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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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속물: [명사] 1. 속된 물건 
                     2. 교양이 없거나 식견이 좁고 세속적인 일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그런 행동은 속물들이나 하는 짓이야. (네이버, 국어사전)

결국, 속물이지 않은 사람이 없다. 속물이지 않을 사람이 없다. 속물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살아가는게 이미 속되므로. 


이기린. 그녀도 속물이다. 한 때 속물이었다 가 아니라 속물이고 있다. 수입생수 병에 정수물을 받아 들고 다니는 일을 그만두었다 해도, 돈과 사모님 자리를 보장해 줄 남자만 찾는 친구 노릇을 그만 두었다 해도. 의사 마누라가 될 희망을 버렸다 해도. 빈 강정같은 방송국 스크립터 자리를 포기했다 해도. 진정 자신이 원하는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해도. 그녀는 속물이다. 속물이 아닐 수 없다. 그녀 역시 이 사회 속에서 발을 담군채로 살아가야 하므로.

돈과 명예를 쫓는 일을 뒤에서는 속되다고, 속물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망정 앞에서는 가식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사실은 마음 속 깊이부터 속된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돈과 명예가 삶의 목표가 되기는 얼마나 쉬운 일인가. 돈과 명예가 전부라고 세뇌되지 않기는 힘에 부치다. 자식에게 돈과 명예를 쫓으라고 가르치지 않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속물이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가 쫓는 것이 높은 이상이든 좀더 거룩한 것이든 마찬가지니까. 
이 책을 읽으며, 황지우 시인의 <거룩한 식사>를 떠올렸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현실이 이미 좀더 속물스러워지라고 다그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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