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협하는 건 나 자신뿐, 물은 나를 가해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경직된 두려움을 내려놓은 채 내가 지닌 불안의 모양을 감지해보려 노력한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나는 다시 용기 내어 본다. 그리고 깊은 물속에 나를 다시금 빠뜨려 본다. - P155

종이를 넓은 면적으로 때리면 뚫리지 않지만, 미세한 구멍을 내듯 뾰족하게 한곳을 가격하면 종이가 뚫리기 마련이다. 하나의 사유를 몰입한다는 것은 이쪽 면에서 저쪽 면으로 지면을 뚫는 일과 같다. - P156

깊은 내면을 제 손으로 파헤치며 걸어들어가는 것은 외롭고두려운 일이다. 사유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이따금 죽음을유보하고 싶은 최대치의 생의 의지이자 동시에 다시금 자력으로 생의 극단까지 굴러떨어지는 일 같기도 하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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