 여기서 나고 자랐는데 그 추억을 다 버리고 가긴 어딜 가." (소가 웃을 일, p.115)





김준일 저자는 파라메딕으로 일하는 중에 참 괜찮다 싶은 경우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극적인 순간만큼이나 이 직업이 좋을 때가 "도움이 필요하세요?"라는 사소한 한마디를 다른 사람들에게 주저 없이 건넬 수 있을 때이다. (도움이 필요하세요, p.167)



이렇게나 따뜻한 마음을 어찌 오지랖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도리어 '스스로 나서서 남을 돕는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따뜻함으로 다친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지는' 것이라 표현한다. 하늘의 천사를 현실에서 마주한 듯하다.






김준일 저자는 파라메딕으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였다. 한 생명이 활짝 꽃피우는 전성기가 지나고 차차 생명이 사그라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했다. 잘 살 거라 믿었던 환자이기에 더 속상했던 그를 도리어 시한부 환자가 위로하는 광경은 어느 영화 클라이맥스보다 가슴이 미어졌다.



"괜찮아…. 나도 괜찮아질 거고, 너도 괜찮아질 거야…" (나를 비춰주는 환자들, p.189)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힘들었던 저자는 딸아이의 학교 숙제 덕분에 달라졌다고 한다.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을 알아 오기'라는 숙제였다. 캐나다의 교육 현장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면서 쿵! 커다란 한방을 제대로 맞은 순간이었다. 자신을 한 발짝 떨어져 보게 되면서 스스로를 측은해하고 아끼게 되니 마음의 크기가 더 자라나 그동안 품었던 슬프고 힘든 감정까지 모두 안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오늘을 버티고 또 내일을 보내야 가시밭길만이 아닌 꽃길을 볼 수 있다는 그에게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는다.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비춰 보고 배운다는 저자. 나는 그의 따뜻한 마음과 중요한 것들을 챙기며 살아가는 오늘로부터 삶의 가치를 배웠다. 용기 있게 대한민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자기가 정한 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여유를 찾아가고 있는 파라메딕 준이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준 것이다. 우리의 삶은 참으로 경이롭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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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남은 시간 죽음의 디데이
이혜린 지음, 박시현 그림 / 풀빛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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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두렵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죽는지 안다면 달라질까? 죽는 날을 알 수 있다면 아는 게 맞을까? 좋을까?

 

<너에게 남은 시간_죽음의 디데이> 속 이야기를 살펴보면 사람들 반응은 제각각이다. 죽음이 두렵지라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알게 된 이후에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 어차피 언제 죽을지 아니까 마음껏 즐기다 가겠다는 듯 더 방탕하게 사는 사람이 있었다. 나 또한 죽음이 두렵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기에 오늘이 더 값진 하루라 생각하기에 굳이 알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지금은.

 

 

너에게 남은 시간_죽음의 디데이/ 이혜린 저/ 풀빛



 

"어느 날… 나에게 너의 죽음이 보였다."

 

 

이 책의 주인공 담이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가지게 된 특별한 능력 - 죽음의 디데이 - 을 지니게 된다. 관계 맺은 사람들 머리 위로 뜬 초록색 링 안에 새겨진 선명한 숫자, 바로 죽음의 디데이를 볼 수 있다. 대단한 초능력 같지만 볼 수만 있을 뿐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담이는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친구 동우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커다란 상실감과 자책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던 - 어느 누가 이겨낼 수 있을까? - 담이는 스스로 관계를 끊어버린다.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되어 타인과의 교류를 단절한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털보 아저씨와 소미소를 만나게 되면서 차츰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담이는 자신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존재, 같은 고통과 좌절을 겪은 존재, 하지만 다시 일어나 나름의 살아가는 의미를 찾은 털보 아저씨를 만나 안정을 되찾고 여물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찡하면서 뭉클했다. 살아가면서 가족만큼 친구, 동지, 어른이 주는 안정감과 소속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담이는 소중한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를 품고 산다. 그래서 다가오는 이들을 밀어냈지만 '소미소'라는 강적을 만나 예상치 못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남들의 죽음의 디데이를 곁에 두고 살면서 굳게 잠가두어야만 했던 감정들이 다시 온몸을 타고 흐른다. 사람의 온기가 지닌 힘이 아닐까 싶다. 그제야 17살, 제 나이처럼 보였다.

