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레인 - 상 - 영화 강철비 원작만화
양우석 지음, 김태건 그림 / 네오카툰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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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정말 오래 간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한 편 봤다. 예전에 영화 보기가 취미였던 시절도 있었으나 다 오래된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JSA 이래, 분단을 다룬 최고의 영화였다는 평을 마음에 품고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리고 기대이상이었다. 최근 사이다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정우성이 맡은 북한 최고의 공작원 엄철우의 열연이 특히 돋보이는 그런 작품이었다.

 

최근 미국의 이상한 대통령과 북한 1호의 연이은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그 어느 때보다 전쟁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웹툰원작을 영화화했다는 영화 <강철비>가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간단한다. 한민족에게 재앙이 되는 제 2의 한국전쟁은 어떻게든 막아라. 정찰총국장 리태한(김갑수 분)은 북한 군부 쿠데타를 기획 중이라는 호위총국장 박광동(이재용 분)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한때 최고의 정예 엘리트 요원이었던 엄철우(정우성 분)에게 내린다. 마치 마피아들이 그렇듯이 가족들의 안위는 자신이 책임지겠다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엄철우는 개성공단 시찰에 나설 북한 1호를 동반할 예정인 박광동 저격에 나선다.

 

문제는 저격 현장에 박광동은 보이지 않았고, 북한 특수부대원에게 탈취당한 미군 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의 폭격으로 시찰에 나선 북한 1호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엄철우는 공화국 수령을 지키겠다는 일념에 나선 북한 처자 두 명과 함께 남쪽으로 향하는 중국 차량 속에 섞여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북한 특수부대 에코팀 소속 최명록(조우진 분)이 이를 그냥 둘 리가 없었다. 총격전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1호의 뒤를 쫓는다.

 

한편 한국에서는 막 대선을 치른 상황으로 현직 대통령 이의성(김의성 분)에서 차기 대통령 김경영(이경영 분)으로의 권력 이양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서 벌어진 쿠데타에 당연히 국가안보팀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 분)는 긴박하게 전개되는 상황 분석 중에 북한 1호를 호위 중인 엄철우가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갔을 것이라는 추리에 도달한다. 아, 그 전에 리태한에게 현장 보고를 하고 일산에 머물던 엄철우 일행을 다시 에코팀이 엄습하면서 한바탕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MLRS의 공격으로 두개골에 피탄된 북한 1호의 생사가 불투명한 위기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통령 전쟁불사를 외치는 보수파 이의성은 전국적인 계엄령을 발표하고 우방 미국에 북한 핵폭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어떻게든 전쟁을 막아 보겠다는 차기 대통령 김경영의 의사는 무시한 채 말이다. 미국이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핵폭 작전과 파멸적 전쟁을 막기에 주어진 시간은 36시간, 남북한의 철우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민족의 공멸을 부를 수도 있는 전쟁 방지에 나선다.

 

- 이하 영화에 대한 중요한 스포일러들이 다수 포진해 있으니 감안해서 봐 주시길 -

 

참여정부 이래 자주국방과 작전권 회수라는 명제를 가지고 싸워 왔지만, 역시나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운명을 타의에 맡겨야 하는 처량한 신세다. 미국의 첫 번째 핵폭 공격이 북한의 요격 미사일(?)에 의해 무력화되고(북학의 미사일 능력이 그 정도나 되었단 말인가) 두 번째 공격을 요청하는 한국 대통령의 나름 절박한 요청에 미국 담당자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사실상 북한 1호를 제거하고 군부 쿠데타를 기도한 정찰총국장 리태한의 음모를 그 유능한 엄철우가 계속해서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도 개연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감청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렇게 엄철우가 은신해 있는 곳을 에코팀이 기가 막히게 찾아낸단 말인가. 그 정도라면 상대방을 한 번쯤은 의심해 봤어야 했는데, 자기 가족의 생사와 안위를 맡긴 탓인지 엄철우의 판단력이 흐려진 모양이다.

 

선제공격을 받은 북한 당국은 당연히 선전포고를 했고, 우리에겐 잊혀진 존재였던 수많은 땅굴을 통해 15만 특수부대를 남침시켜 미군과 1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을 인질로 잡고 미국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리태한의 큰소리가 마냥 우스개 소리만으로 들리진 않는다. 어쩌면 선군정치라는 미명 아래 군부를 우대하고 있지만, 핵개발 과정에서 틀어져 나온 불평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일정 정도의 군사적 도발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9년 동안의 보수정권 아래서, 강대강 압박작전으로만 일관해서 결국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북한이 핵개발 능력을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개발시키는데 성공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한 번 DJ의 햇볕정책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위기가 발생한 곳이 개성공단이라는 점이 시사하는 점도 크다. 남북관계 협력의 시발점이었던 개성공단 협력과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마당에, 우리가 북한을 상대로 제재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실질적으로 북한 노동자들의 저렴한 임금으로 이익을 본 것은 북한보다도 우리 기업들이 아니었던가. 어느 평론가가 지적했듯이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넘어오는 과정이 좀 비현실적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사태가 모두 진정된 뒤 북한 1호를 북한으로 귀환시키는 과정에서 북한이 가진 핵무기 절반을 인수 받는다는 것이 황당했다. 아무리 최고존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수십년 동안 고난의 행군 끝에 개발한 핵무기의 절반을 우리에게 넘긴다?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신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던 엄철우 동무가 자신을 희생해서 전쟁에 미친 리태한 일당과 동귀어진한 것이 아닐까.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살면서, 한국 주재 외국인들이 북한의 핵실험 뉴스를 듣고 경악했을 때 한국 동료들은 그런 뉴스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올봄에는 어떤 스카프 색깔이 유행일까 고민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계엄령이 선포된 마당에도 한국 시민들은 불야성 같은 서울에서 연말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지 않았던가.

 

다시 한 번 전쟁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된다는 명제를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 <강철비>였다. 아, 그리고 지디(GD)동무는 영화에서도 그렇듯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세계적인 스타이긴 한 모양이다. 케이팝의 위력이 북한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양념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 김경영 당선자가 보고 있던 빌리 브란트의 책이 국내에 출간되었나 싶어 검색해 보았는데 그런 책은 없었다. 내가 잘못 본 걸까. 다음 웹툰 원작을 잠시 살펴보니, 원작과 영화는 상당 부분 다른 점이 있구나. 무료는 두 편 뿐이라 나머지는 못봤지만, 주인공 청와대 행정관인 박재익이 곽철우로 바뀌었고 대통령의 조카였다. 그리고 웹툰의 스토리라인을 양우석이 맡았는데 영화감독 그 양우석인지 궁금하다. 나무위키 자료를 보니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영화 판권이 넷플릭스에 팔렸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대세이긴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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