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유혹 -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김진아 외 글 사진 / 좋은생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몇달동안 그 날만을 기다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주일 간의 일본 여행을 떠나는 바로 그날을 말이다. 뭘 체계적으로 미리 계획하는 법이 없는 나는 여행조차도 막무가내이다. 다만 올 여름엔 일본엘 가고 말겠다는 슬로건 아닌 슬로건만을 주제로 잡았을 뿐 어디서 머물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없이 그저 몇달간을 여름휴가만 기다려왔다. 그리고 막상 비행기 탑승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을 어슬렁거리며 갑자기 느닺없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렇게 떠난다고 뭐가 달라지지...? 어차피 돌아올꺼면서....’  명승지를 찾아다니는 관광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남는 것은 사진 뿐이더라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주제에 도대체 왜 떠나는 것인지 왜 그렇게 떠날 날 만을 고대하며 설레였던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어 어디둥절해 졌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는 그저 떠나고 싶었던 거다. 내 일상으로 부터. 계획된 내 삶으로 부터. 무계획적으로.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낯선곳으로. 뭔가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그러니 나는 아직 진정한 여행자가 되지 못한 것이다. 이미 여행이 일상이 된 자만이, 떠나는 이유는 돌아오기 위한 것임을 몸으로 체득한 자만이, 떠남을 설렘으로만 무장하지 않을 줄 아는 자만이, 돌아왔을때 튼튼하게 두발로 현실을 딛을 줄 아는 자만이 진정한 여행자인 것이다. 겨우 일주일 간의 여행으로 나는 여전히 몽롱하고 두발은 붕 떠있는 느낌이다. ’떠남’에 방점을 둔 탓에 돌아온 지금도 여전이 설레고 있다. 이제 그만 톱니바퀴 같은 내 삶을 받아들여야만 할 터인데도.

과감하게 두려움 없이 세상 모든 것에서 감동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자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이다. 그들에게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은 전세금을 빼고 떠나는 무모함이 아니라, 생업을 내던지고 막무가내로 떠나고 보는 억지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용기이다.

그들을 통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동네 탈린을 가고, 록포트를 가고, 푸에르토 몽을 다녀왔다. 티베트 국수 툭파를 먹고, 헝가리 수프 굴라쉬를 먹고, 터키의 레몬향수로 손을 씻었다. 펭귄을 보고, 스타워즈의 버섯 바위를 보고, 수심 30미터를 내려가 니모를 만났다. 짧지만 넉넉한 생각거리를 담은 여행 에피소드들이 나를 한여름 밤의 꿈 속에서 헤매게 한다.

흔히 여행은 ’일상탈출’로 정의된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자는 일상에서 탈출하지 않는다. 여행이 이미 일상이므로..... 
끊임없이 괘도를 돌아야 할 운명을 지닌 자는 탈출하지 않고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알며, 떠나지 않고도 변할 줄 아는 자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떠남’에 설레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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