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FM (2disc)
김상만 감독, 마동석 외 출연 / 프리지엠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영화심야의 FM”

심야 FM방송 프로그램인 영화감상실을 진행하는 DJ를 둘러싼 범죄 및 스릴러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미 여러차례 봐왔던 같은 장르의 타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전형적인 내용이며 

영화 캐릭터들 또한 철두철미하게 준비한 범죄자,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DJ, 항상 뒷북을 치는 경찰, 개념없이 방송만을 추구하는 기자 그리고 위기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아이들까지 모두 다 정형화되어 있어 전례답습적인 면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영화내용은 5년간 심야 FM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아나운서겸 DJ(수애)자신의 딸 치료를 위해 방송을 그만두면서 마지막 생방송을 준비하게 됩니다.

평소 뉴스와 라디오 진행에 있어 완벽주의자로서 선곡부터 멘트까지 꼼꼼히 준비하던 그녀에게 생방송중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는 방송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걸려온 의문의 전화는 그녀의 가족을 납치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방송하라는 요구를 하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주연을 맡은 라디오 DJ 역의 수애씨의 연기보다는 주유소 습격사건”“올드보이에서 차갑고 냉정한 악역연기를 선보여준 유지태씨가 여기에서도 라디오DJ를 흠모하며 자신의 폭력행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납치범으로 등장하여 섬뜩한 모습의 연기가 더욱 인상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는 이들 주연배우말고도 출연하는 조연배우들이 화려한데요

라디오DJ를 흠모하는 괴상한 열혈팬 마동석, 라디오DJ와 대립각을 세우는 PD 정만식, 오직 취재에만 관심이 있는 기자 곽도원 그리고 라디오 작가 최송현씨가 출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실제 KBS 아나운서였다가 배우로 전향한 최송현씨가 작가역으로 출연하는 것이 무척 이채롭지만 어색한 사투리는 영화초반 흐름을 깨뜨릴 정도로 미스 캐스팅이 아닌가 싶네요.

 

영화를 본 후 느낌은

라디오DJ와 범죄자간의 대결 결과보다는

왠지 라디오DJ역을 맡은 수애를 보면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고인이 된 MBC 정은임 아나운서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시나리오 및 연출을 맡은 김상만 감독이 정은임 아나운서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속 라디오DJ 수애와 “FM 영화음악을 진행하던 정은임 아나운서와는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우선 새벽2시 심야 라디오방송으로서 영화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진행 목소리나 멘트들이 유사하며 무엇보다도 소신이 뚜렷하고 굉장히 의식있는 아나운서였다가 심야 라디오DJ로 좌천되었다는 점이 똑같습니다.

 

지금은 JTBC 보도국 사장이 되신 손석희씨와 함께 당시로는 아나운서로서 발언하기 힘든 노동, 인권 그리고 시국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으로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죠.

 

정은임 아나운서의 라디오를 듣던 시절

저는 복학생이었는데 당시 암울하던 미래진로와 외로웠던 짝사랑으로 인해 여러모로 많이 힘들어 하던 시기였는데

매일 새벽까지 잠 못이루며 고민하다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찾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만큼 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하면서도 희망을 북돋우어주는 힘을 가진 매력이 있었는데 지금도 머릿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맴도는 듯 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본 느낌을 담은 노래 대신

200310월 발생한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고공크레인에서의 투신사건과 관련해서 정은임 아나운서가 남긴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라는 유명한 라디오 멘트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U-tube에 라디오 멘트를 담은 여러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과 함께

그녀의 미니홈피가 아직도 있는 것을 보니

저처럼 아직도 그녀를 잊지못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 것 같아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영화를 본 뒤 다시금 정은임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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