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살아남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행성에서 살아야할 것이다. 떠남으로써 도착한 지구이거나, 머무름으로써 도착한 지구이다.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이 두 가지 방식은 우리에 대해 전혀 다른 무언가를 말해 줄 것이다. - P156

자기 집을 버리는 문명은 어떤 미래를 맞을까? 이런 결정을 통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드러날 테고, 우리는 결국 바뀔 것이다. 집을 없애 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뭐든 없앨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할 테고, 실제로 없앨 수 있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 P157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생각하건 안 하건, 떠나보내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상실은 이미 시작되었다. 내일 탄소배출을 영(0)으로 줄인다 해도 과거의 행동들이 초래할 죽음을 계속해서 목격하고 경험할 것이다. 행성은 우리는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더는 살기 좋고 아름답고 쾌적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겨우 경험하기 시작한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것이 로이 스크랜턴이 <뉴욕 타임스>에 쓴 에세이 <인류세에 죽는 법을 배우기>의 요지이다. 스크랜턴은 끝부분에 이렇게 썼다. - P168

기후변화가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국방부가 자원 전쟁을 위한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혹은 맨해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방파제를 건설해야 하는가, 호보켄을 언제 소개해야 하는가 따위가 아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사거나 협정에 서명하거나 에어컨을 끄는 정도로는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철학적인 것이다. 이 문명이 이미 죽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더 빨리 직시할수록,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더 빨리 깨달을수록, 죽어야 할 운명의 굴욕을 짊어지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힘겨운 일을 더 빨리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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