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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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감상을 남기는 일은 매번 힘에 부친다.  그 책이 단편집이며, 여러 작가들의 작품일때는 더더욱.

단편은 이야기가 짧기 때문에 몰입 또한 짧다. 매번 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허탈해지고, 허탈해진 마음으로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기는 쉽지 않다. 채워지지 않은 공허한 마음을 뒤로 하고 새로운 이야기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배회하는 동안, 무언가 내 의식을 확 잡아끄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 하다못해 뒷골이 쭈뼛해지는 단어 하나라도 찾아내지 못한다면 눈은 글자들을 읽고 있으되, 의식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해 몇번씩 되돌려 읽기를 해야 작가의 의도는 둘째치고 스토리라도 대충 이해한 척 할 수 있게된다. 더구나 작가 자신의 작위적 언어들을 이심전심으로 독자가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 정도가 깊은 한국 소설들은 장편 단편 할 것 없이 몰입에 이르기까지가 쉽지않다. 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국 나는 한국 소설, 특히나 단편은 좋아하지 않아, 라고 믿어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책은 제목부터 나를 확 잡아끄는 무엇인가 있었다. 포맷하시겠습니까? 물론 포맷하고 싶지요. 존재의 시작부터 깨끗이 포맷할 수 있다면.

 

아는 작가라고는 김애란 뿐이였다. <침이 고인다>, <달려라 아비>를 밤새 읽으며 몇번이고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다. 그외 김사과 김미월의 이름은 알지만 책을 읽지는 않았다. 말했듯이 국내 소설을 즐기지 않으니까. 손아람 이라는 작가는 이 책에 실린 <문학의 새로운 세대>에서 문학상 수상작을 뽑기 위한 작가들과 평론가 사이의 갈등을 그리고 있는데, 정작 수상작으로 뽑힌 차세대 작가는 한국의 작가들 중 누구를 좋아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소설은 별로 안 읽었다' 라고 대답한다. 그렇다고 내가 문학의 새로운 세대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한국 소설을 즐기지 않는다는 고백에 용기가 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한국문학에서 가장 젊은 세대이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는 동안, 숨이 턱 막히는 절망을 느낀다. '좋은 문학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삶의 방식을 고민케 하는 힘을 지녔다'라고 기획의 말에 쓰여 있는데, 그 고민의 방향이 앞으로의 '삶'에 대한 당혹감을 넘어 무의미로  까지 이어져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자유주의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의 작가들답게 타락한 세대의 비정상적인 삶을 그만큼 리얼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비를 통해서만 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는, 그렇기에 더욱 소비를 갈망해야 하는 처절한 현대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김애란의 <큐티클>이 가장 공감되었고, 왕따가 되지 않기위해 대신누군가를 왕따시키는 치열한, 혹은 치졸한 사회의 매커니즘을 이야기하는 최진영의 <창>은 읽는내내 소름이 돋았다. 김사과의 <더 나쁜쪽으로>는 몰입이 쉽지 않았지만, 책을 덮은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다. 현대사회인의 고독을 간명하지만 빽빽하게, 지루하지만 가장 적절한 언어들로 나열했기 때문이다.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이 기획 의도대로 앞을 향해서 달리느라 옆도, 뒤도 볼 틈이 없는 우리 모두에게 절망을 넘어 희망을 생각하는 질문의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는 질문일지라도 누군가 그것을 쓸모있게 만들어줄 답을 찾기 위해 애쓴다면, 그 곡진한 기운들이 모여 결국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시대의 얼굴을 바꾸고 나아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것 아니겠는가.(김미월의 질문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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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 - 터키를 만나면 세상의 절반이 보인다
이호준 지음 / 애플미디어(곽영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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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6개월 아들과의 한달간 여행 기록인 오소희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는 나로하여금 최초로 터키라는 나라를 향수 비슷한 감정으로 그리워 하게 한 책이다. 그후로 부터일꺼다. 여행서만 보면 사족을 못쓰고 달려드는 버릇이 생긴 것은.

특히나 터키에 관한 책이라면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신조에 가까운 집착이 생겨버렸다.

내가 터키에 그처럼 집착하는 것은 어디에나 널부러져 있다는 돌덩이와 같은 유적을 보고싶은 것도, 박제되어 있는 박물관의 전시물을 보고싶은 것도, 카톨릭 신자로서 성지를 순례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가운데 하나라는 이스탄불에 대한 로망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탄성이 저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다는 터키의 지중해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가 원하는 터키의 터키색 바다를 보여줄 가장 적절한 책이었다.

