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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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한겨레출판



'신여성'에 대한 선망 그리고 <신여성> 잡지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는 예상을 초월하는 매운맛을 선사했다.



대중 여성잡지의 시원, <신여성> 발간 100주년을 맞이해 2005년에 출간되었던 [신여성 - 매체로 본 근대 여성 풍속사]를 개정하여 재출간하였다. 개정판은 100년 전 신여성을 통해 동시대 여성에게 말을 걸고자 무거운 학술지 분위기를 덜어내고 친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20년 전 그대로 오늘도 같은 고민을 한다.




"편재한 남성적 시선 속에서 분투한 

100년 전 신여성의 통증을 지금의 일상 안에서 

어떻게 승화시켜야 하는지 말이다."





근대잡지 <신여성>를 강독하기 위해 '연구공간 수유+너머'에 모여 연구한 필자들은 거리(밖)로 나온 신여성의 등장에서부터 집(안)으로 들어간 증발까지 쫓는다. 









모던걸의 등장 - 신여성 수난사 - 여학생의 탄생 - 대중문화의 첨병 - 은밀한, 그리고 폭로된 성 - 과학적 어머니 - 슈퍼우먼의 탄생 순으로 신여성의 등장과 활보 그리고 퇴장까지 살펴보았다. 그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 이해를 근대잡지 <신여성>을 통해 둘러보았다. 




'모던걸'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몇 명 있다. 윤심덕, 나혜석, 최승희. 당대 남성 지식인들처럼 교육을 받고 새로운 사상을 접한 여성 지식인들인 그들에게 세상은 한없이 좁고 답답했다. 친숙한 이들뿐 아니라 1920~1930년대 경성을 매료시킨 신여성 이야기를 기대했건만, 생각보다 세상의 잣대는 편협하고 치졸했다. 읽는 내내 답답한 기분이었다. 단순히 100년 전 시대에 한한 영역이 아니어서 더 그랬다. 여성이 사회적ㆍ경제적 주체가 된다는 게 얼마나 커다란 난관을 넘어서야 하는 일인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래서 10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현재에도 여성들이 분투를 멈추지 못하는 것일 테다. 









근대잡지 <신여성>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요지경이다. 우선 필진들의 구성부터 충격적이다. 당연히 신여성의 목소리가 다수일 거라 생각한 우를 무참히 부숴버렸다. 다수의 남성으로 구성된 주요 필진은 <신여성>의 성격이 여성 '주체'의 잡지가 아닌 여성 '대상'의 계몽 잡지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남성 중심의 <신여성> 잡지에서 신여성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 남성이 경멸하고 질시하는 신여성을 대상으로 계몽하고자 쓴 글이 도리어 신여성의 욕망, 어법, 삶의 양식을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역 읽기를 통해 저자들은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고자 밖으로 뛰쳐나온 '신여성'을 오늘날 우리 곁으로 소환하였다. 덧붙이는 글을 통해 100년 전 신여성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신여성을 두려워해 <신여성> 잡지를 통해 계몽하고자 했던, 동등한 사회의 일군으로,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던 남성들의 기득권과 모순을 열거하였다. 통탄스러운 시간들이 펼쳐졌지만, 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답을 찾고자 끊임없이 분투하는 이들의 걸음과 목소리에 반응하듯 새로운 발걸음과 목소리가 힘을 보탤 거라 믿는다.



한겨레 하니포터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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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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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 최광용 저/ 한겨레출판


색다른 요리를 한 번씩 하는지라 향신료에 관심이 많다. 카시아, 시나몬, 통후추, 팔각, 강황가루, 페퍼론치노, 바질, 오레가노, 파슬리 등 여러 재료들을 구비해놓고 사용하고 있다. 제각각 맛과 향으로 풍미를 더해주는 향신료는 음식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높여준다. 하지만 향신료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항해 시대의 이권 다툼은 엄청난 충격이자 커다란 아픔으로 다가온다. 향신료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건 기나긴 항해를 떠날 뿐만 아니라, 방해되는 다른 이들을 가차 없이 해하는 모험과 탐욕이 뒤범벅된 이 역사는 세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한겨레 출판사에서 이번에 출판된 『향신료 전쟁』의 저자는 독립 연구자 최광용 씨다. 

