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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TO INNOCENCE (박혜영 1집)
록레코드 (Rock Records)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예전에는 시내 번화가를 걷다보면 거리의 리어카에서 불법복제된 테이프를 판매하곤 했죠. 가볍게 들을 수 있도록 최신 인기가요 혹은 팝송 등을 묶어 테이프로 판매했었는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들어보면 최근 히트송이 무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무심결에 스쳐 지나가는 와중에서도 자신의 귀를 솔깃하게 들리는 노래가 나오면 잠시 멈추어 서서 듣다가 판매하는 분께 노래제목이랑 가수를 물어본 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소개해 드릴 박혜영의 "사진" 이란 노래 역시 개인적으론 그러한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이 노래는 1999년 발표한 그녀의 데뷔앨범 "Return To Innocence" 에 수록된 타이틀 곡인데 아쉽게도 당시 인기를 얻지 못하고 금세 사라졌으며, 이후 활동을 지속하지 않아 이 앨범이 데뷔이자 마지막 앨범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지금와서야 생각해보니 지나치면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노래가 단번에 끌렸던 이유는 아마도 개인적으로 최고로 좋아했던 작곡가겸 가수인 김현철이 만든 노래여서 그렇지않나 싶네요?
특이한 점은 데뷔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김현철씨가 디렉팅을 해서 그런지 유명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점이 무척이나 이채롭네요.
앨범을 플레이하면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마이너 발라드 넘버 "사진" 으로 출발합니다. 가녀린 듯 들려오면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호소력짙은 그녀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인상적인데요. 정효진의 Saxophone 연주가 곡 전체의 애절함을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훌륭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이어서 그러기 쉽지 않은데 헤어진 후 연인을 걱정하는 내용의 "안부" 가 이어지는데 심상원의 주특기인 바이올린 연주가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소프트한 발라드 넘버입니다.
이제 R&B 스타일의 Groove가 넘치는 "다시 말해줘" 가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는데 여기에다가 Sam Lee의 기타 Tapping 연주와 더불어 작곡가 유정연의 코러스가 환상적입니다.
작곡가 유정연씨가 이제는 과감히 듀엣에 나서기까지 했는데요 바로 이 곡 "그럴수 있잖아요" (Duet 유정연)인데요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발라드곡입니다. 유정연씨의 보컬은 그닥 도드라져 보이진 않지만 박혜영씨와의 조화는 나름 괜찮아 보입니다. 특히 Bridge 부분에 펼쳐지는 정효진의 Soprano Saxophone 의 솔로연주는 가히 감탄을 금치 못할정도로 아름답네요.
분위기를 바꾸어 비트감 넘치는 연주를 선보이는 "애증" 이 들려오는 데요 강수호의 Drum과 Sam Lee의 일렉트릭 기타연주가 강렬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가성처럼 낮게 깔리는 듯한 박혜영의 목소리가 이채롭네요.
장중한 분위기의 발라드 넘버 "자꾸만" 이 등장합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파워풀한 여성 코러스는 김태영씨로서 한번의 등장에 임팩트있는 목소리를 들려주네요.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한 김현철씨가 직접 듀엣에 나선 "우리 헤어지면" (Duet 김현철)으로 이어집니다. 그간 여러차례 여성가수들과의 성공적인 듀엣곡을 불러온 그 답게 여유있게 박혜영을 이끌어 줍니다.
지금은 유명한 작곡가겸 연주자인 김광민씨가 세션 뮤지션 시절이었던 당시 건반세션에 참여했던 "난 아닐꺼야" 가 흐릅니다. 영롱한 키보드 연주가 곡 전체를 감싸고 작곡가인 신재홍씨가 직접 코러스에 나선 곡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본 앨범에서 가장 흥겨운 곡이 아닐까 싶은데요 펑키한 디스코 넘버 "바이야" 는 Bridge 부분에 펼쳐지는 김광민의 Moog Solo와 Sam Lee의 일렉트릭 기타 Riff 연주대결이 인상적입니다.
다소 블루스적인 색채를 띤 어두운 느낌의 "내 이름 지니" 를 지나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그대가 그댈 모르면" 으로 마무리 짓게 됩니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당부의 내용이 담긴 가사내용이 인상적인데요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가 곡의 품격을 더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앨범을 들은 느낌을 말하자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버린 데뷔앨범" 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계속 가수활동을 했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데뷔앨범치곤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었는데
미처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처럼 사라져버려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