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람들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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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숫자가 '0' 이 되는 날에 너는 자유로워질 거야.


이름 없는 사람들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아나가고 있는 주인공 김진우. 그가 여세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재' 의 사무실을 찾았다. 진우는 '재' 의 심부름을 하며 빚을 줄여갔고, 오늘은 그 마지막 심부름이 되는 건수였다. 하지만 일이 꼬여버려 실패를 하고 말았다. 재로부터 돈을 빌린 후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채 종적을 감춘 다른 남자. 그 남자를 찾아간 진우는 남자가 자살을 했음을 보게된다. 진우는 조용히 자신의 일을 마무리 하기 시작한다. 그때 요란스럽게 울리는 남자의 휴대폰소리. 이를 무시한 채 남자의 시신을 캐리어에 담던 진우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여러 사람의 다급한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된다. 그들은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기 시작하고, 당황한 진우는 캐리어를 놔둔 채 몸을 피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경찰의 등장으로 진우는 마지막 작업을 실패한 채 그곳을 벗어나게 된다.


열세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재의 사무실에 오게된 진우는 메모지에 적힌 숫자를 보여주며 아버지가 갚지 못한 빚이라 말을 한다. 진우의 아버지는 진우를 담보로 돈을 빌렸고, 빚을 갚지 못했음으로 이제부터 재가 진우의 아버지라 말을 한다. '재' 는 심부름을 해서 빚을 갚게 될거라 말을 했고, 진우에게 처음 시킨 일은 숫자를 세는 일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재의 사무실 건물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를 세는 진우. 두번째로 진우가 맡게 된 일은 숨어 있는 표적들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어디서든 표적을 찾아내면 재에게 전화를 걸었고, 진우는 다음 표적을 찾기위해 길을 나섰다. 문득 찾은 표적들의 이후 행적이 궁금했던 진우는 몰래 표적의 집 근처에 숨어 지켜봤고, 가벼워 보이지만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갔던 한 남자가 이후 묵직해 보이는 캐리어를 끌며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진우는 캐리어속에 무엇이 담겨 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열아홉부터 진우는 표적들을 처리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고, 이번이 자신의 빚을 탕감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었지만 실패하게 된다. 마지막 작업의 실패로 한동안 재의 연락을 받지 못한 진우는 조바심을 느끼며 재의 연락을 기다린다. 몇일이 지나 재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 진우는 재를 만나 다음 작업을 지시받게 된다.


'B구역에 다녀오셔야 겠습니다' (51쪽)


B구역은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구역이었다. 사람을 뜯어먹는다는 식인귀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도는 B구역. 두렵지만 진우는 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 일을 해야만했다. 살아있는 타겟을 데리고 B구역을 향하는 진우는 몹시 두렵기만 하다. 그렇게 도착한 B구역은 괴기함을 보여주었고, 진우는 그곳에 타겟을 버려둔 채 황급히 도망쳐 나온다. B구역에 가기 전 한통의 연락을 받았던 진우는 서유리를 만나게 되고, 서유리는 진우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진우는 자신의 빚을 탕감 하고 재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지... 서유리가 진우에게 왜 그런 제안을 한 것인지... 궁금함은 커져간다.


장편소설이라 하기엔 짧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야기는 몹시 충격적이었다. 공감을 하기엔 다소 버겁지만 깊이있는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너무 감상적이게 표현된 재의 모습에 다소 거부감이 들지만 충분히 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소름끼침을 느낀다. 예쁘게만 느껴졌던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는 괴물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에게는 황금같은 기회를 주는 재개발이 누군가에겐 절벽위에 서게 만드는 공포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걸 이제서야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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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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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이고 치밀하며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소설


캐피탈

영국 런던 부유한 중산층들이 살고있는 피프스로드에 나타난 한사람. 낯선 그의 손엔 카메라가 들려 있었고, 그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집들을 찍기 시작한다. 대부분 같은 시기에 지어진 집들은 주인들에 의해 점점 외형에 변화가 생겼고, 사람들은 경쟁하듯 집을 더 크고 호화롭게 증축한다. 집들 중 더블프론트 주택의 집값은 싱글프론트 집값보다 세배가량 높았으며,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낯선 사람은 그 집들을 위주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닌다.


