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깬다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4
서동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깬다/ 서동찬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누구를 상대하든 내가 편안한 거리에 있으면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지만,
그게 안 되면 그때부터 힘들어지잖아."
이 정도가 내 거리다.
많이 부딪쳐 겪어봐야 '내 거리'를 알 수 있다. 서동찬 작가의 신작 [깬다]에서는 인간을 싫어하는 고1 하준이가 복싱을 통해 '적당한 거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펼쳐진다.
서동찬 작가는 하준이 인간을 왜 싫어하게 되었는지,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동생의 남다른 집착이 가족 구성원에게 미친 영향과 부모의 선택으로 더 커진 부정적인 관계가 하준이가 인간을 싫어하고 마주하기를 꺼려 하게 만든 사실을 고1 사춘기 시점에서 잘 그려내고 있다. 얼른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갈 즈음, 하준이는 다원이와 관계를 맺게 된다.

작은 내딛음이 하준이가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세상과 가족을 향한 벽을 부서뜨릴 틈이 되어주었다. 항상 웃고 친절하고 자신감 넘치던 다원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의식불명이 되었다. 의도치 않게 체육관 안팎으로 다원이와 엮이게 되어 신경 쓰이고 눈길이 가던 차, 일어난 비극은 하준이를 자극하게 된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고 싶었던 하준이가 반장 희윤이, 체육관 선배 하준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답답하기만 하던 하준이 주변 공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복싱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었다. 몸을 단련하기 위한 러닝이 고민거리도, 수많은 생각도 흩어지게 도와주었다.
"다원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복싱뿐이었어요.
링에 올라갈 때는 마음에 담긴 모든 나쁜 감정을
가지고 올라가서 다 쓰고 내려 온다고.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인 것들이 계속 쌓이니까.
그래서 시합 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고 그랬거든요."
다원이처럼 복싱을 잘하고 싶다. 다원이처럼 자신감 넘치고 싶다. 다원 바라기가 되어 세상을 향해 서투른 발을 내딛는 하준이를 보면서 '다행이다'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자신을 조금씩 달궈가던 하준이지만 여전히 가족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준이의 곪았던 상처가 봇물처럼 터져버린 날 그리고 동생 현준이의 고집으로 체육관을 데리고 갔던 날, 명목상의 가족이 아니라 가면과 껍질을 깨고 속마음을, 상처를 내보인 진짜 가족이 되었고, 변화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하준이도 변하고 성장하고, 희윤이도 덜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고, 하준이 가족들도 비로소 짐을 제대로 지고 달라지려 한다. 스토리텔러 서동찬 작가는 [깬다]를 통해 인간의 관계를 '거리'로 표현하여 공감 가는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복싱'을 소재로 하여 신체의 단련이 정신과 마음의 수련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인상적이다. 긴장하고 힘을 주는 대신,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툭! 인생 사는 법을 이렇게 간결하고 시원하게 풀어내는 성장담이라니! 하준이와 희윤 그리고 다원과 예빈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굳은 벽을 깨고 나와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