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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대학교 때 들었던 수업 중에 "소설론" 과목이 있었다. 다른 어떤 표현 보다도 그냥 딱! "소설론 수업 같았다"는 한 줄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책, <소설 읽는 방법>.
이 책을 쓴 히라노 게이치로는 2008년엔 <책을 읽는 방법>을 펴내기도 했다. 그 책에서는 슬로 리딩을 강조했다고 하던데 전작에서 큰 테두리의 독서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좀 더 세부적인 소설로 범위를 좁혀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굳이 특별한 방법이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지만 뭐 알아서 나쁠 건 없지. 라는 생각으로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갔다.
우리가 왜 소설을 읽게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면서 문법의 구조로 들어간다. 여기까지만 봐도 결코 쉬운 책이 아닐 것 같은 불안감?!이 온몸을 휘감는 것 같다. ㅋㅋ 손 안에 들어오는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두께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내용은 그렇지 않아서 진도가 생각만큼 쉽게 나가지 않기도 했다. 정말로 소설론 수업을 다시 듣는 기분..ㅋㅋ 그 때 교수님이 오달수를 닮아서 달수씨라고 부르곤 했었는데.. 갑자기 뵙고 싶군..-_-
각자에게도 어떤 소설을 사랑할 수 있는 타이밍이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예전이라면 잘 몰랐을테지만 예전에는 별로였던 소설도 지금에 와서 다시 읽으면 이런 얘기였나 싶고 그게 꼭 소설에만 국한 되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을 요즘에서야 부쩍 느끼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도 모두 타이밍이란 것이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그치만 타이밍으로 치자면 사랑이 대박이야!)
여기까지가 소설을 읽기 위한 준비 - 기초편에 해당한다. 뭐든지 시작하는 부분에선 기초로 알아두어야 하는 것들이 많듯이 이 책에서도 기본적인 것들에 언급하는 1부가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이 부분만 견디면 2부는 무난하다. 2부에서는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 실천편이었는데, 그냥 설명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활동하는 작가들 (예외인 작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작품의 한 부분을 예로 들면서 어떤 방법으로 읽으면 될지에 대해 알려주기 때문에 이해하는데는 훨씬 도움이 됐다.
처음에 주어진 예문을 먼저 읽고 그 후에 똑같은 예문을 부분 부분 잘라서 여기엔 어떤 방법이 쓰였고, 어떻게 보면 될지에 대해 알려주는데 참 신기하다고 느꼈던 것이 있었다. 어려운 이름으로 붙여진 무언가를 읽는 방법들을 우리가 굳이 배우고 익히지 않았어도 (오래도록 반복된 학습에 의해 자연스럽게 터득된 것이겠지만) 큰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없다는 것.. 그리고 작가의 설명을 듣다 보면 와아, 내가 이해했던 거랑 같아. 뭐 그런 것들이랄까..
이 책을 통해 어떤 방법을 습득해서 좋았다기 보다는 예문으로 들어줬던 작품에 오히려 관심이 생겨서 읽어 보고 싶은 목록에 적어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중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영화를 먼저 봤던터라 분석해놓은 것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미카의 <연공>은 우리 나라의 귀여니 소설격인 작품이라고 하는데 인터넷 소설이 아닌 핸드폰으로 보는 소설이어서 문체가 더 간략하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영화로 나와있는 제목만 기억하고 있는데 왠지 재밌을 것 같다. 확실히 앞서 소개해줬던 작품들 보다 훨씬 잘 읽히는 기분..!
소설을 읽을 때 좀 더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읽고 싶은 사람 또는, 이런 쪽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만족도가 클 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읽으면서 나쁘진 않았지만 일본 작가가 아니라 우리 나라 작가가 우리 나라 작품을 예로 들어줬다면 더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이 책을 읽을 때 여기에서 예로 들고 있는 책들을 읽어 본 사람들에겐 더 이해하기 쉬운 좋은 책으로 느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