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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 5집 우주기타
이병우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16년 6월
평점 :
기타리스트이자 음악감독인 '이병우'는 많은 대중들에겐 낯설 수 밖에 없는데 그는 대중음악을 하지만, 대중음악의 궤도 밖에서 유영하는 별처럼 밝게 빛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대중음악가이기 때문입니다.
1986년 포크 뮤지션 '조동익' 과 함께 결성한 "어떤날" 은 아마도 그를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 첫번째 계기를 만들었는 데 단 두장의 앨범을 낸 뒤 '조동익' 은 솔로로 나섰고 '이병우' 그는 새로운 음악의 길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그런 날에는" "출발" "초생달" 등이 당시 라디오와 음반 그리고 라이브 공연을 통해 조용히 알려지면서 점점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늘어만 갔으나, 해체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후 음악유학중에도 대중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는 데 계속적으로 기타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대중들과 호흡했던 그는 본격적으로 영화음악을 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마리 이야기"(2002) 를 시작으로 "장화, 홍련"(2004) "왕의 남자"(2006) "괴물"(2006) "마더"(2009) 등의 음악으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한번쯤 귀에 익숙한 그가 만든 음악의 멜로디는 기억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음악에 매진하던 그가 오랜 침묵끝에 무려 13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여섯번째 앨범 "우주기타" 를 들고 우리들 곁을 찾아왔습니다.
새 앨범 "우주기타" 는 영화음악가 '이병우' 가 아닌 포크음악을 하던 '어떤날'의 '이병우' 도 아닌 오롯이 기타리스트 '이병우' 의 음악이 담겨져 있습니다.
앨범을 플레이하면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의 스토로크가 듣는 이의 귀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첫번째 비행" 으로부터 출발합니다. New Age 스타일의 전주를 지나고 나면 격정적인 프레이즈가 펼쳐지는 후반부와 완전히 대조를 이루며 마치 비행을 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듯 합니다.
무겁고 난해하게 들려온 첫 곡을 지나 밝고 경쾌한 포크 스타일의 "다시 출발" 이 흐르고, 희망찬 멜로디가 돋보이는 "모험을 걸다" 로 이어지는 데 마치 'Pat Matheny'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목부터 특이한 "북극곰" 은 몽환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는 데 후반부의 어둡고 무거운 리듬은 무척이나 당혹스러울 정도로 음산한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이어서 "아버지의 편지" 는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를 향한 절절한 마음이 담겨있는 사부곡으로서 굳이 가사가 없어도 한음 한음 울려퍼지는 기타 연주음 만으로도 그의 마음이 그리고 진심이 전해져 오는 듯 합니다.
본 앨범에서 그나마 가장 대중적인 곡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이 곡 "나는 니가 이상해서 조터라" 를 선택하겠습니다. 그 답지 않은 곡 제목과 달리 한없이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멜로디를 가진 연주곡으로서 푸근한 그의 얼굴만큼이나 편안하게 들려옵니다.
실험적이고 몽환적인 곡 "다가오는 심장소리" 를 지나 짧은 연주곡 "작은우주" 에 이은 "도킹-기타 발전소" 는 애절하면서 비장미가 넘치는 아르페지오 스타일의 연주곡 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홀로 어두운 숲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의 "어두운 숲속" 까지 듣고나면 왠지 나 자신의 세계로 깊숙히 침착됨을 느껴지는 데 이럴 때 들려 오는 앨범 마지막 수록곡 "애국가" 가 들려와 깜짝 정신이 돌아옵니다.
늘 우리들이 부르고 듣던 애국가이지만 '이병우' 그가 기타로 연주하는 "애국가" 는 왠지 색다른 느낌을 선사해 줍니다. 뭐랄까 다소 무겁고 딱딱한 곡을 친숙하고 정겨운 우리네 민요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앨범을 들은 느낌을 말하자면
"별이 빛나는 밤에 들려오는 한줄기 기타소리"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수많은 곡들이 발표되고 사라지는 대량생산재의 세계인 대중음악계에서 그리 특별나지 않지만 듣고 있으면 마음에 커다란 파문이 이는 듯한 그의 기타연주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으며, 이러한 그의 연주곡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들에겐 대단히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