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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 ㅣ 시사IN 저널북 (SJB) 2
김영화 외 지음 / 시사IN북 / 2021년 10월
평점 :
˝아프다는 사실보다, 아픈 몸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 때문에 슬펐다.˝
1년간 항암치료를 여덟 번 받았다. 그사이 ‘유방암 4기 생존자‘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어떤 날은 손끝 하나 움직이기 어려웠지만 어느 날은 항암 끝나고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을지 생각하느라 설레기도 했다. 매 순간 격렬히 슬퍼할수만은 없었다. ‘아프면 아픈 대로의 삶이 있을 것‘이라고 정씨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울상이 된 지인들의 걱정과 위로를 받으며 ‘괜찮다‘ 안심시키느라 매번 진을 뺐다. 사회가 질병을 얼마나 낯설어하는지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아픈 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쉽게 대상화되었다. 아프다는 사실보다, 아픈 몸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 때문에 슬펐다. - P25
한 사람이 보내온 시간 속에는 시간을 같이 쌓아가는 ‘동반자‘가있어요. 그래서 한 사람의 죽음은 내 시간의 일부가 같이 소멸되는 일이기도 해요. ‘우리‘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데 그동안은 목숨 살리는 거 하나만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우리 사회에 전무했죠. 의료인들도 마찬가지죠. 마치십자군 전쟁 때 ‘신이 그것을 원하신다‘ 한마디에 무조건 뛰어갔던 것처럼 살리는 일에만 몰두해요. 좀 도발적인 질문이 필요한 때인 거 같아요. 그렇게 생명이 중요한가,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가, 죽음이 꼭 나쁜가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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