피프스로드가 처음부터 부자동네 였던건 아니었다. 한순간 집 값이 수백만 파운드로 껑충 치솟았고, 이후 사람들은 입만 열면 집값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좀더 좋은 가격을 받기위해 누구 할 것 없이 집을 증축하기 시작하며 집값은 더욱 치솟았고, 무리한 대출과  잦은 공사로 인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그런 동네가 되어 버렸다. 그런 동네에 날아든 한장의 엽서! 그 엽서를 받게된 사람들! 작은 변화가 시작되는 듯 했다.


피프스로드에서 그 엽서를 받게된 네가구는 42번지에 혼자 살고있던 82세의 피튜니아 하우, 51번지에 살며 핑키로이드 은행에 다니는 로저 욘트와 그의 아내인 아라벨라 욘트, 27번지에 사는 축구 천재인 열일곱살 프레디와 그의 아버지인 패트릭 카모, 68번지에 살며 상점을 운영하는 아메드 카말과 그의 가족들이었다. 그들이 받은 엽서엔 의미를 알 수 없는 단 한줄의 문장과 집을 찍은 사진만이 담겨있을 뿐 이었다.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 (19쪽)

처음 도착한 한장의 엽서에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없었다. 82세의 피튜니아 하우는 심지어 콧웃음을 쳤다. 하지만 이 엽서가 반복적으로 날아들기 시작하고 크리스마스 전날 배달된 영상이 담긴 한통의 DVD는 사람들에게 불안함을 심어주게 된다.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감은 더욱 커져가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 하지만 엽서와 DVD가 배달된 것 외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 경찰도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내 주변에 있을법한 평범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개성 가득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을 질투하는 듯한 다른 동네의(?) 사람들도 등장한다. 자신이 가진 집과 돈에대한 욕심을 여실히 보여주며, 한편으론 자신이 가지지 못한것에 대한 갈망도 엿보이는 듯 하다. 자신들이 가진 걸 지키기 위한 가족들의 행동을 보며 잠시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에 빠져든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원한다는 쪽지를 내가 받게 된다면 난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나도 처음엔 그저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겠지만 지속된 엽서와 DVD를 받게 된다면 나 역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감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을 보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그닥 빠르진 않았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과거엔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뒤로 갈수록 책에 더욱더 빠르게 빠져들게 된다. 수많은 상상을 하며 그들의 삶을 엿보며, 내가 가진것에 대한 고민도 하다보면 어느새 700여 쪽이 넘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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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방 이야기 - 그녀의 일기
나나로 지음 / 처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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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필요한 여자와 사랑이 필요한 남자


키스방 이야기

돈이 필요한 여자와 사랑이 필요한 남자라는 표현을 좀 수정하고 싶다. 아무리 책을 봐도 이런 로멘틱함을 찾아볼 수 없는 책이며, 유흥업소라는 특정 장소에서 벌어지는 키스방 메니저의 하루 일과는 돈이 필요한 여자와 여자의 몸을 탐하는 남자라는 표현이 더 맞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돈 만원을 얹어주며 백만원이라도 쥐어준 냥 젋고 예쁜 여자의 몸을 탐하는 남자들... 부디 19세 이하 어린 청소년들은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청소년들이 책으로 접하게 될 어른들의 세상이 같은 어른으로써 조금 부끄럽다.


서울에 수 없이 많은 키스방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난 이 책을 통해 난생처음 키스방이란 걸 알게 되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세상을 책으로 접한 나. 나에게 키스방이란 세상은 문화충격으로 다가 왔을 뿐이다. 그와 함께 생겨나는 묘한 호기심. 키스만?...?? 밤이 되면 불이 켜지고 예쁜 언니들과 잘생긴 오빠들(?)이 가득한 유흥업소. 술을 따르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몸을 탐하는 좀더 농밀한 장소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아직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엔 키스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내가 보지 못했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든다.


메니저의 말처럼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겠다며 키스방에서 일을 하는 여자들도 있겠지만, 오랜시간 쉽게 돈을 벌며 그 돈에 길들여져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더 쉽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을 향하는 여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등장 하는데, 제발 이 책을 통해 그녀들이 버는 돈에 혹해 돈만보고 이 일에 발을 들이는 독자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누구나 쉽게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겠지만 그에따른 댓가는 반드시 치뤄야 한다는 메시지에 좀더 귀기울이길 바랄 뿐이다.


