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메르스(MERS-CoV) 확산으로 인해 공포감이 전국을 뒤덮고 있습니다.

오늘 잠시 외출을 했는데요. 정말이지 주말이면 차들로 인해 붐비던 해운대쪽 도로들이 너무나 한산해서 놀랐습니다.

도로는 차들이 없어 적막과 고요로 넘쳐나고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몇몇 사람들만 간간히 보이고...

마치 명절날 도심지 모습이나 영화속에서나 볼 만한 광경이라 당혹스럽네요.

요즘같이 미묘한 시기에 김 훈의 "남한산성" 을 다시 볼려고 꺼내든게 아니라 몇달전부터 조금씩 보고 있었는데 메르스가 발생한 것입니다.

왜 미묘한 시기냐구요? 그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병자호란 당시의 남한산성내 조선시대 모습이랑 지금의 메르스에 허둥지둥대는 우리네 모습이랑 정확히 일치하니까요.

 

책은 1636년 병자년 겨울, 청의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서울로 진격해 오고, 조선 조정은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들 수밖에 없었던 시기의 기록으로서 정확히 16361214일부터 1637130일까지 47일 동안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말과 말의 싸움, 삶과 죽음의 등치에 관한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민낯 그대로의 기록을 담았다.

 

특히 쓰러진 왕조의 들판에도 대의는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며 결사항쟁을 고집한 척화파 김상헌,

역적이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삶의 영원성이 더 가치있다고 주장한 주화파 최명길,

그 둘 사이에서 번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미루는 임금 인조,

그리고 전시 총사령관인 영의정 김류의 복심을 숨긴 좌고우면,

산성의 방어를 책임진 수어사 이시백의 기상은 남한산성의 아수라를 한층 비극적으로 형상화한다.

그럼 글중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찾아보면

'버티는 힘이 다하는 날에 버티는 고통은 끌날 것이고,

버티는 고통이 끝나는 날에는 버티어야 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인데

버티어야 할 것들이 모두 소멸할 때까지 버티어야 하는 것인지...'

"칸이 오면 성문이 열린다는 말과

칸이 오면 성이 끝난다는 말이 뒤섞였다.

칸이 오면 성은 밣혀죽고

칸이 오지 않으면 성은 말라 죽는다는 말이 부딪쳤는데,

성이 열리는 날이 곧 끝나는 날이고

밣혀서 끝나는 마지막과 말라서 끝나는 마지막이 다르지 않고

열려서 끝나나 깨져서 끝나나, 말라서 열리나 깨져서 열리나

다르지 않으므로 칸이 오거나 안오거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있었다.

 

메르스를 상대하는 우리네 지금 모습과

소설 "남한산성" 속의 선조들의 모습과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문제해결을 위한 즉각적인 행동보단 말들이 넘쳐나고 있고

넘쳐나는 말들로 인해 혼란만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본질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나 차분한 대응보다는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여러모로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죽어서도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치욕스러운 역사의 한장면에서 펼쳐진 지도층의 쓸모없는 치열한 논쟁과 민초들의 핍진한 삶을 담은 소설 "남한산성" 의 시계가

지금 현재도 ​똑같이 흐르고 있다. 데칼코마니 처럼...

 

http://never0921.blog.me/220389971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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