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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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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자칭 보수단체 회원들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를 파헤치겠다"며 국립 현충원 앞에서 가묘를 만들어 놓고 낫과 곡갱이로 이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70~80대의 노인들로 이뤄진 이들은 빨갱이 김대중이 국립 현충원에 누워 있는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이런일을 벌였다고 했다. 당시 크게 언론에 주목받지 못했던 이 사건은 신문에  "그들은 보수가 아니다"란 제목의 쪽기사로만 보도되었다. 나는 이 쪽기사를 스크랩 해 두었다. 이 나라의 어버이라는 그들의 행태가 너무도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쪽기사에는 걸핏하면 진보진영에 빨갱이 딱지를 붙이는 세력들을 보수라고 하는 것은 큰 착오라고 썼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수는 색깔론과 냉전논리를 빼면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여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을 색깔론 시비의 중심에 서있었다. 

이기사를 보며 나는 어이없었고, 당황스러웠고, 분노했고, 그리고 슬펐다. 민중이란 이름의 순진함과 단순함과 함께 그 무지함이 슬펐다. 그랬을뿐 평생을 색깔론 시비로 고통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립현충원에 묻힌 것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오동명 기자는 평생을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구속과 속박, 질시 속에서 살아온 김대중이 사후 국립현충원에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묻고있다. 그는 민중의 품에 묻혀야 맞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를 다시 민중 속에서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보도되기 위해 연출된 사진들이 아닌 정작 보도되지 못한 소소한 모습들을 담고 있다. 최루가루를 떡가루 마냥 입주의에 묻힌 비통한 표정의 김대중,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므로 틈틈히 자두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던 인간 김대중의 하품하는 모습, 깊이 패인 주름이 혹여 남편에게 누가 될까봐 사진찍기를 극도로 피했다는 이희호 여사의 모습.....

언론은 원하는 방향으로 민중을 끌고가기 위한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없다고,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점을 말하고 있다. 연출되지 않은 인간 김대중의 모습을 통해 그를 더이상 호남인으로만 매어두지 말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부활시키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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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유혹 -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김진아 외 글 사진 / 좋은생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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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동안 그 날만을 기다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주일 간의 일본 여행을 떠나는 바로 그날을 말이다. 뭘 체계적으로 미리 계획하는 법이 없는 나는 여행조차도 막무가내이다. 다만 올 여름엔 일본엘 가고 말겠다는 슬로건 아닌 슬로건만을 주제로 잡았을 뿐 어디서 머물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없이 그저 몇달간을 여름휴가만 기다려왔다. 그리고 막상 비행기 탑승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을 어슬렁거리며 갑자기 느닺없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렇게 떠난다고 뭐가 달라지지...? 어차피 돌아올꺼면서....’  명승지를 찾아다니는 관광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남는 것은 사진 뿐이더라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주제에 도대체 왜 떠나는 것인지 왜 그렇게 떠날 날 만을 고대하며 설레였던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어 어디둥절해 졌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는 그저 떠나고 싶었던 거다. 내 일상으로 부터. 계획된 내 삶으로 부터. 무계획적으로.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낯선곳으로. 뭔가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그러니 나는 아직 진정한 여행자가 되지 못한 것이다. 이미 여행이 일상이 된 자만이, 떠나는 이유는 돌아오기 위한 것임을 몸으로 체득한 자만이, 떠남을 설렘으로만 무장하지 않을 줄 아는 자만이, 돌아왔을때 튼튼하게 두발로 현실을 딛을 줄 아는 자만이 진정한 여행자인 것이다. 겨우 일주일 간의 여행으로 나는 여전히 몽롱하고 두발은 붕 떠있는 느낌이다. ’떠남’에 방점을 둔 탓에 돌아온 지금도 여전이 설레고 있다. 이제 그만 톱니바퀴 같은 내 삶을 받아들여야만 할 터인데도.

과감하게 두려움 없이 세상 모든 것에서 감동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자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이다. 그들에게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은 전세금을 빼고 떠나는 무모함이 아니라, 생업을 내던지고 막무가내로 떠나고 보는 억지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용기이다.

그들을 통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동네 탈린을 가고, 록포트를 가고, 푸에르토 몽을 다녀왔다. 티베트 국수 툭파를 먹고, 헝가리 수프 굴라쉬를 먹고, 터키의 레몬향수로 손을 씻었다. 펭귄을 보고, 스타워즈의 버섯 바위를 보고, 수심 30미터를 내려가 니모를 만났다. 짧지만 넉넉한 생각거리를 담은 여행 에피소드들이 나를 한여름 밤의 꿈 속에서 헤매게 한다.

