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 : 캡틴 아메리카 시공그래픽노블
에드 브루베이커 지음, 이규원 옮김, 마이크 퍼킨스 그림 / 시공사(만화)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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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이달에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빌 워>를 읽었다. 시리즈 작품이라 그런지 꼴랑 한 편만 봐가지고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슈퍼 히어로들이 패를 갈라서 죽도록 싸워 대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시빌 워>에 대한 기사 몇 편과 트레일러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정보의 최대치인 것 같다. 물론 더 찾아보면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시간이 없어서.

 

영화를 아직 못봐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위키피디아의 도움을 받아 검색해 보니 등록법은 닉 퓨리가 맨해튼에서 수행한 비밀전쟁과 헐크의 라스 베이거스 난동으로 26명이나 되는 민간인들이 희생되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들을 등록제로 운영해서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S.H.E.I.L.D. 팀이 주도하는 (슈퍼 히어로) 등록법에 대한 이견으로 각 진영을 대표하는 선수라고 할 수 있는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와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가 전편에서 빡세게 붙은 모양이다. 전자는 보수를 대표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어떤 형식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선 캡틴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유지를 이어 받은 진보주의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토니 스타크는 어마어마한 군산복합체의 사장이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히어로가 아니었던가? 내가 아이언맨 시리즈를 정주행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 대부터 대대로 잘 나가는 집안 출신의 호남자로 스캔들 제조기인 토니 스타크도, 슈퍼솔저로 2차세계대전에 참전해서 자유를 위해 싸운(전쟁의 명분은 차치해야 하나) 전쟁 영웅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슈퍼 히어로들이 출동하려면 어지간한 악당들로는 안되고, 최소한 초능력을 가진 악당이 반대편에 서 있어야 하는 법인데 이제 그런 악당 개발도 이젠 시들해진 모양이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최악의 악인 구소련이 사라지고 나서 한동안 할리우드에서는 내부의 적을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 슈퍼 히어로 서사는 내부의 갈등을 대화로 다스리지 못하고 자신들이 가진, 그러니까 그런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구하는데 쓰지 않고 자기들끼리 치고 박는데 쓰게 될 운명에 처해있다. 초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자제하는 초인적인 능력도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적을 제압하는 것보다 어쩌면 그게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캡틴이 등록법에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의 친구인 버키 반스(윈터 솔저)를 돕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픽노블에서는 아마 통제 받지 않는 슈퍼 히어로들의 힘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등록법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우리는 현실세계에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충분히 체험하지 않았던가). 물론 정부에서는 갖가지 선전수단을 이용해서 등록법에 찬성하는 여론을 유도했겠지. 한편 캡틴의 숙적인 히드라를 조종하는 레드 스컬과 닥터 둠 일당의 모습도 그래픽노블에서 볼 수가 있었다. 영화에서는 정말 유치하게 봤는데, 그렇게 자신의 목숨조차 초개같이 버릴 수 있는 테러집단(이것 역시 현실세계의 IS집단과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의 광신적인 모습에 놀랄 수밖에.

 

영화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시빌 워>는 마블 코믹스에서 나온 13번째 영화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3부작의 최종편에 해당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설국열차>로 깊은 인상을 국내팬들에게 심어 주었던 크리스 에번스는 <시빌 워>를 마지막으로 촬영 계약이 끝날 예정이라고 하는데 연장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한다. 그래픽노블에서는 레드 스컬/닥터 둠에게 세뇌 받아 캡틴 아메리카를 곤경이 빠뜨리게 만드는 중요인물로 에이전트 13/샤론 카터가 등장하는데 기존의 영화 시리즈에서 캡틴이 로맨스에 빠져 있었던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갑자기 생긴 애인이 주인공을 파멸로 몰아 넣는다는 설정이라.

 

마블에서 서자 취급을 받던 스파이더맨도 이번 <시빌 워>를 통해 다시 돌아온 모양인데, 트레일러를 보면 캡틴의 수호부적 같은 방패를 거미줄로 낚아채는 걸 보면 아마 토니 스타크 편에 선 모양이다. 영화가 기대된다. 이번엔 꼭 극장에 가서 볼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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