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가 주연을 맡았던 "공기인형" 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이란 따뜻한 감성의 영화를 만들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를 보고나면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무래도 자신의 핏줄이지만 6년 넘게 떨어져 지내면서
다른사람을 자신의 아버지가 알고 있던 아이와 함께 하는 동안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설명하다가
아이가 '왜 그래야 하냐?'고 하는 질문에 힘들어하는
장면을 손꼽을 수 있다.
이런 기가막힌 상황을 6살짜리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입장으로의 감정이입이
심하게 느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당신이면 핏줄을 가졌지만 6년간 떨어져 있던 아이를 선택할 것인가
아님 핏줄은 아니나 6년간 함께 지낸 아이를 선택할 것인가...
냉정할 수도 있지만 어느 누구라도 쉽게 답을 할 수 있는 성질은
아닌 아주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화를 보는 동안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내 기억속의 아버지는 늘 무섭고 나쁜 모습만이 있었고,
따뜻하거나 좋아한다는 것은 나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허나 돌아가신 순간 나도 모르게 많은 눈물을 쏟아내며 서글퍼했고,
가끔씩 힘든 일이 생기면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서
술 한잔과 함께 절을 올리며 그리움을 삼킨다.
내가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니
비로소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다르게 보이고
왠지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도 함께 있다면
좋은 관계로 지낼 자신은 없지만
내 아버지이기 때문에 보고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만일 영화속 주인공이라면
선뜻 누구 한 명을 선택하기 보다는
많은 시간을 두고 두 아이와 가까이 지내면서
아이들이 함께 의논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줄 것 같다.
영화를 본 후 느낌을 담은 노래를 꼽자면
당연히 N.EX.T의 "아버지와 나" 를 들 수 있다.
영화가 아버지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버지와 아들관계라면
이 노래는 아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인데
공통점은 함께 있을 때에는 모르다가
멀리 떨어져 있을때 비로소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가족간의 특징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뒤 아버지를 뵈러 다녀왔다.
바로 이 영화때문에 문득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