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공을 던져주길 원하는 방향은 아마 이곳이었을 것이다.˝

너 나한테 간식 얼마나 줄 수 있어? 하루 한 번 공원 데려갈 수 있어? 고소한 발 냄새 마련돼 있어? 손 달라고 조르지 않을 수 있어? 침대는 내가 차지할 건데 바닥에서 잘 수 있어? 내가 싼 똥 니가 치울 수 있어? 흙탕물 허락할 수 있어? 짭짤한 뺨 어디 맛볼 수 있어? 벽지 뜯게 해줄 수 있어? 착하고 말 잘 듣는 보호자 될 수 있어? 멀리 최대한 멀리 던져줄 수 있어? 헤어질 때 울지 않을 자신 있어? 끝까지 웃을 수 있어? 기억해 줄 수 있어?

개는 단 한 번을 묻지 않고 즐겁기를 원하고

너를 시로 쓴다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너는 웃기는 강아지인데 나는 시인도 아니면서 왜 슬프고 서늘한 문장만 떠오를까

개가 공을 던져주길 원하는 방향은 아마 이곳이었을 것이다

유계영, <우리는 슬픔 말고 맛과 사랑과 유머>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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