이 책을 통해 교훈따위를 얻을 순 없을 듯 하다. 그저 내가 몰랐던 키스방이라는 은밀한 장소에 대한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을 뿐. 그리고 그곳에 종사하는 여자들의 삶과 그들의 일과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은 딱 그정도의 재미로 끝일 뿐이다. 키스방에서 섹스를 요구하지 말아야 하는 것 처럼 이 책을 통해선 키스방에 대한 호기심 해소 외에 그어떤것도 바라지 말길 바란다. 부디 한 여자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일 따위는 벌어지질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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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 어느 요양보호사의 눈물콧물의 하루
이은주 지음 / 헤르츠나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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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요양보호사의 눈물콧물의 하루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 입니다

치열한 한평생을 산 후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조금이라도 편히 보낼 수 있게 만들어진 시설인 요양원. 그런 요양원에서 눈물콧물의 하루를 보내는 마음 따뜻한 이은주 요양보호사님의 가슴따뜻한 에세이를 만났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를 구지 밝히자면 나의 엄마의 직업 역시 요양보호사였기에 엄마가 오랜 세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함이 컸기 때문이다. 올해 정년을 앞두고 계셨기에 차분히 주변을 정리하시고 계셨던 엄마의 하루일과를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을거란 생각에 감정 이입이 크게 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힘들었다. 퇴근후 피곤에 찌든듯한 엄마의 얼굴을 보며 단순히 힘들었나보다 라는 생각만했었는데, 생각보다 엄마가 해왔던 일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의 수위가 높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만큼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이은주 요양보호사님은 요양원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에게 멋진 호칭을 붙여주었다. 뮤즈와 제우스. 신화에나 등장할법한 멋진 신들의 이름을 마지막 생을 마감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붙여주며 늘 다정한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또한 좀더 다정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요양원을 하늘정원이라 부른다고 한다. 하늘정원의 뮤즈와 제우스! 단순히 호칭을 바꿨을 뿐인데, 그 호칭에서 느껴지는 이은주 요양보호사님의 애정이 책을 읽는 나에게까지 느껴지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늙고 병들어 아픈 부모님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듯 하다. 하지만 난 엄마가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야간근무시간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쫓아 다녀야 했고, 하루종일 어린아이 마냥 징징거리며 투정부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달래야 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갈아드려야 했고, 스스로 씻지 못하고 먹지 못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챙겨야 했던 엄마. 자신도 온전히 늙어가고 있음에도 엄마의 그 나이든 손길마저 절실했던 분들의 손과 발이 되었던 엄마.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던 엄마의 하루 일과를 보는 듯해 가슴이 미어진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나이든 어르신들에겐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고마운 직업인 것에 비해 그 대우는 생각보다 아주 미약하다. 엄마의 경우만 보더라도 하루 12시간이 넘게 일을 하시면서도 4시간의 휴식시간이 있다 표시를 하며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임금을 받고 계셨다. 부당한 대우임에도 말하지 못한 채 낮은 임금만큼이나 낮은 대우를 받는다는 걸 알게되니 그 씁쓸함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또한 간혹 찾아와 자식된 도리를 하겠다며 자주 먹지 않았던 기름진 음식 잔뜩 싸와 본인들의 불효를 음식으로 때우려 했던 보호자들. 그런 보호자들이 자신들이 만족할 만큼 부모님과 가족에게 음식을 먹이고 간 후엔 요양원에 남겨진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오랜 시간 고생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고생할 걸 알기에 보호자들에게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건네면 따가운 눈빛으로 아랫사람 내려보듯 째려보는 그들. 엄마의 직업이기에 남들보다 전해들은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책을 한장 넘길수록 무게감이 커져간다.