직업상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던 그는 특히 유럽,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지낼 때 현지인들과 교류하면서 그곳의 역사와 문화, 미식과 향신료에 큰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독학을 하면서 흠뻑 빠진 향신료의 역사와 매력을 공유하고자 집필하였다고 한다.

서적과 자료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현지인들과의 교류하며 직접 보고 들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녹여낸 글이라 가독성이 높다. 











친숙해진 식재료인 향신료에 얽힌 인간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향신료를 선점하기 위한, 유럽 열강들의 미지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 모험심 그리고 끝이 없는 탐욕과 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잔인하고 부끄러운 민낯은 동남아시아 원주민들에게는 재앙이 되었다. 배를 타고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들은 처음에는 앞다투어 향신료를 원했고, 서로 다투더니 나중에는 무참히 살육과 약탈을 저질렀다. 그 참혹함에 우리 한반도에서 발생한 러ㆍ일 전쟁이 떠올랐다. 제국주의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이름 없는 존재들의 무게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후추 ·정향 ·육두구를 향한 유럽의 열망은 큰 변화를 일으켰다. 광활한 바다를 탐험하게 만들고,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만들었다. 그 자본과 기술과 경험이 쌓여 세계가 연결되게 되었다. 맛을 향한 욕망이, 부를 탐하는 야욕이 세계를 하나로 만든 것이다.








향신료의 매력에 빠진 일반인이 독학하여 대항해 시대 제국주의 국가들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사를 이토록 예리하게 서술한 점이 흥미롭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네덜란드와 영국으로 패권이 이동하는 소용돌이를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잔혹 무도는 활자를 뛰어넘어 온몸에 소름 돋게 만들었다. 

여러 모험가들이 나왔지만, 역사의 평가 앞에 고개를 떳떳이 들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영국의 너새니얼 코트호프와 네덜란드의 얀 쿤이 기억에 크게 남는다. 동일한 목적의 두 이방인이 이토록 선명하게 극과 극을 이룰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이제는 여러 곳에서 향신료들이 재배되고 있다. 열강들이 독점하던 시절보다 교역·문화·음식 교류들이 활발해진 오늘날, 향신료의 매력과 역사를 한데 엮은 『향신료 전쟁』을 통해 맛을 음미하는 데 그치지 않게 되었다. 잔혹한 학살로 원주민 대부분이 사라지고 이주민들이 자리 잡은 그 옛날 향신료의 땅을 기억할 것이다. 



한겨레 하니포터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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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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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 스티븐 킹 지음/ 황금가지




스티븐 킹이 보여주는 상상 초월의 악. 그 악의 실체를 마주하는 순간 누구나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우리가 판단을 내리는데 영향을 끼치는 외부 조건이 얼마나 큰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지 절실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이들이 범인이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기준을 벗어난 '악'은 소설 초반부터 존재를 드러낸다. 스티븐 킹 작가의 과감한 이 설정은 범인 자체보다 범행의 원인이 이 소설의 큰 줄기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미 범인을 알고 사건을 쫓는 독자들조차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스토리텔링. 그 강렬한 흡인력에 홀려 홀리 기브니의 각개전투를 지켜보게 된다. 스티븐 킹의 매력 넘치는 캐릭터 빌 호지스가 죽음을 맞이한 이후, 파인더스 키퍼스 탐정 사무소 책임자가 된 '홀리 기브니'는 이번 사건에서는 주변 여러 사정으로 홀로 고군분투한다. 홀리가 지닌 매력과 능력이 단연 돋보였다.

소설 속 현재 2021년 7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사회·인종·정치 갈등을 고조시켜 이야기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록다운이 시행될 정도의 팬데믹에 제각각 반응하고 대처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득한 과거 같으면서도 다시 급등하고 있는 코로나 발생률을 떠올리게 해 착잡했다.

