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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앙드레 풀랭 지음, 소피 카슨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11월
평점 :
세상의 불의를 모른 척한 이의 최후는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독일의 목사이자 신학자인 마르틴 니묄러가 지은 《그들이 처음 왔을 때…》 시가 적절할 듯하다.
이 시를 바탕으로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도서출판 한울림의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이다.
앙드레 풀랭 작가의 글과 소피 카슨 작가의 그림으로 세상에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질문과 답을 전하고 있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앙드레 풀랭 글·소피 카슨 그림/ 한울림어린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불러온 무관심과 침묵이 세상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를 담고 있다. 글의 화자로 등장하는 강아지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진실을 마주할 독자를 향해 우려 섞인 말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할아버지가 하지 않았던 일들로 벌어진 비극을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한다. 성별, 국적, 나이, 인종, 문화, 종교, 기호, 취향 등이 다른 존재들이 제각기 자신이 바라는 삶을 꿈꾸며 이루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정답인 양 쭉 뻗은 길이 아닌 여러 방향으로 뻗은 길을 원할 때 원하는 만큼 걸어갈 자유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림책 속 '그들'처럼 통제하고 억압하는 집단, 세력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움직임에 방관하거나 침묵하거나 외면하면 어떤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는지 그림책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은 적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처음에는 무심히 지켜보던 할아버지였다. 잡혀가는 존재에 대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겁이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도 잡혀갔다. 마치 줄지어 가던 사람들이 뒤에서 한 명씩 한 명씩 사라지는 것처럼 조여오는 공포가 심장을 오그라들게 했다.
그림책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을 노래한다. 우리는 손에 손을 붙잡아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옳지 않은 일에 용기를 내어 당당히 맞설 수 있다.
"우리 서로 굳게 잡은 손, 그게 바로 희망이야."
그림책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은 인종차별, 식민주의, 종교 박해, 동성애 혐오, 약탈 등 옳지 않은 일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더 먹먹한 울림을 선사한다. 어린이 도서로 출간되었지만, 누구나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진정성 가득한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