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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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은희경' 의 저서 "빛의 과거"

"태연한 인생"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로 깊이 숙고해 오랫동안 쓰고 고쳐 쓴 작품이며, 갓 성년이 된 여성들이 기숙사라는 낯선 공간에서 마주친 첫 다름과 섞임의 세계를 그려냈는데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통해 다양하며 입체적인 여성 인물들을 제시하고 ’70년대의 문화와 시대상을 세밀하게 서술한다.

 

특히, 소설가 '은희경' ’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통해 잘 읽히고 재미있으면서 진한 페이소스를 전해주고 있는데 각종 문학상 수상으로 소설가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작품에선 중년 여성이 오랜 친구의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 를 읽게 되면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같은 시공간을 공유했으나 전혀 다르게 묘사된 소설 속 기숙사 생활을 통해 다름과 섞임의 세계를 그려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럼, 이 책의 특징을 몇가지로 요약해 소개하면

"이야기의 양면" "flashback" 그리고 "단 한번의 호흡" 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먼저 "이야기의 양면"

책 내용중 "그때 나도 어느정도의 거리만 있었을 뿐 우리가 같은 공간과 시간대를 공유하며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본 나와 내가 본 그녀가 마치 자석의 두 극처럼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으므로 실제의 간격은 훨씬 더 벌어져 있었다" 처럼 소설속 캐릭터들이 같은 공간,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서로의 관전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타인의 거울로 마주한 주인공이 겪게 되는 혼란과 당혹감을 저자는 시니컬한 태도로 마주하고 있는데 역시 책 내용중 "한 사람이 오르막길로 상승할 때 다른 사람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한 사람이 언덕마루에 서서 경치를 내려다볼 때 다른 한 사람은 바닥에서 헛발질을 하고 있기도 한다. 아침에 볕이 들었던 자리가 저녁이 되면 싸늘해지듯 빛은 자리를 옮겨 다니는데 어둠은 규칙없이 찾아온다" 에서도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관점에서 편집된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핵심일텐데 책에서도 말하듯 과거의 진실이 현재를 움직일 수도 있고, 과거의 내가 나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라면 현재의 나도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결코 편집하거나 유기할 수 없는 점이란 건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아는 자신의 삶은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어서, "flashback"

과거인 ’77년과 현재인 ’17년을 오가며 진행되는 스토리 전개는 상당히 특이한 구조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장치는 독자로 하여금 깊은 몰입감과 더불어 대조·대비를 통해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된다.

 

또한, 찬란하게 만들었다고 믿었던 그 시절 빛의 면모를 현재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형식은 객체화에 커다란 기여를 한다고 보여지는데 영화장르에서 흔히 차용하는 "flashback" 을 통해 구체화시켰다고 하겠다.

 

그래서, 제목이 "과거의 빛" 이 아니라 "빛의 과거" 라고 정한 이유를 유추해보면 "그 시절 우리에게는 수 많은 벽이 있었다. 그 벽에 드리워지는 빛과 그림자 의 명암도 뚜렷했다. 하지만 각기 다른 바위에 부딪쳐 다른 지점에서 구부러지는 계곡물처럼 모두의 시간은 여울을 이루며 함께 흘러갔다.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때 우리 모두는 막연하나마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지금과 다를거라고 믿었다." 처럼 과거에 함몰된 사실이 아니라 과거를 거쳐 변화한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인간들은 다 자기를 주인공으로 편집해서 기억하는 법이거든.

아울러, "단 한번의 호흡"

소설가 '은희경' 소설의 가장 커다란 특징인 쉽게 잘 읽힌다는 점으로 이번 소설 역시 단 한번의 호흡으로 읽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은희경' 의 소설은 스토리가 뛰어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문학적 표현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데 소설의 서사 진행 과정중 독자들 옆구리를 치듯 불쑥 생에 대한 단상을 날리는 매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긴 시간을 알고 지낸 사람들의 인생을 각기 포물선 그래프로 그려보면 뜻밖에도 서로 맞닿는 경우가 적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치 시소게임 같다.

끝으로,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하자면

'러블리즈'"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  추천한다.

 

 

https://never0921.blog.me/222017176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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