코로나에 대한 극명한 이견 속에서 홀리의 파트너 피터 헌틀리는 입원하고, 어머니 샬럿 기브니는 죽었다.

코로나에게 가까운 이들을 잠식당한 홀리에게 사라진 딸 보니 레이 달을 찾아달라는 어머니의 의뢰가 들어온다. 상중이었으나 의뢰를 받아들인 홀리는 의뢰인 퍼넬러피 달에게서 평생 벗어나고 싶어 했던 어머니 샬럿 기브니를 보았다.

홀리는 이 사건 수사를 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과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한 샬럿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짚어보았다. 사랑과 집착 그리고 소유욕이 뒤섞인 샬럿의 거짓말은 홀리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앨런이 그 사람들에게는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였으니까요."



보니의 실종사건 수사는 또 다른 실종자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뚜렷한 연결점들은 없지만 연쇄살인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홀리는 일반적인 연쇄살인의 규칙성이 보이지 않는 이 실종사건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윽고 80대 노부부에게로 다다르게 된다. 벨 대학의 명예교수인 로드니 해리스와 에밀리 해리스. 이들은 과연 레드뱅크의 살인마와 무슨 관계일까?


가끔 세상이 동아줄을 던져 줄 때도 있다.





소설은 기존 사건이 등장인물들에게 남긴 트라우마, 상처들을 보여준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을 경험한 이들이 감내하고 있는 고통과 공포를 마주하게 했다. 마치 이보다 더 끔찍한 악은 없을 거라는 듯이.

하지만 <Holly>의 악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다. 범인부터 범행 수법 그리고 범행 이유까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스티븐 킹만의 저력을 뽐낸다. 평범하면서도 기이한, 순수한 악을 노련하게 그려내어 인간의 뒤틀린 내면으로 궁극의 경악으로 우리를 몰아붙였다.





"포유류는 모두 자기 종족을 잡아먹어.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만 그걸 한심하게 터부시하지.

널리 알려진 온갖 의학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니 달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제롬과 바버라 남매의 이야기는 내일을 향한 희망을 꿈꾸게 한다. 그리고 실종자들을 찾으려 하고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사건을 풀 수 있었다.

세상에는 이런 끔찍한 악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끝이 없는 악에 맞서 싸우는 홀리가 있다. 이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다시금 뛰게 만든다.




"여보세요, 홀리 기브니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Holly>가 선사한 공포와 흥분, 모순되는 두 감정으로 심장이 요동치고 있건만, 홀리 기브니의 또 다른 활약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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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 폐 끼치는 게 두려운 사람을 위한 자기 허용 심리학
이지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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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하니포터 9기 활동이 8월부터 시작이다. 첫 번째로 수령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이지안 지음/ 한겨레출판








<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폐 끼치는 게 두려운 사람을 위한 자기 허용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 


"착하다." 관계 속에서 이 말을 가장 많이 듣는 나는 책 소개를 접했을 때 '나를 위한 책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생각처럼 책 곳곳에서 수많은 과거와 현재의 나를 만났고, 미래의 나를 그려나갈 수 있었다. 분명 이지안 작가가 '쓴' 글을 읽고 있는데 왠지 그녀와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맞아요. 제 안에 들어왔다 나오셨어요?" 



독서 내내 공감되는 혹은 안심시켜주는 글들이 다정한 인사를 건네왔다.



"내게 기대되는 역할이나 분위기에 상관없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다면,

그리하여 내가 감각하는 바를 보다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면"

- 당위를 몰아내는 알아차림




지금 마음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몸은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다. 그 신호를 섬세하게 지각하려는 노력이 삶을 현재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 "관념이나 당위에 깔린 마음을 감각 위에 끌어다 놓는 순간들"이 많아지길……







내사(상대의 욕구나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채 내면화한 것), 반전(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행동을 자신에게 하는 심리적인 현상), 전이(이전에 경험한 관계에서의 감정을 전혀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옮겨오는 것), 투사(타인에게 내 감정이나 충동을 던진다) 등 정신분석학ㆍ심리학 개념으로 상황 ·상태를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준다. 그리고 지시적 마음챙김, 수용전념치료, 모닝페이지, 시나리오, 동전을 던져서 선택하기 등 다양한 상담기법과 사례들로 현실적인 도움의 길로 인도한다. 이지안 작가 본인의 내밀한 이야기는 진정성을 더하고 있다. 