흔히 여행은 ’일상탈출’로 정의된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자는 일상에서 탈출하지 않는다. 여행이 이미 일상이므로..... 
끊임없이 괘도를 돌아야 할 운명을 지닌 자는 탈출하지 않고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알며, 떠나지 않고도 변할 줄 아는 자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떠남’에 설레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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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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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란 그때만 이기면 되는 일시적인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라는 다자이 오사무의 세상관에 깊이 동조하게 되었다. 세상을 안다는 것은 사람들로 부터 겁먹는 일을 점차로 덜 하게 되는 것이며 끝도 없는 신경 쓰이는 일로부터의 해방이며, 필요와 상황에 따라 얼마쯤은 얼마든지 뻔뻔해질 줄 안다는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에게는 그 뻔뻔해짐이 힘에 겨웠던 것이 분명하다. 능수능란하게 뻔뻔해질 수 없었음으로 세상살이가 힘겨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섯번이나 자살을 시도했고, 끝내는 자살로서 서른아홉의 생을 마감했다. 

비인간적인 것에 대해 아이에게 말해 줄 기회가 있었다. 비인간적인 것을 설명하기 위해선 인간적이라는 것을 먼저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것은 너무나 광활해서 막막하기까지 한 이야기 였다. 인간적인 것과 인간답다는 것은 동의어일까. 그러나 세상에는 인간적이지만 인간답지 않은 일도 있는 법이다. 예를들면 인간이기에 하는 실수이지만 그 실수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볼때 실수를 행한 사람이 인간답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세상에서의 무너짐은 인간적이지만 인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한 사람의 인간다웁지 못한 무절제가 그에게 충만해 있다. 그는 정답처럼 살 수 있었는데 정답을 포기한 실격 인간이다. 몰라서가 아니라 지레 포기했기에 인간다웁지 못했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그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유약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한 사람. 그가 바로 다자이 오사무다. 

인간실격이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을 고백하는 글이었다면 뒤에 실린 ’직소’는 그의 상상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유다의 고백으로 우리가 지금껏 알아온 성경 속의 예수와 유다간의 관계가 아닌 들어나지 않은 좀더 개인적인 유다의 고백이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예수를 고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유다의 고백은 어이가 없는 한편, 인간이기에 유발되는 양가 감정을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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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다니엘 파울 슈레버 지음, 김남시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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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파울 슈레버는 1842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인 아버지에게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슈레버의 아버지 모리츠 슈레버는 두살 부터 여덟살까지의 성장기에 올바른 자세를 습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척추의 기형을 방지하는 장치등을 고안하고 이를 아들 슈레버에게 장착하게 하는 등의 권위적인 교육방법을 적용하였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윌리엄 니덜란드는 슈레버의 신경증이 이런 권위적 아버지의 폭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슈레버는 이 책 11장에서 어린시절 바른자세를 위해 아버지가 고안했던 기계들에 대해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언급했다.

슈레버는 신경증으로 병원에 두번째 입원하게 되면서 회상록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사실 읽기가 쉽지않다. 그 방대한 양도 그러려니와 다분히 편집증적이고 망상적이며 비현실적인 슈레버의 관념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저 글자들을 따라 읽다보면 이러니 신경증이 아닐수 없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이해한 정도란 이런 슈레버의 박해망상이 동성애적 소망이 부정된 결과로 나타났다는 프로이트의 이론보다는 아버지의 권위적 교육 방법이 슈레버의 증상을 초래했으리라는 니덜란드의 이론에 크게 공감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심리학을 교양으로 공부하며 ’슈레버의 회상록’에 관해서는 몇번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내가 직접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으로 한국에 완역, 소개되었다는 이 회상록은 심리학을 공부하거나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이다. 그러나 나처럼 겉핥기로 스쳐가는 사람에게는 다소 어려운 책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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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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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 [명사] 1. 속된 물건 
                     2. 교양이 없거나 식견이 좁고 세속적인 일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그런 행동은 속물들이나 하는 짓이야. (네이버, 국어사전)

결국, 속물이지 않은 사람이 없다. 속물이지 않을 사람이 없다. 속물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살아가는게 이미 속되므로. 


이기린. 그녀도 속물이다. 한 때 속물이었다 가 아니라 속물이고 있다. 수입생수 병에 정수물을 받아 들고 다니는 일을 그만두었다 해도, 돈과 사모님 자리를 보장해 줄 남자만 찾는 친구 노릇을 그만 두었다 해도. 의사 마누라가 될 희망을 버렸다 해도. 빈 강정같은 방송국 스크립터 자리를 포기했다 해도. 진정 자신이 원하는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해도. 그녀는 속물이다. 속물이 아닐 수 없다. 그녀 역시 이 사회 속에서 발을 담군채로 살아가야 하므로.

돈과 명예를 쫓는 일을 뒤에서는 속되다고, 속물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망정 앞에서는 가식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사실은 마음 속 깊이부터 속된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돈과 명예가 삶의 목표가 되기는 얼마나 쉬운 일인가. 돈과 명예가 전부라고 세뇌되지 않기는 힘에 부치다. 자식에게 돈과 명예를 쫓으라고 가르치지 않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속물이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가 쫓는 것이 높은 이상이든 좀더 거룩한 것이든 마찬가지니까. 
이 책을 읽으며, 황지우 시인의 <거룩한 식사>를 떠올렸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현실이 이미 좀더 속물스러워지라고 다그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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