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울의 아들(Son of Saul, 2015)" 는 1944년 폴란드 아우슈비츠 유태인 수용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홀로코스트 영화로서 신인감독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뛰어나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유태인의 시신을 처리하는 작업반으로서 ×자 표식을 한 작업복을 착용하는 "존 더 코만도" 가 등장하고 있는데 같은 유태인들의 시신을 처리해야 하는 그들의 잔혹한 역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를 Keyword로 요약하면
"홀로코스트 영화" "존더코만도" 그리고 "1인칭 시점" 으로 나누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홀로코스트 영화" 는
제2차 세계대전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뜻하는 단어 "홀로코스트" 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아카데미를 안겨준 명작 "쉰들러 리스트" (1993) 을 필두로 하여 "피아니스트" (2002) "인생은 아름다워" (1997) 등이 있는 데 이 영화 "사울의 아들" 은 다른 각도로 홀로코스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영화들이 유태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정면 바라보면서 따뜻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면 이 영화는 은유적이면서도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하겠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공간에 대한 세부묘사나 어떤 설명없이 그곳이 아우슈비츠임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고 비극속에 피어난 인간애 대신 철저하게 차갑고 냉소적인 시각으로 역사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태인 시신 처리반이라는 "존더코만도" 소속의 주인공을 통해 잔혹한 역사를 담아내고 있는 데 "비밀운반자" 라는 독일어를 뜻하는 "존더코만도" 는 완벽한 고증을 통해 재현하고 있습니다. 압권인 장면은 바로 가스실에서 들려오는 유태인의 비명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들이 저멀리 들려오는 가운데 "존더코만도" 들이 가스실에 들어간 유태인들의 소지품들을 챙기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입니다. 같은 유태인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도움조차 줄 수 없을 뿐더라 자신들이 살기위해 그들의 소지품을 뒤지고 시신을 처리하고 그리고 가스실을 청소해야 하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처연한 슬픔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1인칭 시점" 을 통해 주인공 여정에 적극 동참함과 동시에 생생한 극한 체험을 가능케 하는 데, 이를 위해 연출을 맡은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여러가지 시도를 합니다. 첫째 4:3 화면비율을 채택하여 제한된 화면프레임속에서 오롯이 주인공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들째 35mm 필름으로 촬영해 흐릿한 초점을 통해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셋째 롱테이크 촬영을 통해 마치 역사의 실제 사건을 목격하는 듯 하게 해줍니다.
넷째 스테디캠 촬영으로 흔들리면서 역동적인 모션을 통해 생생한 현장감마저 부여해 줍니다.
이 모든 촬영기법과 효과들은 1인칭 시점을 구현하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서 잔혹한 역사속으로 보는 이들을 함께 동참시킵니다. 특별한 특수효과나 반전 스토리 없이 묵묵히 그려내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입되게 되며 잔잔한 울림을 갖게 되는 좋은 영화입니다.
마치 앞서 소개해드린 "홀로코스트 영화" 들이 웰메이드 스타일의 깔끔함이 돋보인다면 이 영화는 거친 느낌의 터치가 느껴지는 풋풋한 감성이 돋보인다고 하겠습니다.
영화를 본 후 느낌을 담은 곡은
'King Crimson' 의 "Epitaph" 을 추천합니다.
추천이유는 그토록 아들의 장례을 치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주인공의 마지막 결말이 너무나 허무하고 비극적으로 마무리되고 마는 데,
엔딩장면의 여운이 짙게 느껴지면서 이 노래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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