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씨 이야기
슈테판 슬루페츠키 지음, 조원규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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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둘은 마치 하나가 된 듯 느.꼈.던.(릴라는 그 순간을 어떻게 느꼈을까...) 노박씨는 릴라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에요. 함께 있어 즐거우면 그뿐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그걸로 끝인 거구요."

 

'릴라는 왜 내가 마음으로부터 하는 말에 귀기울이려 하지 않지? 왜 내 진심을 몰라주는 걸까?'라고 생각한 노박씨. 사랑을 확인받기 위해 위험한 상황에서 그녀를 구해내고, 소설 삽화를 맡기며 소설 작업을 같이 하고, 밴드를 함께 하고... 그렇지만 그런 순간을 확인받고, '사랑, 영원, 계속...'해 나가고 싶어하는 노박씨에게 돌아온 말은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에요...". 그 후로 노박씨는 점점 작아지게 된다. 몸도 마음도. 

 

그녀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을까?... "나는 나야! 그리고 네 말대로 넌 바로 너지! 넌 소중한 내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어!" 작아진 몸은 그녀에 대한 분노로 다시 커지긴 했지만 릴라는 노박씨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그 사랑이 '나'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서로 매어 두거나 확인받거나, 다그치는 것이 사랑이 아님을 깨닫게 해 주었다.

 

사랑은 서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을 하게 되면 기꺼이 상대에게 자기 것을 주고 싶다.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준다'는 것의 의미를 자기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즉 자신이 충만해야만 나의 능력과 힘을 나누어 줄 수 있다. 따라서 '준다'는 행위는 내 자신에게 살아 있는 나를 생생하게 확인시켜 주는 기회이다.

 

진정한 사랑의 힘은 마음을 열어 상대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잠재력을 일깨워 더욱 성숙하고 큰 자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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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kg짜리 희망 덩어리
안나 가발다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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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열세 살, 중학교 1학년, 남학생, 문제가 좀... 있다(?), 학교를 떠올리기만 해도 뱃속에 딱딱한 공이 생긴다, 국어와 수학, 사회 꼴찌, 체육은 끔찍, 벌점 스티커 붙이는 난에 칸이 모자랄 정도, 준비물은 늘 잊어버리고 체육복은 맡아 놓고 빌린다, 개학날이면 제비와 함께 남쪽 나라로 떠나고 싶다...이 정도면 프랑스 친구들과도 뭔가 통하는 게 있을 것 같다. 그 아이들은 좋은 교육 제도에서 마냥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하는 줄로만 알았건만...

 

이걸 다 줄여서 '골칫덩이'라고 흔히들 부르는 말이 있지만 여기에 술, 담배, 가출, 도둑질 등과 같은 걸 떠올리지는 말기를...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런 무시무시한(?) 것들과 가까워지기를 원치 않는다. 다만 '너무나' 학교가 싫을 따름이다. 재미가 없으니까. 체육을 못 하니까. 성적이 나쁘면 모든 걸 나쁘게 보니까. 방학책 전체를 발명품 스케치와 엉뚱한 설계도로 채우는 아이, 일곱 살 때 바나나 껍질 벗기는 도구의 설계도를 그린 아이를 한심하게 보니까. 더군다나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낙제, 결국 퇴학을 당한 아이의 가능성을 누가 알아봐 줄까...

 

뒤보스크 그레구아르. '35kg짜리 우둔함 덩어리'라고 자책하던 그 아이가 희망덩어리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강요하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이해해 주면서 친철히 조언해 주시는 레옹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행복해지려면 그만한 일과 노력을 하라"는 할아버지 말씀이 이 소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 작은 소년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읽어나가는 동안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으면서 유쾌한 감동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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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왼쪽 길로 1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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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영동군 양강면 지촌리 내궁골 마을 입구 호두나무. 상복의 그리움과 기다림, 길 떠남과 돌아옴이 모두 이 나무에서 비롯된다. 호두나무 위에서 경부선 기차소리에 귀기울이며 어머니를 늘 기다리는 어린 상복. 초등학교 1학년이던 녀석이 호두나무를 벗어나 영동시로 30리 넘는 길을 간 것을 시작으로, 중학생이 돼서는 자전거로 옥천을, 스무 살 여름엔 오토바이로 드디어 할머니의 눈물과 호두나무의 그늘을 벗어나 길을 떠난다. 어디로 가서, 뭘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그러다 함양에 있는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경희 누나를 만나게 되고, 누나의 부탁으로 '딸기'라는 사람을 찾아나서게 되는데...