 

이렇게 몽글몽글한 이야기가 진행되다 위기가 찾아오고, 이야기는 반전을 품고 있었다. 이 반전은 해일처럼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담이는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다. 털보 아저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담이는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삶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살아있으니까 산다. 대신 우리는 매일 살아가는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 지키려 고군분투한다. 그러다 간혹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하기도, 만나기도, 보기도 한다.

큰 아픔 뒤 생긴 특별한 능력을 다시 남을 위해 사용하는, 다정하고 단단한 심성을 지닌 담이와 털보 아저씨 같은 이들 덕분에 세상의 온기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우리는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자책하기도 하고, 세상을 원망하기도 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가거나 자살하기도 한다. 하지만 <너에게 남은 시간_죽음의 디데이>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어두운 터널 속에 머무르지 않고 끝끝내 빛을 마주하고자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도록 살아간다. 의지를 가지고 단단히 여물어가는 인물들 뒤로 삶을, 자신을 사랑하는, 웃는 우리가 겹쳐 보였다. 사람 때문에 아팠지만, 사람 덕분에 다시 웃을 수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언제 죽을지 알면, 그전에 꼭 해 보고 싶은 일 있어요?"라는 담이의 질문에 답한 할머니의 말씀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이렇게 너랑 같이 앉아서 오순도순 밥 먹는 거. 우리 담이 잘 크는 모습 지켜보는 거."

"에이, 별 거 없네요."

"인생은 원래 별 게 없단다."

"근데, 사람이라는 게 또 그 별 거 없는 것들 때문에 살아지는 거야. 나를 살게 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생기니까."

 

삶과 죽음 그리고 살아가는 의미를 풍미 가득한 빵 내음과 함께 풋풋하고 싱그러운 십 대 감성으로 풀어낸 <너에게 남은 시간_죽음의 디데이>

풀빛의 첫 번째 청소년 소설 대본집으로 만나 뜻깊게 다가왔다.

 

 

100자 감상평 *

담이와 미소, 털보 아저씨를 만나 삶의 의미에 대해 사유할 수 있었습니다. 유한한 삶의 끝을 미리 안다는 게 오히려 고통이 되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남을 위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 이들의 의지가, 마음이 삭막한 이 시대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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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 선생과 우주 문지아이들 176
김울림 지음, 소복이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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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동심에 좋은 울림을 주는 작가'이고픈 김울림 작가의 첫 책 <고타 선생과 우주>를 읽고 새삼 느꼈어요. <고타 선생과 우주> 전하는 좋은 울림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인 저에게도 전해졌으니까요.

 

 

 

고타 선생과 우주/ 김울림 글/ 소복이 그림/ 문학과지성사


 

<고타 선생과 우주>는 여러 관점에서 자극이 되는 동화네요. 착한 아들인 우주, 초심을 잃고 고리타분한 존재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최고 분재사 고타 선생, 아들을 다 안다고 착각하고 본인들이 결론 내리는 우주 부모님. 같은 상황에서 제각각 펼쳐지는 다른 생각과 행동을 통해 동화 속 등장인물들을 마주하는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우주라면 저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우주 부모님이 어떤 반응을 보였으면 좋았을 것 같아?

네가 고타 선생님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아이와 함께 읽으면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야기네요.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라면 충분히 감정이입하면서 재밌게 읽을 거예요.

 


 


 


우주는 자신만 아는 '고타 선생의 비밀'로 점점 밝게 빛납니다. 별처럼! 그리고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해내가는 과정이 뭉클하고 뿌듯하게 그려집니다. 정해진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려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우주는 눈부셨어요. 그렇게 밝게 빛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결국 우주는 고타 선생을 위해 큰 결심을 하게 된답니다. '진짜 마음'을 담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보여주죠. 우주가 반려동물을 바랐던 작은 마음을 뛰어넘어 자신이 품고 있는 '진짜 마음'을 부모님께 말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했어요. 마음이 찌르르~ 저렸답니다.


 

 

 


<고타 선생과 우주>

착한 아들 프레임에 갇혀 진짜 마음을 숨겨야 했던, 자신이 점점 작아져 중요한 것들이 사라지는 것만 같아 답답했던 우주가 원리 원칙을 지키며 사는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 빠져 타인과 교감하지 않고 지내던 고타 선생과의 특별한 인연을 계기로 '각성'하게 되는 성장 동화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잊어버린 혹은 흐릿해진 꿈, 바람, 믿음, 용기, 사랑, 별, 파랑 이런 것들… 그보다, 뭔가 할 수 있는 기분 같은 것이 가득 차오르는 이들이 많아질 것 같아 행복합니다.

