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 [초특가판]
허진호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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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통해 데뷔한 감독 '허진호' 를 빼고 우리나라 멜로영화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필모그래피는 탁월한데 본 영화 이후 "봄날은 간다" "행복" "외출" "호우시절"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절제된 감정과 감추어진 고백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결말없는 엔딩을 통해 일종의 '여백의 미' 를 즐겨 구사하고 있습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의 내용은

변두리 사진관을 운영하며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정원(한석규)과

구청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간의 사랑이야기로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정원에게 남겨진 며칠동안의 기간동안에 벌어진 다림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개봉되었던 시기는 우리나라의 경제 암흑기인 IMF 시절이었는데 부실기업 및 은행 정리등으로 인한 조기퇴직 급증과 함께 얼어붙은 생활등으로 온 국민 모두 힘겨웠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반영한 듯 '김정현'씨의 소설 "아버지" 나 비슷한 분위기의 멜로영화 "편지" 등의 슬픈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당시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며 많은 인기를 모으기도 했었습니다.


영화에 출연한 '한석규'는 이후에도 승승장구하며 영화 "쉬리"를 통해 국민배우로서의 인기를 얻기도 했으며, 이번 영화에서는 그의 노래 솜씨를 과시하며 타이틀 곡 "8월의 크리스마스(Ending Title)"까지 불러 이레적으로 히트를 기록하며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에 자리잡고 있기도 합니다.

 

'다림'역을 맡은 여배우 '심은하' 영화 출연전에는 갓 인기를 얻던 신인여배우 로서 흔히 말하는 '발연기' 논란이 있었으나, 영화의 호연 덕분에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미녀 여배우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미술관옆 동물원" "텔 미 썸싱" 등으로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다 2000년 영화 "인터뷰"끝으로 은퇴하고 말아 더이상 그녀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없습니다.

 

영화는 삶과 죽음을 비교적 관조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죽음하면 흔히들 연상되는 아픔, 고통 그리고 슬픔 등의 감정들이

영화에선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영정사진을 직접 찍거나

병원 대기실 혹은 입원해 있던 정원의 모습을 통해서 관객들은

그가 심각한 병에 걸려 있고 곧 죽음에 임박했다는 사실만을

미루어 짐작하도록 지극히 덤덤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영화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직접적인 묘사보단 객관적이고 관조적인 묘사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들이 은은하게 오래가는 것 같네요.

아울러, 영화는 함께 본 그 때와 그 사람을 추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서 처음 영화를 보았던 개봉당시인 1998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극장에서 본 것 같은데 함께 본 사람과 영화 이야기를 한참 동안이나 나누었습니다.

대화내용은 영화 결말에 관한 부분인데 내가 주인공이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으로서 아무래도 자신의 병때문에 소극적인 남자주인공의 행동 때문에 그런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개인적으론 좀 무책임해 보입니다.

비록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이나 상태는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때 영화를 함께 본 사람과는 인연이 아니었는지 이후 함께하지 못했고,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녀 역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저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나 저처럼 그때의 추억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을런지는 모르지만...

영화를 본 후 느낌을 담은 곡을 선곡하자면
영화속에서 정원이 홀로 남겨질 아버지에게 VCR 사용방법을 가르쳐주다가 갑자기 복받쳐오르는 감정에 폭발하고 홀로 우는 장면에서 흐르던 Villa-Lobos 의 "Bachianas Brasileiras No 5 Aria" 입니다.

브라질의 민속음악에 바흐의 음악을 접목시킨 곡으로서 영화내내 폭발할 듯하다 끝내 폭발하지 않고 참아내는 정원의 감정과 가슴속으로 삭이는 듯한 슬픔을 달래주는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http://never0921.blog.me/22052829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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