터키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를 목적으로 시작한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는 지상의 천국이라는 보드룸에서 시작해 페티예 , 카쉬, 뎀레를 거쳐 안탈리야, 시데, 알란야까지 지중해를 따라 이어지고, 동서양이 만나는 이스탄불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지은이는 평생 사용한 감탄사보다 더 많은 감탄사를 내뱉게 되는 터키의 지중해 지역을 다니다 보면 약간의 질투가 밀려올 때도 있다라고 했는데, 나에게는 터키가 아닌 지은이를 향한 끝도없는 질투가 밀려들었다. 왜냐하면, 지은이가 터키를 여행하게 된 계기는 모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촬영 팀에 합류해 '얹혀가는'신세로 지칠 때까지 터키를 걷는 호사를 누렸기 때문이다. 물론 지은이가 가만히 앉아있는데 호사의 기회가 저절로 찾아온 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렇지만 오매불망 터키를 로망하는 나로서는 지은이에 대한 부러움으로 제대로 삐닥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라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이란 제목으로 국내여행기를 썼다는 지은이의 책은 이전에 읽은 경험이 없었다. 때문에 나로서는 저자의 책을 처음 읽는 것이였지만, 그가 여타의 다른 여행가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 느낄 수 있었다. 뭐라할까, 그에게서 자유로운 여행가, 혹은 길위의 방랑자쯤을 자칭하는 여행객들 치고는 연륜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그리는 이라면 아무래도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초년병의 막무가내로는 무리이기는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문체가 무겁다거나 한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경쾌한 말투와 종종 자뻑을 일삼는 독백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해 종종 키들거리면서 책을 읽었다.

제법 점잖은 표지와 사진으로 편집된 책이지만, 이 책은 이슬람 최고 전문가라는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처럼 학술적이지는 않다. 유물의 기원이나 역사 정도는 간단하게 요약해주는 약간의 센스와 함께 몹시 개인적인 감상들을 나열한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 이다. 때문에 터키 여행을 앞둔 이들이라면 점잖은 책의 외양만으로 열외시킬 책은 아닌 것이다. 반대로 간만의 터키 여행을 제대로 보고 느끼기 위한 지식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생각만큼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면에서 실망할 소지가 있는 책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통해 무언가 공부를 해야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여행은 그저 일상을 떠났다는 풍요로움으로 충분한 일정기간의 일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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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 -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와 성 소수자 인권운동
김조광수.김도혜 지음 / 알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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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를 그저 여가를 즐기는 수단 중의 하나로만 인식하고 있는 나로서는 김조광수라는 감독도, 제작자도 알지 못했다. 알았다 해도 그가 게이든 아니든 책을 읽고싶을 만큼 호기심을 느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 "나는 게이라서 정말 행복하다."

정말? 정말 게이라서 행복한거 맞아? 게이가 아니었다면 더 행복하지 않았겠어? 게이라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게이라는 것을 당당히 밝힐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뜻이겠지. 골방에서 울고 있을 줄 알았겠지만, 이렇게 당당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택한 캐치플레어겠지만, 그 호들갑이 좀 오버스럽다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내 생각을 확인하고 싶었다. 굳이 나 게이요, 밝히지 않아도 될 것을 스스로 밝혀 사회적으로 온갖 부당함을 감수하는 것처럼, 묻지도 않았는데 나 정말 행복하다라고 떠벌이며 책까지 낸 김조광수라는 사람의 자기중심성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할까.

 

2. 성적소수자를 가르키는 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는 나는 게이나 호머나 트랜스잰더나 그게 그거라고 혼용해서 알고 있었음을 먼저 고백해야 겠다. 따라서 책을 읽으며, 자주 네이버 용어 사전을 검색해야 했다. 퀴어영화는 또 뭐라니.

책을 다 읽고보니, 마지막 장엔 친절하게도 '게이용어'를 정리해두었다. 분명히 목차를 살피고 읽기 시작했는데, 왜 목차에는 용어정리가 안나와 있는거야? 다시 목차를 뒤집어 보니, 헐! 페이지 수까지 명조체로 분명히 박혀있었다.

초간단게이용어사전1-287

초간단게이용어사전2-309

 

3. 게이라면서 참 인생을 순탄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김조광수 자신은 중학교 시절 이미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깊어 '버스 유랑'을 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는데, 나로서는 그의 고민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에게 한 첫 커밍아웃이, '나 걔들하고 뽀뽀도 하고 그래!"라니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며 보낸 사춘기 시절 맞아?

운동권으로 지내던 대학시절도 그다지 고생되거나 힘들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로맨스가 짙었던 군대 시절은 더구나 말할 것도 없고.

흥행에 실패한 몇편의 영화 제작자 시절에도 영화인생에 변화가 생길만큼 커다란 타격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커밍아웃으로 그의 신변에 무슨 이변이 생긴일도 없었고... 이건 뭐 일반인들 보다도 더 순탄한 인생을 사는 이반인처럼 여겨졌다.

