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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 나서, 루스 웨어라는 신예 작가와 책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봤다. 이 책의 내용이 벌써 영화제작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모양이다. 리즈 위더스푼이 운영하는 영화사에서 제작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있었다. 위더스푼이 직접 주연을 맡게 될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인기가 있단 말이겠지. 출발이 좋군.
소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는 10년 간 연락이 두절된 청소년 시절의 절친으로부터 결혼초대가 아닌 싱글 파티(여성판 총각파티)에 초대 받은 작가 노라 쇼에게 지난 48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왜 결혼초대가 아니라 싱글 파티 초대일까? 친한 친구라면 싱글 파티보다 결혼초대가 우선일 텐데. 게다가 노라 쇼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 소설의 전개를 위해서. 소설은 영국의 오지 마을 유리성에서 2박 3일을 보내게 된 이십대 중반의 남녀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정통 추리소설이다.
시작은 흥겹고 즐거운 싱글 파티에서의 한 장면이 아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노라 쇼가 병원에서 도대체 지난 며칠 동안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 또한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전개 기법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노라의 플래시백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가지 말았어야 할 그런 자리에서 벌어진 비극의 실마리를 좇는 과정은 고통스럽기 짝이 없어 보인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는 데자뷰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추리소설의 기본기에 충실한 설정과 구도가 마음에 들었다.
싱글 파티를 주관하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플로가 자신의 고모 별장으로 모두를 초대한다. 플로는 거의 싱글 파티의 주인공 클레어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싱글 파티를 치러 주겠다는 강박관념을 시달리듯 참석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녀의 그런 행동은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전이된다. 설상가상으로 유리성처럼 보이는 오지의 별장은 당연히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공간이다. 이웃도 보이지 않는. 이럴 때, 누군가 외부로부터 침입해 온다면 속절없이 당할 판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루스 웨어 작가는 외부의 적 대신 친구라고 생각했던 내부 인물들이 더 무섭다는 추리소설 전통을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에 그대로 이식했다.
한편 개인적으로 주인공 노라 쇼가 범죄추리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설정에 주목했다. 아무래도 객관적인 시선에서 사건의 추이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일까. 옛 친구였던 클레어의 싱글 파티[hen party]에 미묘한 감정을 가진 상태로 또다른 학교 동창 니나와 참석하면서 이야기의 수레바퀴는 요란하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예상대로, 노라가 소설의 후반으로 갈수록 살인용의자로 몰리는 가운데,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주변 인물들의 심리세계를 파고드는 장면은 탁월했다.
유리성에서 벌어진 사건의 모든 걸 한꺼번에 들어내는 대신, 노라 쇼의 기억이 더듬어 가는 대로 서사 구조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노라의 부분적 기억상실은 아주 유용한 소재다. 조금씩 드러나는 기억과 대비되어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라는 스릴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나중에 영화화되면 눈으로 뒤덮인 숲 속을 가로 질러 달리는 노라의 추격 장면이 어떻게 영상으로 꾸며질지 자못 기대가 된다.
기본 설정도 그렇지만, 10년 전에 있었던 주인공 노라 쇼와 제임스 쿠퍼 사이에 있었던 비밀을 기억상실증에서 회복해 가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 그리고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 싱글 파티를 위해 모인 5명 중의 한 명(주인공을 제외한)이라며 역추리해 가는 과정이 아주 인상 깊었다. 물론 노라의 플래시백과 현재 병원에서 회복 중인 주인공의 심리적 고뇌가 빚어내는 스릴과 속도감도 일품이었다. 이제 막 작가로서 발걸음을 내딛은 루스 웨어 작가의 또다른 도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