'사랑한다'라는 이유로 자녀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우를 범하는 부모, 결과와 성과에 취해 소중한 사람과 가치를 무시하고 외면하고 살아온 이,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기 싫어 진짜 마음을 꺼내 보이지 못하는 마음 약한 아이… 이들이 '가짜'를 버리고 '진짜'로 살아가기 위해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고 소통해나가도록 <고타 선생과 우주>가 의미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으니까요.

고타 선생과 우주가 찾은 '진짜'가 전해주는 감동이 깊은 울림이 되어 마음속에 따뜻한 기운이 차오르네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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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과학 이야기 - <메종드사이언스>의 인스타툰으로 이해하는 과학 세상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이송교 지음 / 북스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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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는 주로 '역사' 위주로 출간되었는데 이번에는 '과학' 영역으로 발간되었네요.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과학이야기>는 인스타그램에서 과학툰과 일상툰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메종드사이언스> 이송교 저자가 지은이랍니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과학이야기/ 이송교 지음/ 북스고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8컷 과학 인스타툰으로 핵심 내용을 명확하게, 단순하게, 재밌게 전달하고 있는 그이기에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과학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당연한지도 모르겠네요.

 

핫핑크로 시선 강탈하는 책표지를 넘겨보면 작가의 말인 프롤로그가 나옵니다. 이송교 저자는 핵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 월간지 <BBC사이언스>의 편집장을 지낸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다양한 과학 기사를 감수하고 칼럼을 쓰게 되면서 물리학 외의 다른 과학 분야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대학생 시절부터 꿈꿨던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마음을 먹습니다.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쉽고 가볍게 풀어내고자 시작한 <메종드사이언스> 과학 인스타툰이 결실을 맺어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과학이야기>로 출간되었습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각각의 소주제에 해당하는 인스타툰 + 글이 조합된 구성입니다. 작가의 말처럼 여러 과학 분야가 한데 모인 퀼트 이불 같은, 매력적인 과학 입문서입니다. 8컷 만화로 봤을 때는 '오호~' 싶었던 내용들이 글을 만나 '아하~'로 흡수됩니다. 그리고 진짜 신기하게도 글 안의 내용이 만화 안에 함축적으로 다 담겨 있답니다. 만화로 호기심을 자극하고(진짜? 진짜??) 글로 쉽고 친절하게 풀이해 주니(진짜! 진짜!!) 과학적 접근이 순차적으로 가능해집니다.

 


'우주'와 '뇌와 마음', '생명'과 '기후'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점진적으로 확장됩니다. 최신 과학 정보와 좀 더 심화된 내용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어서 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알듯 모를 듯 개념이 흐렸던 내용은 다시 한번 정리해 주고, 현 과학계의 이슈도 전하고 있어서 흡입력 있는 과학 입문서입니다.

 

 



 

이 책의 강점은

1. 그래프와 도표, 그림을 통한 도식화

2. 개념에 대한 친절하고 쉬운 풀이

3. 융합적인 과학적 정리와 사고

입니다.

 


 

 


'우주' 발생에 대해서는 고1 아이의 과학 책에서 봤던 내용이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개념 정리를 했답니다.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과학 이론과 개념을 풀어줘서 더 집중해서 읽어나갔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우주 발생에 관한 이론, 종말에 관한 이론,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등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신비로운 우주를 향한 과학계의 다채로운 가설과 계획들을 정리해 줍니다. 우주 발사체 나로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 달 엘리베이터까지 최신 정보를 담고 있답니다.

 


 

 


'뇌와 마음'편에서는 '수면의 뇌과학' 내용과 '환원과 창발' 내용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시각 껍질이 시각 정보 처리 대신 다른 정보를 처리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가 꿈을 꾼다는 사실, 정말 놀라웠어요. 뇌의 가소성과 꿈을 연관 지은 재밌는 이야기였습니다.