인터뷰집을 읽으며 내내 김조광수의 삶을 순탄한 인생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인터뷰를 진행하고 책을 정리한 김도혜의 어투가 구차하지 않고 담백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또한 김조광수라는 사람이 그만큼 경쾌하고, 열정적이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만큼 게이 김조광수는 즐거웠할 줄 알고, 기뻐할 줄 아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것은 성정체성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4. 독립영화집단을 거쳐 청년필름의 제작자로 그리고 감독으로 이어진 그의 영화인생 이야기를 통해 잘 알지 못하는 영화계의 뒷얘기가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영화인으로서 그의 이야기보다는, 게이로 살아가는 그의 사적인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는 것은 숨길 수 없겠다. 특히 군시절의 로맨스는 이성애자 사이의 여느 로맨스와 다를 것이 전혀 없어 조금 황당하기까지 했다. 동성애를 섹스 중심의 사랑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던 탓였으리라.

김조광수 그가 이 책을 진행한 이유는 '내세울 건 별로 없고 부끄러운 건 참 많은 사람이지만, 부족한 자신을 보고 사람들이 용기를 냈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게이라서 행복하다'는 김조광수의 오버액션을 확인하고 싶어서였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성적소수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의 나는 성적소수자 그들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한마디로, 나의 일이 아니므로.

언젠가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우연히 보았다. 동성애를 증오하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거세되어 죽은 동네 사람을 역시 동성애자인 주인공이 회상하던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인간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많은 이성애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정상'이라는 말조차 그 의미를 잃을 수 있다. 아니, 잃어야 한다.

 

5. 김조광수는 성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청소년 동서애자들에게 롤 모델이 되고 싶다라고 했는데, 롤 모델 보다는 의논자, 혹은 상담자가 되어주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김조광수가 청소년들의 롤모델로 적당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청소년기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정하기에는 불안정한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같은 여자 아이를 좋아했다. 물론 같은 여자 아이로 부터 고백을 받기도 했고. 그 시절에는 그것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따윌 구별하기 보다는 그 친구가 나하고만 친했으면 하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것은 우정이였고,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는 여자 친구와의 사랑 때문에 울거나 웃었던 적이 없다.

 

6. 그러고보니, 영화 제작자나 감독으로는 김조광수를 알지 못했지만, 해고노동자 김진숙이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중이었을 때, 한진중공업 불법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지지하는 배우 김꽃비, 여균동 감독과 함께 김조광수를 본 기억이 있다.

대학에서의 운동이 졸업 후에도 계속 이어져, 그는 영화 제작 스탭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일에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한 운동도 자신의 몫이라 여기고 있다고 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어디든 간다는 김조광수. 이제는 이 이름을 잊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사람과 삶을 동시에 존중하며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 내 경우 2장의 스케치 프리뷰(63쪽)을 읽으며, 책을 확 덮어버리고 싶었다. 아는 형을 따라 부모님이 여행 가시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비디오를 보는 것이 그 내용으로 비디오가 시작되고 김조광수는 온몸이 굳으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했는데... 그 뒷 이야기는 직접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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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술관을 걷다 - 13개 도시 31개 미술관
이현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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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싶었던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독일의 퀼른과 베를린에 있다는 '케테 콜비츠 미술관'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독일의 미술관을 소개하는 책 임으로 당연히 '케테 콜비츠 미술관'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읽기 시작했다.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자신의 마음을 본다는 뜻의 休息으로 부터 프롤로그를 시작하는 저자의 글솜씨가 시작부터 썩 마음에 들었다. 본다는 것은 그것이 그림이든 책이든 혹은 그저 어떤 사물이든, 자신을 투영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저자는 그림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며 말을 걸고,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휴식이며, 미술품에 대한 감상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이 책에서는 미술사를 전공한 전문가로서의 평을 대부분 절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저 내 짐작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저자의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저자는 독일 전역에 흩어져 있는 50여 개의 미술관을 돌며 화두를 '수집에의 욕망'으로 잡았으며, 이 책에 모아 놓은 미술관은 조형예술품에 집중한 컬렉션을 갖추고 상설 전시를 하는 국공립 미술관이며, 개인 컬렉션과 사립 미술관, 종교기관의 부속 미술관 등은 제외시켰다고 프롤로그에 밝히고 있다.

