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의 심경과 다녀와서의 소회


나는 실로 미련이 많았다. 그만큼 동경하던 곳이라 가게 된 것이 무한히 기쁘련마는 내 환경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내게는 젖먹이 어린애까지 세 아이가 있고, 
오늘이 어떨지 내일이 어떨지 모르는70 노모가 계셨다.
 그러나 나는 심기일전의 파동을 금할 수 없었다.

아, 아, 동경하던 구미 만유도 지나간 과거가 되고, 그리워하던 고향에도 돌아왔다. 이로부터 우리의앞길은 어떻게 전개되려는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단 이후, 우리는 대륙과 단절된 섬이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여행의 제한을 느껴 본 일이 없고 지도 상으로 대륙의 일부였으니 섬이라 생각해 본일이 없어서였다. 돌이켜보면 유럽과는 땅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대륙횡단열차가 있는데. 있는 줄도 모르는 금제가 놀라웠다.


그리고 여기. 조선 여성 최초로 대륙횡단열차를 탔으며, 1년 8개월여 간 세계 일주를 한 여행기가 있다. 땅에 분절이 없었으니 당시엔 특별히 놀라일도 아니었을 테지만 지금 이 시대에서는 신기하기만하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중국, 러시아, 프랑스, 스위스, 독일, 스페인,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일본, 다시 부산. 대륙의 동쪽 끝에서 기차에 올라 대륙 서쪽 끝으로. 듣기만해도 설레는 이름들.

현장독서라는 단어를 접한 이후, 여행가는 길에는 반드시 걸맞는 여행기를 가져가겠노라 벼르고있다.
(앤 페디먼의<서재결혼시키기>에 현장독서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배낭에 이 책을 넣고 용산역으로 향하는 날을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100여년 전에 걷고, 보고, 느꼈던 현장에서 책을 펼치는 일은 어떤 경험일까.






...스위스를 보지 못하고 유럽을 말하지 못할 만큼 유럽의 자연 경색을 대표하는 나라가 스위스요. 그 중에도 제일 화려하고 사람 운집하는 곳이 이 제네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4-02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두파이 2022-04-02 13:12   좋아요 1 | URL
저도 용산발 대륙횡단열차 타고 유럽까지 가보는 게 꿈이에요~ 그날이 오면 나혜석산문집 하나 들고 가려구요 두근두근
 

매력적인 직업, 편집자

타이완의 작가 방누어는 출판사 편집자들을 굉장히 신기한 존재로 묘사한 적이 있다.

 편집자들은 2000권밖에 안 팔리는 책들을 줄줄이 생산해내는 데, 여기에 "어떤 가치에 대한 신념이 확실히 존재하고 그 가치가 그들 마음속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본 것이다.

부富는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요구되는 세속의 진리인데, 부는커녕 자기 밥벌이도 못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순적이게도 편집자는 출판의 지속성을 위해 종종 좋은 책들이 무덤 속으로 향하도록 방치한다.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잊혀진 것들의 도시에는 온갖 잊힌 것들이 깃든다.

고양이도 잊히는 것에 예외 없는데, 오래 머무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일러스트도, 글도, 상상력도 아주 멋진 책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고양이가 오랜 시간 잊혀질 일은 절대 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의 쓸모
과학은 당연히 쓰임이 있는 것 아닌가. 무쓸모한 과학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시는지. 일반적으로 예술분야에 비견하여 과학은 실용적인 것, 쓸모 있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니 과학자가 쓸모를 논한다면 당연히 과학이라는 학문의 효용이 얼마나 넓은지 혹은 얼마나 오래 전부터인지 얘기할 줄 알았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분야, 예쁜꼬마선충 연구가 얼마나 쓸모없는지 말한다. 세상사의 이치에서 예쁜 것도 꼬마인 것도 선충이라는 동물도 쓸모있다 말하 어려운데, 이 단어들의 총합, 예쁜꼬마선충만큼은 아니라면서.

*쓸모의 과학

쓸모란 무엇인가. 기초과학분야는 ‘돈 되는‘ 연구가 아닌 경우가 많아 연구비지원 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는데 쓸모의 기준은 역시 금전문제일까. 경제적 관점에서 선충연구는 전기차기슬혁신이나 인공지능연구에 비해 쓸모없는 것이 맞다. 그러나 발생과 노화, 유전체 편집기법을 찾는 데에는 예쁜꼬마선충연구가 역할을 한 바가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말한다.

˝얼핏 봐서는 전혀 중요할 것 같지 않은 보잘것없는 것들 덕분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쓸모없는 것들이 결국 우리를 구할지도 모른다.˝ 204p

*과학과 인생
염색체는 망가지기를 잘 하며 수선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돌연변이가 다양하게 존재해야 종의 생존에 유리하므로 없애야할 것이 아니다. (단세포의 세포 분열에서 암수교미로 진화한 것도 다양성을 추구하느라 그랬다는 것이다.) 역시나 망가지기를 잘 하는 인간인 관계로 이런 이야기가 단순한 염색체의 얘기로 보이지 않았다. 저자의 말마따나 이리저리 망가져 다양하게 분화하는 것도 인격 성장의 계기가 아닐까말이다.
˝인생이라는 실타래도 매순간 끊길 듯 위태롭지만 결국 어떻게든 이어지고,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159p

세포사멸도 그랬다. 세포가 적시적소에 죽어야 유기체가 정상적으로 자란다는 연구 결과에서도 인생이 보인다. (낄끼빠빠, 적재적소, 중용을 추구하기란 문과생이 특수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


˝연구란, 인류가 알고 있는 지식의 테두리를 송곳으로 조금씩 찔러 넓히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39p

저자의 이 말에 무한히 동의한다. 과학 이외의 분야에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인문학 또한 인류가 알고 있는 인간을 송곳같은 질문으로 조금씩 찔러 여기저기 괴롭혀 보는 일이 아닐른지 말이다.


얼핏 봐서는 전혀 중요할 것 같지 않은 보잘것없는 것들 덕분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쓸모없는 것들이 결국 우리를 구할지도 모른다. - P2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