'성격 좋다'라는 평가와 사회적 역할과 기대 속에서 억압해오던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해 보도록 이끈다.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과 방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돌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소속감과 연대를 중시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터부시된다. 하지만 이런 감정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며 오히려 참자기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여 감각,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타인과는 다르게 내 몸에 새겨진 감정 반응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 

이는 우리가 선택한 것도 아니며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위해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안 저자는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도를 이야기한다. 감정의 지도, 소통의 지도, 마음의 지도 등을 그려보면서 '자기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타인에게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똑같은 결과나 결정일지라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 충분히 고려하고 내린 결정은 다르다. 감정의 찌꺼기가 남지 않고 나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오롯이 책임질 수 있다. 자신의 스키마, 취약한 자리를 깨달았다면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리패런팅, 재양육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부모에게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이의 결핍을 어른이 되고 나서 채운다. 새로운 접근으로 자신의 부족한 면이나 상처를 메우고 보듬아 일어서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공명하는 시간이었다. 








<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은 타인에게 향했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도록 유도한다. 억눌러왔던 혹은 무시하거나 외면해왔던 자신의 욕구와 마음, 감정, 기호 등을 들여다보고 마주하기를 권한다. 

나의 기질과 욕구에 귀 기울여 '참자기'를 찾아보라 등을 살짝 밀어준다. 그리고 트라우마와 상처를 들여다보며 '자기자비'에 관한 필요성,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공감자가 되어주고, 자기자비를 베풀어주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대로 껴안아 주라고 말한다. 마음이 따끈따끈 해졌다. 


타인을 향한 문을 닫을 때, 나 자신도 갇히게 된다



한겨레 하니포터 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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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 여성 인물 도서관 9
강민경 지음, 화요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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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 강민경 글/ 화요 그림/ 
청어람주니어/ 여성 인물 도서관9




'최초'라는 낱말이 지니는 무게를 이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바로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의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이다. 이 기획은 역사의 책갈피 속에 숨어 있는 여성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 출간된 아홉 번째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이다. 





바로 가족법을 개정하고 호주제를 폐지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선 법조인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였다. 그녀가 어떻게 변호사를 꿈꾸게 되었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크나큰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었는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최초의 여성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크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이 말만으로 이태영 변호사의 일생을 표현하기에는 매우 부족하였다. 한국의 여성들이 즐겁게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여성과 어린이 등 약자들의 편에 서서 평등한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간 삶이었다. 그의 또랑또랑한 웅변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여성 인물 도서관> 아홉 번째 책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이다. 







1914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이태영 변호사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유교사상을 중시하던 시대라 여성들의 지위가 낮았던 당시에 '여성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남녀 차별하지 않고 교육의 기회를 준 어머니 덕분에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웅변대회에서 1등을 한 그녀에게 큰오빠가 해준 이 말 덕분에 변호사를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태영이는 변호사가 되거라. 

변호사가 되면 어려운 사람도 도와주고

나라를 위해 큰일도 할 수 있지. 

우리 태영이한테는 변호사가 잘 어울린다."




공부에 대한 열정은 넘쳤으나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그녀는 조급해졌던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의 힘으로 공부를 이어가고자 교사 일을 하기도 하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였다. 이화여자전문학교를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아직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그녀였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목사 정일형과 결혼한 이태영 변호사는 공부는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독립운동으로 바쁜 남편을 대신하여 가족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낮에는 학교 교무주임으로, 밤에는 누비이불 장수로 열심히 일하였다. 강한 정신력으로 시련을 견뎌내는, 이겨내는 그녀를 보면서 울컥하였다. 