두둥! 아니 이게 무슨말. 케테 콜비츠 미술관을 보겠다고 작정한 나로서는 개인 컬렉션을 제외했다는 저자의 말에서 그만 '헉'소리가 나게 놀라고 말았다. 그말인즉, 이 책에서는 케테 콜비츠를 볼 수 없다는 것이였다.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강직 또는 경직과 같은 뻣뻣한 느낌을 먼저 떠올리는 나로서는 독일을 방문하는 여행객 중 미술 전시 방문객이 압도적이라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의 이야기로 케테 콜비츠가 아니였다면 이 책을 고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케테 콜비츠를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프롤로그에서 부터 실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매력적인 문체와 두루두루 눈이 호사하는 이 책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책에 소개된 미술관들을 보다보면 도저히 내가 생각한 독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너무도 낭만적이고, 고풍스러우며, 무엇보다 유럽적이다. 독일이 유럽이라는 사실이 그저 새삼스러울 뿐이다. 거기에 저자는 섬세하게도 미술관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과 휴관일, 교통편 등을 자세히 적고 있다. 때문에 실제 이 책을 들고 독일의 미술관을 돈다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미술관이 있는 도시의 간단한 역사까지도 덤으로 엿들을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기획하며 화두를 '수집'에 두었다고 했는데, 모든 수집의 역사는 착취의 역사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수집에의 욕망을 감히 사랑이라 이름할 수 있을까. 갖고싶다는, 소장하겠다는 욕망은 집착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유럽의 유명 미술관 순례기를 읽을 때면 경탄과 함께 드는 씁쓸함은 이책에서도 예외가 아니였다.

그럼에도, 나에게 이 책에 실린 독일의 미술관을 순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여느곳 보다도 먼저 함부르크의 함부르거 쿤스트할레에서 프리드리히의 '빙해'를 보고 싶다. 저자처럼 내 입에도 시큼한 침이 고이려나. 그것보다는 먼저 소름이 돗을듯 하기도 하고.

아쉽다. 이 멋진 책에서 케테 콜비츠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은.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알지못했던 독일인의 미술 사랑을 읽을 수 있었고, 처음보는 많은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밝은 곳에서 읽어야 할 것이다. 저자의 문체도 좋지만, 미술관과 작품들, 주변환경을 담은 사진이 그야말로 예술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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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 시네마 파티? 똥파리! - 양익준 감독의 치열한 영화 인생과 폭력에 대한 성찰
양익준.지승호 지음 / 알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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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똥파리>를 본 것이 언제던가.

영화 <똥파리>는 생각했던 것 만큼 폭력적이였고, 생각했던 것 만큼 처참했고,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양익준이란 사람이 괜찮은 배우, 감독으로 남았다는 것과 아프게 기억되는 몇몇 장면외에는 영화의 줄거리조차 벌써 가물가물해져 버렸는데, 참 오래도 울궈먹는 다는 생각을 했다면 너무 솔직한가.

양익준 스스로도 말하고 있다. 영화 <똥파리> 이후 인터뷰를 천번쯤 했던 것 같다고. 인터뷰를 천번쯤 하다보니 자신이 한말이라도 사실인지, 진심인지 모르게 되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변조된 인터뷰 글을 읽은 자신이, 다음 인터뷰에서 앞서 변조된 내용을 인용하고 있더라고. 결국 자신이 인터뷰에 중독되더라고.

 

영화가 상영되던 2009년 당시와 2012년 책에서 만난 양익준은 외모 면에서도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2009년의 양익준이 투박하고, 모질며,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던 상훈의 모습 그대로였다면 2012년 인터뷰집 속의 양익준은 표현은 다소 거칠지만, 자신이 해야할 말을 다듬어 할 줄 아는 배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솔직함을 장점으로, 상업성 짙은 배우가 아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더라도.

 

인터뷰를 읽다보니 <똥파리>로 양익준을 울궈먹고 있는 것은 정작 양익준이 아닌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도 강렬했던 영화 <똥파리>의 기억으로 이 책을 선택했으니까.

좋으면 하고, 아니면 아닌 거라고 생각한다는 양익준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사람이다. 인기에도, 돈에도, 걸리지 않으며 그렇게 자신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우리'가 배우 양익준에게 혹은 감독 양익준에게 우리에게 익숙한 역할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에 대해 솔직하고, 사랑에 대해 솔직하며,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솔직한 양익준이 이제 그만 영화 <똥파리>로 부터 자유로워져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도약하는 날개짓이되던, 그렇지 못하던, 인간 양익준의 아픔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영화 <똥파리>를 보고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라면, 포장되지 않은 그의 진정성을 들여다 보았던 사람이라면, 여전히 그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믿는다.

 

-인터뷰어는 거울과 같다는 것을 새삼 생각한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양익준의 이야기를 거울처럼 비추며 반사해 이야기를 끌고가는 재주를 이번 인터뷰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한때 인터뷰어들의 이런 재주를 자신의 주관을 그때그때 포장하는 매우 간사한 일이라고 비하해 생각한 일이 있는데, 새삼 반성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의 목적은 어떻든 인터뷰이들로 부터 이야기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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