 

영동을 벗어나 노근리 사건 현장을 지나치고, 추풍령 고개 넘어 김천으로, 함양에서 팔량재, 운봉, 여원재를 거쳐 남원... 본격적으로 '딸기'의 행방을 좇기 전이지만 상복은 벌써 나그네이다. 여행자이다. 짜여진 여정이 있고, 주머니 두둑하고, 시들해지면 언제라도 멈출 수 있는 여행이 아니다. 그렇지만 얽매이지도 않는다. 뭘 위해서인지, 대답해 놓지 않고 그 대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상복과 같이 이런 헐거운 여행을 떠난 본 것이 언제던가... 이제는 그리 할 수 없이 메인 몸을 상복에 기대어 함께 여행을 떠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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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왼쪽 길로 5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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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부터 궁금하게 했던 '딸기'의 정체가 밝혀지고 상복은 호두나무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불타 사라진 호두나무 자리에 상복은 '네 아버지는 찾지 못했지만... 너는 꼭 찾으려 하는... 지름길에서는 더욱 찾기 힘든...   네 마음 안에 있는... 숫눈길 같은' 나무를 세운다. ('딸기'가 누군지 직접 확인해 보세요~^^) 4권에서 짐작은 했지만, 끔찍했던 역사적 사건이 한 개인 개인에게 입힌 상처는 깊고도 깊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정선역, 나전역, 여량역(아우라지역), 구절리역... 꼬마 열차가 다닌다는 그 역들은 이제 인적이 드물어 80년대식 다방만이 나그네를 반겨 주고, 아리랑 중에서도 그 한 깊음과 절절함이 가장 깊게 베인 정선 아리랑에 대한 여행자의 해석이 흥미롭다. "높은 고개가 가로 막고 있으면 넘어버려야 적성이 풀리는 게 한국인인가 봅니다. 현재 불려지는 모든 아리랑 후렴구를 보면 다 고개를 넘는다는 내용들이거든요. 부디 험한 일이 있어도 아리랑을 부르며 넘어가세요."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구절리 마지막 동네 종량동. 상복은 그 막다른 곳에서 '딸기'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상복의 길떠남에 담긴 의미에 매듭이 지워지고, 그 속에서 아픈 만큼, 길을 따라 여행했으되 마음 속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한 만큼, 단단히 여문 호두알 처럼 차오르게 되는 상복. 그 젊은 날의 기다림과 애닮음을 쫒아 떠난 여행이 참으로 인간적이고 따뜻했다.

 

그리고 박흥용님의 그림과 글에 흠뻑 빠졌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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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왼쪽 길로 4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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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식당에서 밥 먹다 펼쳐 본 신문, 오늘의 운세편.

'구름이 흩어지며 햇살이 비치는 운세. 그대만 힘든 짐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가슴을 친 말은 '햇살' 보다는 '힘든 짐' 쪽이었다. 자기 밖에 해결하지 못할 자기만의 짐. 나는 호두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된 상복이의 여행을 따라가며, 이 말을 계속 반복했다. '그대만 힘든 짐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

 

부여에서 만난 50대 퇴직자는 빚만 남긴 채 낙화암에서 몸을 던지고 ("엘피LP판이 다 돌아 노래가 끝나면 바늘이 그 끄트머리에서 지직거리며 판이 계속 돌잖아. 지직 지직 지직. 퇴직한 이후부터 내 꼴이 꼭 그런 느낌이라니께."),

칠갑산에서 만난 딸기의 친구는 털복숭이 산 사람으로 살아가고 ('그렇군. 나는 지금 밥이 아니라 정말을 먹고 있는 거야. 밥 씹는 소리가 절망, 절망, 절망 하고 들리는 것 같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고 봉고차 신혼여행을 즐기는 부부를 천안에서 만나고 (외롭게 자란 부부에게 초대된 외로운 사람 김음성 씨... 삼형제 저수지에서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술잔만 홀짝였는데요... 아... 술판 벌이고 있는 내내 세 명이 말 없이 울기만 한 거 아십니까... 삼형제 저수지에서 말이죠...),

천안 오토바이 상회 아저씨 ("오토바이 타고 세상을 한바퀴 휘 돌아 다시 집에 왔지만 집 떠날 때 그대로 여전히 답답한 거야. 누가 인생과 여행은 닮았다구 했나..."),

증평서 보조금으로 사는 할머니와 손자 ("학교에서 냄새난다고 새끼들이 따를 놔요. 옷이 없어서 빨면 갈아입을 것이 없거든요. 그게 제일 엿 같다니까. 아씨"- 거친 말투는 자기를 우습게 아는 학교 친구들을 견제하기 위해 입에 붙이고 다니는거 난 알지...),

단양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중증 장애인 몇 명과 함께 사는 이혜옥 씨 (중선암에 와서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은 ...쉴 때가 된 거야. 난... 소리가 들려요. 어떻게? ...끝내주게... 잘도 끝내주겠다... 사귀던 남자친구가 결혼했다는데 물소리 따위가 들릴 리 없지. ),

카드 빚으로 자살한 부모로 고아가 된 아이 ("카드빚 때문에 부모랑 생이별하는 애들이 있어요. '카드 고아'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니까.")...

 

이 책 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소박하고 아름답지만 가슴 먹먹함을 하나씩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네들과 고단한 짐을 나누다 보면 내 마음도 치료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딸기'에 대한 암시가 나오면서 이제 상복의 여정도 맺음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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