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미술관을 걷다 - 13개 도시 31개 미술관
이현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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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싶었던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독일의 퀼른과 베를린에 있다는 '케테 콜비츠 미술관'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독일의 미술관을 소개하는 책 임으로 당연히 '케테 콜비츠 미술관'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읽기 시작했다.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자신의 마음을 본다는 뜻의 休息으로 부터 프롤로그를 시작하는 저자의 글솜씨가 시작부터 썩 마음에 들었다. 본다는 것은 그것이 그림이든 책이든 혹은 그저 어떤 사물이든, 자신을 투영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저자는 그림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며 말을 걸고,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휴식이며, 미술품에 대한 감상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이 책에서는 미술사를 전공한 전문가로서의 평을 대부분 절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저 내 짐작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저자의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저자는 독일 전역에 흩어져 있는 50여 개의 미술관을 돌며 화두를 '수집에의 욕망'으로 잡았으며, 이 책에 모아 놓은 미술관은 조형예술품에 집중한 컬렉션을 갖추고 상설 전시를 하는 국공립 미술관이며, 개인 컬렉션과 사립 미술관, 종교기관의 부속 미술관 등은 제외시켰다고 프롤로그에 밝히고 있다.

두둥! 아니 이게 무슨말. 케테 콜비츠 미술관을 보겠다고 작정한 나로서는 개인 컬렉션을 제외했다는 저자의 말에서 그만 '헉'소리가 나게 놀라고 말았다. 그말인즉, 이 책에서는 케테 콜비츠를 볼 수 없다는 것이였다.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강직 또는 경직과 같은 뻣뻣한 느낌을 먼저 떠올리는 나로서는 독일을 방문하는 여행객 중 미술 전시 방문객이 압도적이라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의 이야기로 케테 콜비츠가 아니였다면 이 책을 고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케테 콜비츠를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프롤로그에서 부터 실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매력적인 문체와 두루두루 눈이 호사하는 이 책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책에 소개된 미술관들을 보다보면 도저히 내가 생각한 독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너무도 낭만적이고, 고풍스러우며, 무엇보다 유럽적이다. 독일이 유럽이라는 사실이 그저 새삼스러울 뿐이다. 거기에 저자는 섬세하게도 미술관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과 휴관일, 교통편 등을 자세히 적고 있다. 때문에 실제 이 책을 들고 독일의 미술관을 돈다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미술관이 있는 도시의 간단한 역사까지도 덤으로 엿들을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기획하며 화두를 '수집'에 두었다고 했는데, 모든 수집의 역사는 착취의 역사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수집에의 욕망을 감히 사랑이라 이름할 수 있을까. 갖고싶다는, 소장하겠다는 욕망은 집착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유럽의 유명 미술관 순례기를 읽을 때면 경탄과 함께 드는 씁쓸함은 이책에서도 예외가 아니였다.

그럼에도, 나에게 이 책에 실린 독일의 미술관을 순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여느곳 보다도 먼저 함부르크의 함부르거 쿤스트할레에서 프리드리히의 '빙해'를 보고 싶다. 저자처럼 내 입에도 시큼한 침이 고이려나. 그것보다는 먼저 소름이 돗을듯 하기도 하고.

아쉽다. 이 멋진 책에서 케테 콜비츠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은.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알지못했던 독일인의 미술 사랑을 읽을 수 있었고, 처음보는 많은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밝은 곳에서 읽어야 할 것이다. 저자의 문체도 좋지만, 미술관과 작품들, 주변환경을 담은 사진이 그야말로 예술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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