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쓸모
과학은 당연히 쓰임이 있는 것 아닌가. 무쓸모한 과학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시는지. 일반적으로 예술분야에 비견하여 과학은 실용적인 것, 쓸모 있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니 과학자가 쓸모를 논한다면 당연히 과학이라는 학문의 효용이 얼마나 넓은지 혹은 얼마나 오래 전부터인지 얘기할 줄 알았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분야, 예쁜꼬마선충 연구가 얼마나 쓸모없는지 말한다. 세상사의 이치에서 예쁜 것도 꼬마인 것도 선충이라는 동물도 쓸모있다 말하 어려운데, 이 단어들의 총합, 예쁜꼬마선충만큼은 아니라면서.
*쓸모의 과학
쓸모란 무엇인가. 기초과학분야는 ‘돈 되는‘ 연구가 아닌 경우가 많아 연구비지원 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는데 쓸모의 기준은 역시 금전문제일까. 경제적 관점에서 선충연구는 전기차기슬혁신이나 인공지능연구에 비해 쓸모없는 것이 맞다. 그러나 발생과 노화, 유전체 편집기법을 찾는 데에는 예쁜꼬마선충연구가 역할을 한 바가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말한다.
˝얼핏 봐서는 전혀 중요할 것 같지 않은 보잘것없는 것들 덕분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쓸모없는 것들이 결국 우리를 구할지도 모른다.˝ 204p
*과학과 인생
염색체는 망가지기를 잘 하며 수선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돌연변이가 다양하게 존재해야 종의 생존에 유리하므로 없애야할 것이 아니다. (단세포의 세포 분열에서 암수교미로 진화한 것도 다양성을 추구하느라 그랬다는 것이다.) 역시나 망가지기를 잘 하는 인간인 관계로 이런 이야기가 단순한 염색체의 얘기로 보이지 않았다. 저자의 말마따나 이리저리 망가져 다양하게 분화하는 것도 인격 성장의 계기가 아닐까말이다.
˝인생이라는 실타래도 매순간 끊길 듯 위태롭지만 결국 어떻게든 이어지고,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159p
세포사멸도 그랬다. 세포가 적시적소에 죽어야 유기체가 정상적으로 자란다는 연구 결과에서도 인생이 보인다. (낄끼빠빠, 적재적소, 중용을 추구하기란 문과생이 특수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
˝연구란, 인류가 알고 있는 지식의 테두리를 송곳으로 조금씩 찔러 넓히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39p
저자의 이 말에 무한히 동의한다. 과학 이외의 분야에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인문학 또한 인류가 알고 있는 인간을 송곳같은 질문으로 조금씩 찔러 여기저기 괴롭혀 보는 일이 아닐른지 말이다.
얼핏 봐서는 전혀 중요할 것 같지 않은 보잘것없는 것들 덕분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쓸모없는 것들이 결국 우리를 구할지도 모른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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