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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혜 지음 / 바람북스 / 2021년 3월
평점 :
7년 전 큰딸아이가 중2였을 때 처음 읽었다.
“엄마 읽어 볼래?”
“담배 피우는 중2 여자아이? 뭐야?”
책의 끝의 머리에서는 울고,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서너 번은 더 읽었다. 독서동아리에서, 아이들 때문에, 첫인상이 강렬해서인지 그 다음 부터는 설렁설렁 본 것 같다.
이번에 다시 바람북스로 리커버 되어 나왔다. 언박싱 했을 때 ‘와~~ 너무 예쁘다’ 벚꽃과 파란 일기장이 더욱 분명하게 다가왔다. 분홍 속지는 귓가에 <벚꽃 엔딩>을 들리게 했다. ‘벚꽃 엔딩 같은 책이구나. 17년. 앞으로도 계속 읽혀질 것 같다.’ 이전 책보다 편집이 더 깔끔하게 느껴졌다. 글의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 글들이 다시 보였다. 다시 보니 오래 갈 만한 요소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첫 번째 제목이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제목이 너무 끌리지 않는가? 당연히 BTS가 볼 만하다.
이 제목을 보고 어찌 안 읽으리. 이 책을 안 읽었다면 이 책의 제목을 듣지 못해서, 이 책의 표지를 보지 못해서이다.
작은 소재로 벚꽃, 고양이도 한몫한다.
보수적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 시선.
청소년기의 이성 고민과 죽음의 고민.
무엇보다 솔직함을 쓴 작가의 글이다. 현실을 마주하게 한 글이다. 이 현실은 지금도 있다. 우리의 구석 어딘가에.
그 구석에 있는 아이에게 이 책을 내밀고 싶다.
서로에게 좋아하는 이성이 있는 유미와 재준는 친구다. 벚꽃이 피고 떨어지는 어느 4월에 친구가 되었다. 유미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파란 일기장의 일기의 시작은 3월 13일! (2021년 3월 13일 이 책을 다시 보고 있었다)
// p12.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말에 유미는 마지막에 ‘내가 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뜻이지’ 라고 답한다.
//p16. 가사완성축하해줘밤이깊어도죽음은오지않네첫줄이야죽이지않냐깨는대로답보내잘자.
이 말은 엄청난 복선이다.
재준이가 죽음을 생각하고 일기를 쓴 것은 너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죽는 순간 재준은 인생에 감사했을 것이다. 일기를 통해 이미 연습했으니까.
재준을 죽게 내 버려둔 작가에게 나는 고맙다. 이게 현실이니까. 현실을 보게 하는 것이다. 책의 아픈 여운은 마음에 가두어지지 않고 오히려 진짜 현실로 다가가게 하는 힘이 있다. 나는 처음에 재준이가 불쌍해서 운 것이다. 이번에 읽을 때는 유미 때문에 울었다. 살아준 유미가 고마워서 울었다. 그리고 재준이에게 고마워서 울었다. 일기장을 남겨서 유미가 버틸 수 있었다고, 유미가 잘 클 수 있었다고.
유튜브를 찾아보니 원령공주ost 반복 2시간 이상짜리가 여러 개 있다. 나도 다시 듣는다. 다음에 또 다시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우리 모두는 어느 날 죽는다. 나도 어느 날 죽을 것이다. 나도 재준이처럼 써야겠다. 죽음 앞에서 인생에 감사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을 위하여.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덧붙임: 학부모독서동아리에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사춘기 시절을 돌아보며 유미와 재준이를 이해하고, 내 아이를 이해하는 감사의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