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 유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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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할런 코벤의 신간 <미싱 유>를 읽었다. 영국 출신의 가수 존 웨이트가 1984년에 불러 대히트를 기록한(그의 유일한 넘버원 싱글이다) 동명의 곡을 모티프로 해서 할런 코벤은 책을 잡는 순간 도저히 손에서 뗄 수 없는 그런 마력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최근에 읽은 스릴러 중에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몰입도를 자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모든 이야기는 뉴욕 경찰 캣 도노반이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스테이시의 꾀임에 빠져 온라인 데이팅사이트에 가입하면서 비롯되었다. 독신자들이 우글거리는 데이팅사이트에서 그녀는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18년 전에 그녀의 약혼자였던 제프 레인스의 사진이었다. 존 웨이트의 노래를 즐겨 듣던 그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캣은 고심 끝에 <미싱 유> 뮤직비디오 링크를 그에게 보내지만 그의 냉담한 반응에 절망한다.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문제다. 18년 전, 조폭 코존의 살인청부로 아버지 헨리가 죽은 트라우마에서 캣은 여전히 벗어날 수가 없다. 아직까지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실연과 아버지의 비명횡사, 이것만으로 충분히 소설을 이끌어갈 만한데 할런 코벤은 또하나의 미스터리를 장착한다. 펜실베니아 아미시 농장의 상자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설정이다.

 

여전히 매력적이고 미남인 제프 레인스가 독신여성을 꾀어 밀월여행을 다수의 여성들에게 수차례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캣은 이중 충격에 휩싸인다. 아내와 사별하고 십대 딸을 키우며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존 웨이트의 노래 가사처럼 떠난 연인을 가슴으로는 그리워하면서도, 말로는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부정의 감정이라고나 할까. 코네티컷의 부유한 마을 그리니치에 사는 브랜던 펠프스라는 소년이 찾아와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아 달라는 요청을 캣은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브랜던의 엄마 데이나와 함께 떠났다는 남자가 바로 자신의 옛 연인 제프였다는 사실에 그녀는 경악한다. 이별의 정당한 통보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제프가 신원마저 감추고 지난 18년간을 살아왔다는 사실과 더불어 데이팅사이트에서 부유한 여인들을 사냥하고 있다는 가정에 주인공 캣은 당황스럽다.

 

스릴러 장르의 고수답게 할런 코벤 작가는 갖가지 장치들로 독자들의 호기심과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미싱 유>에서 극한까지 밀어 붙인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초반에 내러티브 좌판에 늘어놓으면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부터 시작해서 사라진 연인의 미스터리 그리고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는 아미시 농장의 타이터스란 미지의 인물에 대한 범죄행각 등은 절제된 미장센처럼 일관되게 매력적이다. 어쩌면 코벤은 소설의 영화화까지 고려한 게 아닐까. 이 정도 스토리라면 충분히 영화화되어서도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작가는 독자들이 바로 인지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정보들을 제공해 주고는, 보이는 대로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사실 이야기가 그렇게 진부하게 진행된다면 스릴러 소설 고유의 변별력이 가지는 재미가 반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수는 긴장감을 후반부까지 유지하는데 특별하게 공을 들이면서 역시 결말에서 기다리고 있는 과거의 사건을 일거에 뒤집는 ‘한방’을 대기시켜 두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에 대한 존재론적 비판도 주목할 만하다. 왜 사람들은 일반적 만남이 아닌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에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직접대면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서 자유롭고, 감정의 소모가 적다는 장점도 있지만 소설에 나오는 타이터스 같은 악당에게 걸릴 수 있다는 위험을 작가는 조심스럽게 피력하고 있다. 타인의 신원을 도용해서 감정을 다루는데 있어 서툰 이들을 유혹하는 범죄자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브랜던의 해킹도 엄마를 구하는 방편이라는 긍정적 시선으로 본다면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반대로 얼마든지 나쁜 방향으로도 전환이 가능하지 않은가. 어쩌면 작가는 세상만사는 그렇게 양지와 음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빨간 원숭이해의 첫 번째 달을 마무리하는 책으로 할런 코벤의 스릴러 <미싱 유>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늦은 밤에 주로 읽느라 몸이 피곤하긴 했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정말 다 읽지 않고서는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였다. 리뷰를 쓰기 전에 존 웨이트의 <미싱 유>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는데, 32년이다 된 곡이지만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전했다. 할런 코벤의 신작이 올해 또 나온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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