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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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최근 개봉한 영화 "어느 가족" 으로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급부상했다.

 

1995년 영화 "환상의 빛" 으로 데뷔한 후 "원더풀 라이프 (1998), 아무도 모른다 (2004), 걸어도 걸어도 (2008), 공기인형 (2009),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 등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죽은 자" "남겨진 자" 들의 상실과 슬픔의 치유 과정을 특유의 따스한 시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홈 드라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풀어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이번 그의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은 그가 20년 넘게 영화를 찍으며 만났던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 경험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영화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대한 생각들을 차분히 담아낸 영화 자서전으로 구상에서 완성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되돌아 봤다.

 

25편에 이르는 자신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가며, 시대를 영화에 담는다는 문제, 그 과정에서 찾아낸 자기만의 철학과 윤리, 영화를 찍으며 맞닥뜨렸던 곤경과 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을 몇가지로 요약해 소개하면

"논픽션 vs 픽션" "홈드라마" 그리고 "상실" 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먼저 "논픽션 vs 픽션"

TV 다큐멘터리 제작사에 입사해 연출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논픽션" 과 영화 "픽션" 이란 두 개의 유사하지만 상반된 성격의 영상 매체를 함께 다루어왔다.

 

특히, 영화감독 전에 TV 다큐멘터리 연출가로서 출발한 만큼 그가 만든 8편의 다큐멘터리 "지구(ZIG ZAG), 그러나... :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또 하나의 교육 : 이나 초등학교 봄반의 기록, 번영의 시대를 떠받치고 -도큐먼트 피차별 부락, 일본인이 되고 싶었다..., 심상 스케치 : 저마다의 미야자와 겐지, 그가 없는 8월이, 다큐멘터리의 정의" 일련의 작품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복지의 허상, 대안 교육, 재일 한국인의 삶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바탕으로 비판적인 시각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끊임없는 고민과 반성을 거듭했는데 이러한 그의 노력들이 영화감독이 된 지금에도 자양분이 되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들을 보면 다큐멘터리 스타일이 짙게 배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다큐멘터리 연출가 출신이란 정체성을 갖고 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홈드라마"

그가 만든 영화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영화 장르인데 가족에 대한 이상적인 관념 즉, "가족이니까 서로 이해할 수 있다거나 가족이니까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 보다는 "가족이니까 들키기 싫다거나 가족이니까 모른다" 와 같은 실제적인 사실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그의 영화들에선 가족끼리 함께모여 식사를 하거나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유독 눈에 많은데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은 비일상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속에 존재한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따라서, 그가 어린시절부터 보아왔던 TV 홈드라마에 대한 존경을 바탕으로 계승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가치관이 그가 만들었던 영화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상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주로 "죽은 자" 와 "남겨진 자" 가 겪는

상실과 슬픔의 치유 과정을 즐겨 다루는데 대체로 "상실을 그린다" 표현보다 "남겨진 사람들을 그린다" 는 표현이 맞다고 그는 밝혔다.

 

특히, 영화 "아무도 모른다" 의 칸 국제영화제 출품 인터뷰에서 러시아 ​기자에게서 "당신은 종종 죽음과 기억의 작가라고 불리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은 나중에 남겨진 사람, 즉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나 자살한 남편의 아내, 가해자 유족 등 누군가가 없어진 뒤에 남겨진 사람을 그린다 는 말을 들은 이후 확실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서양에선 삶이 끝난 다음에 죽음이 시작된다는 '삶과 죽음이 대립하는 개념' 이지만 동양에서는 삶과 죽음은 표리일체 , 삶과 죽음은 서로 가까이에 있으며 죽음은 언제나 삶에 내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끝으로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하자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따스한 영화 철학을 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는 백년의 역사를 그 거대한 강에 가득 담고 내 앞을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강은 말라붙지 않았으며, 아마 앞으로도 형태를 바꾸며 흘러갈 것이다. '모든 영화는 이미 다 만들어졌다' 라는 말이 진실인 양 떠돌던 1980년대에 청춘기를 보낸 사람은 '지금 내가 만드는 것이 과연 정말로 영화인가' 라는 물음을 언제나 품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불안' 도 피로 이어진 듯한 연대감도 모두 뛰어넘어, 순순히 그 강의 한 방울이 되기를 바랐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끼는 두려움과 동경이 조금이라도 독자들에게 전해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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