그런 와중에도 이은주 요양보호사님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이은주 요양보호사님만의 뮤즈와 제우스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때론 좋은 마음에 했던 행동들이 생각지 못한 결과를 가져와 속이 상할때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 이은주 요양보호사님은 또 다른 깨닳음을 얻곤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남들보다 더 많은 감정을 이입하며 많은걸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 책 덕분에 엄마가 해왔던 직업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고, 나이든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직업적인 면에서 화가 적당하지 못한 대우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책 덕분에 엄마의 노년을 떠올리며 좀더 건강하실때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추억을 쌓아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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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2 세트 - 전2권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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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자유의지에 관한 가슴 아픈 서사시


인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2

난생 처음 접한 나이지리아 작가의 소설! 치고지에 오비오마의 소설은 단 두권 뿐이다. 그런데 그 두권의 소설이 모두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이런 설명글 만으로도 이 책에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당연할듯~하다. 나 역시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고, 처음엔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내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1권이 시작되기 전 한장의 도표가 등장한다. 이름도 낯선 '이보 우주론'. 베추쿠, 알란디이치에, 엘루이궤 등 낯선 단어들이 등장하고 책을 읽기 시작 하면서 왜 이 도표가 이야기보다 먼저 등장 했는지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위해 기본적으로 머릿속에 체계를 잡아두면 읽는데 도움이 되는 그들만의 신념과 전통이 담긴 복잡한 체계. 아마도 처음 접한 나이지리아의 신화를 토대로 한 작품 이기에 낯설게만 느껴졌던게 아닌가 싶다. 단순히 판타지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되도록 쉽고 재미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한장 한장 책을 음미해보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한 남자가 닭 두마리를 사오던 길에 다리에서 자살을 시도 하려는 한 여자를 말리며 시작된다. 여자가 물에 빠지면 이렇게 된다며 자신이 산 닭 두마리를 다리 밑으로 던진 남자. 그 장면을 함께 보며 물에 빠지지 말라 당부하며 자신의 차로 돌아가는 남자와 떠나가는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이 장면들은 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지 않고, '치' 라는 알 수 없는 존재를 통해 진행된다. 처음엔 그저 남자의 하인인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그 인물은 사람이 아닌 남자에게 정신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문득 도표에서 봤던 '치의 영역' 이 떠올랐고 괄호 안에 적힌 단어가 생각났다. 수호령! 남자의 수호령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아버지가 죽고, 여동생인 은키루는 나이든 남자와 도망을 쳤다. 아버지보다 먼저 어머니를 잃은 남자에겐 가족이라곤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남자는 외부와 단절되기 시작했고, 말수도 줄어들었으며, 하나뿐인 친구마저 떠나 보낸다. 홀로 남겨진 남자가 걱정된 삼촌은 함께 살자 제안하지만 이를 거절하기 위해 남자가 한 선택은 핸드폰을 두달간 꺼둔 채 생활하는 것이었다. 화가난 삼촌은 남자의 집에 찾아왔고, 남자의 모습을 본 나이든 삼촌은 남자의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자신을 위해 흐느끼는 모습에 남자는 마음이 흔들리고, 아내를 구해줄거라는 삼촌의 말을 듣게 된다. 이후 남자(이하 치논소)에게 변화가 시작된다.


치논소는 다리위의 여자를 만난지 9개월만에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이름이 은달리 오비알로르 라는 걸 알게된다. 치논소와 은달리가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이후 결혼 이야기가 오가게 되지만 은달리의 아버지와 오빠는 치논소를 모욕하며 결혼을 반대한다. 이후 더 큰 치욕을 겪게 된 치논소는 자신의 모자란 학력 때문에 이런 일들을 겪은 것이라 생각하며 대학을 가기로 결심한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하게된 선택이지만 이 선택은 치논소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믿었던 친구의 사기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강간범으로 몰려 감옥에 가게된다. 4년이 흐른 후에야 누명을 벗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치논소. 홀로 남겨진 은달리가 무작정 기다리기에 4년이란 시간은 짧지 않았고, 그렇기에 치논소가 대학에 가기위해 그녀를 떠났던 그의 선택이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의 주인을 위해 빌고 또 비는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호령 치. 그 모습마저 안스럽게만 느껴진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치논소가 은달리와 만났던 그 순간으로 돌리고 픈 마음이 간절해 지지만 치논소의 선택은 되돌릴 수 없기에 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오랜 여운을 남긴다. 그들의 사랑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문득 작가의 다른 책이 궁금해진다. 이 책 만큼이나 낯섬이 느껴질지 아니면 이 책과는 달리 또다른 느낌을 전해줄지 무척 기대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보라 권해주고 싶다. 독특한 매력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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