환원주의는 과학에서 중요한 개념이지만 반대 개념인 '창발'도 유념해야 하는 뇌과학의 특징을 '레고'를 활용하여 풀이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생명' 편에서는 '미시간호를 습격한 괴물' 이야기가 신선했어요. 자연에 대한 '통제'와 자연에 대한 '통제를 통제'하려는 인간을 보여주면서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를 환기시켜주더군요. 한 종일 뿐인 인간이 생태계에 너무 깊숙이 개입한 오늘날, 우리 인간은 지구를 위해, 인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현 상태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또 다른 개입(태양 지구공학) 등 생각거리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편에서는 코로나, 온실기체, 배양육, 지구를 지키는 바다, 플라스틱 등 현실의 위기 상황과 원인, 대처 방안을 살피고 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졌네요.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라는 이송교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표합니다.

 


과학으로 소통하는 세상,

과학으로 오늘날 우리의 지구를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반성과 불안을 품고 또 다른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우리의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걸 알려주는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과학이야기>, 다 같이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겠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과학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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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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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서 있는 사람이고 사람은 걸어 다니는 나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글·사진/ 한겨레출판


 


나무처럼 살고 싶은 사진사가 찍은 나무 사진들에 흠뻑 담긴 마음은 보는 이들에게 절로 전해진다. 작가는 글로, 화가는 그림으로 표현하듯 사진사는 사진으로 표현한다. '사진으로 그린다'라는 자세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사진사 강재훈, 그의 사진에는 그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어 우리는 감각적으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그의 사진이 전하는 감동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다. 나무를 찍은 그 사진 안에는 한자리에서 무던히 버텨낸 나무의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눈길이 절로 간다. 거기에 강재훈 작가의 추억이 더해지니 마음이 반응한다.

 

 


 


왜 나무를 찍게 되었는지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꺼내어놓은 그가 그리는 나무 사진은 도시의 단절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그리움과 이어짐'을 일깨워준다. 자연의 일부분임을 쉽게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에게 나무는 일상에서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이다. 사시사철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 나무를 그저 나무로 바라본 나에게 강재훈 사진사는 기꺼이 그가 교류한 나무와의 추억들을 나눠주고 있다. 말 없는 나무가 보여주는 베풂과 배려에 감복하고 위로받으며 함께 걸어온 긴 시간을 사진으로 그리고 글로 정리해 주었다.

 

'나무'를 통해 세상과 자연과 마음을 살피는 글을 읽고 있노라니 절로 평온해진다. 그는 여정 중 마주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와의 인연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 그런 진중하고 진심 어린 자세 덕분에 우리는 그 나무의 이야기에 이 순간 귀 기울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나무를 매개로 확장된 저자의 사유는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간다.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에세이집은 강재훈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역사, 사회, 기후 위기까지 다양한 범주로 나아간다. 나무와 대화하며 일궈나간 생각은 온기를 품은 글과 나무 사진으로 우리에게 깊숙이 안착한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의 진동분교 오가는 길에서 반겨주던 파수 나무의 마지막 그루터기 사진,

몇 해째 나뭇잎을 달지 못하는, 바늘 같은 우듬지 사진,

농간 부리는 이들을 배척하는 배롱나무꽃 사진,

김홍도의 <세한도>같은 나무 사진,

수관 기피로 동반 성장해가는 배려 깊은 나무 사진,

다 함께 잘 사는 마을을 바라는 버팀목, 당산나무 사진,

온몸으로 철망을 품은 나무,

단종의 울음을 곁에서 보고 들어준 관음송 나무.

 

 


그의 사진기를 거쳐 우리에게 닿기까지 수없이 나누었을 그들만의 대화를 상상해 보면 마음이 뜨거워진다. 움직일 수 없으나 이미 많은 것을 베풀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움직이면서 이미 많은 것을 차지한 인간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서로의 생장을 방해하지 않고 같이 자라고자 하는 수줍은 나무들의 이야기에 한 번의 부끄러움을, 스포츠 대회나 도로 등 인간의 활동이 자연을 무참히 훼손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 사실에 또다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라나는 것을 가로막은 철망을 온몸으로 감싸 안고 성장하는 나무, 죽은 나무인 줄 알았건만 움싹이 돋는 나무,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를 보며 강재훈 저자가 전하고픈 경이로움에 빠져들고 있다.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에세이집을 읽고 오갔던 명절 나들이길에 유독 나무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 이제 서서히 겨울은 가고 봄이 오는 듯하다. 강재훈 저자처럼 카메라를 메고 떠나지는 못하겠지만, 동네 곳곳에서 만나는 나무들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바라보고 대할 거다. 나랑 친구 할래요? 나무님.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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