"평생 할 고생, 한꺼번에 해치우고 말 테다! 

고생아, 올 테면 얼마든지 와 봐라!"



그렇게 고생하던 그녀에게 빛이 비추기 시작하였다. 남편 일형이 해방 후 중앙 정부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남편 일형의 편지는 그간의 우리 민족의 설움과 고생을 그리고 지금의 기쁨과 환희를 잘 드러내고 있어서 큰 감동을 주었다. 



"서울 거리에서 팔을 휘젓고 다녀도 

아무도 나를 감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여보, 이제 보따리를 바꿔 멥시다. 

이제 내가 당신의 평생소원인 법률 공부를 

뒷바라지하겠으니, 얼른 서울로 와요. "







남편의 든든한 지원으로 이태영 변호사는 넷째 아이를 임신한 서른두 살의 나이로 서울대학교 법학과 최초 여학생이 되었고, 고등 고시에 합격하여 최초 여성 법조인이 되었다. 여성 법조인이 되는 여정으로도 큰 울림을 준 이태영 변호사는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관습과 법을 고치기 위해 절대 쓰러지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불꽃같은 열정을 보여주었다. 






지식인이자 법을 다루는 법조인조차 불공평한 법을 묵인하고 변화의 불씨를 꺼뜨리고자 목소리를 높이던 시대에 이태영 변호사는 불공평한 가족법을 개정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점차 그녀의 곁에는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모이게 되었다. 





억울한 여성의 사정을 들어주고자 시작한 여성 법률상담소가 가정 법률상담소로 바뀌었다. 여성의 손으로, 여성을 위해 건물을 올리고 더욱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여성백인회관'으로 이어졌다.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상금 전액을 기부하고, 아침마다 벽돌 공장에 가서 좋은 벽돌을 손수 고를 정도로 여성백인회관에 애정을 쏟았다. 



"나는 청소부라도 좋으니 이 여성백인회관에서 

오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을 통해 이제는 폐지되어 사라진 '호주제'를 비롯한 여성차별적인 법과 관습, 사회적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유교 사상을 따르던 시기,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딸보다 아들이 집안의 주인으로 인정받고 대접받는 게 당연하다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던 가족법. 하지만 법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하고, 가족 내에서도 사회에서도 남녀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이, 바로 이태영 변호사가 있었다. 그녀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투지로 점차 사람들의 인식이 깨어나 사회 분위기가 변하고 가족법이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생각과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당장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이태영 변호사. 

그 변화가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끌 거라는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단단한 마음을 이어가는 그녀의 여정은 '행동하는 지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녀 덕분에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관련 법도 제정되었다. 남녀 고용 평등법,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양성평등 기본법 등 여성 관련 법의 역사들이 [한눈에 살펴보기] 꼭지를 통해 잘 정리되어 있다. [그때 그 사건][인물 키워드] 꼭지에서 가족법 개정 운동과 호주제 폐지, 법조인 등 관련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도 출판사에서 제공되는 독후 활동지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 도서를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독서 전/중/후 활동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인물 관계도, 낱말 퍼즐, 독서 퀴즈, 토의·토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의·토론> 활동지 중 

Q. 어떤 일을 꼭 잘해야 한다고 부담을 가지다가 오히려 결과를 망치거나 일하기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요? 휴즈 판사가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자신의 경험을 쓰고, 친구들과 이야기해 봅시다. 

즐겁게 해야 한다는 뜻이지 반드시 잘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이 질문이 눈에 띄었다. 가정일과 사회일 모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던 이태영 변호사는 미국에 유학 가서 만난 휴즈 판사의 이 말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한결 일 처리가 간결해질 것이기에, 이런 생각의 전환이 중요할 것이다. 





늦은 나이에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불공평한 법과 제도를 개정하고자 세상의 닫힌 귀와 막힌 벽을 뚫고자 열심히 두드린 이태영 변호사의 행보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걷는 양성평등의 길이 넓어졌다. 그 아름답고도 뜨거운 활약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으로 지금 당장 만나볼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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