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 - 터키를 만나면 세상의 절반이 보인다
이호준 지음 / 애플미디어(곽영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36개월 아들과의 한달간 여행 기록인 오소희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는 나로하여금 최초로 터키라는 나라를 향수 비슷한 감정으로 그리워 하게 한 책이다. 그후로 부터일꺼다. 여행서만 보면 사족을 못쓰고 달려드는 버릇이 생긴 것은.

특히나 터키에 관한 책이라면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신조에 가까운 집착이 생겨버렸다.

내가 터키에 그처럼 집착하는 것은 어디에나 널부러져 있다는 돌덩이와 같은 유적을 보고싶은 것도, 박제되어 있는 박물관의 전시물을 보고싶은 것도, 카톨릭 신자로서 성지를 순례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가운데 하나라는 이스탄불에 대한 로망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탄성이 저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다는 터키의 지중해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가 원하는 터키의 터키색 바다를 보여줄 가장 적절한 책이었다.

터키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를 목적으로 시작한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는 지상의 천국이라는 보드룸에서 시작해 페티예 , 카쉬, 뎀레를 거쳐 안탈리야, 시데, 알란야까지 지중해를 따라 이어지고, 동서양이 만나는 이스탄불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지은이는 평생 사용한 감탄사보다 더 많은 감탄사를 내뱉게 되는 터키의 지중해 지역을 다니다 보면 약간의 질투가 밀려올 때도 있다라고 했는데, 나에게는 터키가 아닌 지은이를 향한 끝도없는 질투가 밀려들었다. 왜냐하면, 지은이가 터키를 여행하게 된 계기는 모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촬영 팀에 합류해 '얹혀가는'신세로 지칠 때까지 터키를 걷는 호사를 누렸기 때문이다. 물론 지은이가 가만히 앉아있는데 호사의 기회가 저절로 찾아온 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렇지만 오매불망 터키를 로망하는 나로서는 지은이에 대한 부러움으로 제대로 삐닥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라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이란 제목으로 국내여행기를 썼다는 지은이의 책은 이전에 읽은 경험이 없었다. 때문에 나로서는 저자의 책을 처음 읽는 것이였지만, 그가 여타의 다른 여행가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 느낄 수 있었다. 뭐라할까, 그에게서 자유로운 여행가, 혹은 길위의 방랑자쯤을 자칭하는 여행객들 치고는 연륜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그리는 이라면 아무래도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초년병의 막무가내로는 무리이기는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문체가 무겁다거나 한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경쾌한 말투와 종종 자뻑을 일삼는 독백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해 종종 키들거리면서 책을 읽었다.

제법 점잖은 표지와 사진으로 편집된 책이지만, 이 책은 이슬람 최고 전문가라는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처럼 학술적이지는 않다. 유물의 기원이나 역사 정도는 간단하게 요약해주는 약간의 센스와 함께 몹시 개인적인 감상들을 나열한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 이다. 때문에 터키 여행을 앞둔 이들이라면 점잖은 책의 외양만으로 열외시킬 책은 아닌 것이다. 반대로 간만의 터키 여행을 제대로 보고 느끼기 위한 지식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생각만큼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면에서 실망할 소지가 있는 책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통해 무언가 공부를 해야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여행은 그저 일상을 떠났다는 풍요로움으로 충분한 일정기간의 일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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