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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펭귄의 부엌 in the UK
펭귄 지음 / 애니북스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어떤 책하고 만날 운명이 있는 모양이다. 이 책과 만나기 얼마 전, 웹툰으로 펭귄이라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영국남자 메브와 사는 펭귄 작가는 아마 지금 영국에 가 있는 모양인데 브렉시트 건으로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웹툰으로 소개했다. 사실 영국 사람들 말고 모든 이들이 우려과 걱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본국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렇군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 영국남자 메브의 아내가 된 펭귄 작가가 소개하는 영국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 보게 됐다. 한국에서 지낼 적에는 알콩달콩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한국말 배우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는데 본격 요리책인 <모락모락 펭귄의 부엌>에서는 영국 음식은 정말 맛이 없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그녀가 소개하는 영국 요리들은 큰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는 거란 생각에 요리라면 정말 문외한인 나조차도 한 번 시도해 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 정도였다. 친절도 하셔라. 원래는 요리까지 도전한 기록을 담는 그런 리뷰를 쓰고 싶었으나 타고난 게으름 덕분에 그 시도는 미처 못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음식의 세계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 같다는 펭귄 작가 권두언이 계속해서 잔상을 남긴다. 그렇지 요리의 세계에 정답이 어디겠는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는 정말 각양각색이 아닐까. 그 멋진 요리를 마다하고 현란한 음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뷔페에 가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수프를 주저하지 않고 퍼담는 메브의 모습을 보며 웃음꽃이 절로 피었다. 영국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에서 한동안 살았던 옆지기에게 물어 보니, 우리나라 식으로 표현하자면 육수에 해당하는 아주 다양한 스톡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선보인 양송이 수프에서는 아마 치킨스톡을 사용했었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소시지롤, 보기만 해도 절로 군침이 넘어가는 스코치에그, 간편가정식처럼 보이는 코티지파이 같이 간단하면서도 식감을 자극하는 사진들을 보니 당장 마트에 달려가 식재료들을 장만해서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요리를 먹고 싶은 마음이겠지. 토드인더홀처럼 기괴한 이름의 요리는 또 어떤가. 만화의 말미에 펭귄과 메브 모두 두꺼비킬러라는 컷은 정말 최고였다.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피시앤칩스도 당연히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칩숍이라고 해서 피시앤칩스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사진을 보니 바삭하게 구워져 전통적 방식으로 신문지 같은 데 둘둘 말려져 나오는 피시앤칩스에 시원한 에일 맥주 한 잔 마시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오 지상천국에 온 기분이려나. 언젠가 영국에 가게 된다면 꼭 칩숍에 들러서 피시앤칩스를 먹어 볼테다. 마지막으로 삼색으로 장식된 디저트 코너의 트라이플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아무리 간단하다지만 내가 그런 요리를 할 수 있을 진 정말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난 만드는 것보단 먹는 데 소질이 있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