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 시네마 파티? 똥파리! - 양익준 감독의 치열한 영화 인생과 폭력에 대한 성찰
양익준.지승호 지음 / 알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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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똥파리>를 본 것이 언제던가.

영화 <똥파리>는 생각했던 것 만큼 폭력적이였고, 생각했던 것 만큼 처참했고,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양익준이란 사람이 괜찮은 배우, 감독으로 남았다는 것과 아프게 기억되는 몇몇 장면외에는 영화의 줄거리조차 벌써 가물가물해져 버렸는데, 참 오래도 울궈먹는 다는 생각을 했다면 너무 솔직한가.

양익준 스스로도 말하고 있다. 영화 <똥파리> 이후 인터뷰를 천번쯤 했던 것 같다고. 인터뷰를 천번쯤 하다보니 자신이 한말이라도 사실인지, 진심인지 모르게 되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변조된 인터뷰 글을 읽은 자신이, 다음 인터뷰에서 앞서 변조된 내용을 인용하고 있더라고. 결국 자신이 인터뷰에 중독되더라고.

 

영화가 상영되던 2009년 당시와 2012년 책에서 만난 양익준은 외모 면에서도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2009년의 양익준이 투박하고, 모질며,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던 상훈의 모습 그대로였다면 2012년 인터뷰집 속의 양익준은 표현은 다소 거칠지만, 자신이 해야할 말을 다듬어 할 줄 아는 배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솔직함을 장점으로, 상업성 짙은 배우가 아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더라도.

 

인터뷰를 읽다보니 <똥파리>로 양익준을 울궈먹고 있는 것은 정작 양익준이 아닌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도 강렬했던 영화 <똥파리>의 기억으로 이 책을 선택했으니까.

좋으면 하고, 아니면 아닌 거라고 생각한다는 양익준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사람이다. 인기에도, 돈에도, 걸리지 않으며 그렇게 자신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우리'가 배우 양익준에게 혹은 감독 양익준에게 우리에게 익숙한 역할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에 대해 솔직하고, 사랑에 대해 솔직하며,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솔직한 양익준이 이제 그만 영화 <똥파리>로 부터 자유로워져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도약하는 날개짓이되던, 그렇지 못하던, 인간 양익준의 아픔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영화 <똥파리>를 보고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라면, 포장되지 않은 그의 진정성을 들여다 보았던 사람이라면, 여전히 그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믿는다.

 

-인터뷰어는 거울과 같다는 것을 새삼 생각한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양익준의 이야기를 거울처럼 비추며 반사해 이야기를 끌고가는 재주를 이번 인터뷰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한때 인터뷰어들의 이런 재주를 자신의 주관을 그때그때 포장하는 매우 간사한 일이라고 비하해 생각한 일이 있는데, 새삼 반성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의 목적은 어떻든 인터뷰이들로 부터 이야기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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