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 1 -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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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학 작품의 영화화가 할리우드의 대세인 모양이다. 하긴 괜찮은 영화 각본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올디스 굿디스라는 표현대로 영화의 영원한 타깃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 원작의 영화화에 목을 메고 있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 읽은 토머스 하디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도 이번 주에 개봉을 한다고 하는데, 톰 롭 스미스의 스릴러 <차일드 44>도 같이 개봉한다.

 

<차일드 44>의 시작은 섬뜩하기 짝이 없다. 스탈린 시절 극심했던 기근으로 모두가 굶주려야 했던 시절 이야기는 <한니발>의 기원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리고 소설은 20년 뒤로 점프를 해서 여전히 스탈린이 통치하고 있던 소비에트 소련 시절로 독자를 인도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레오 데미도프로 국가안보부 MGB(비밀경찰) 소속의 엘리트 요원이다. 나치 독일을 상대한 대애국전쟁의 전쟁영웅이기도 한 레오는 소설 초반에 두 개의 기묘한 사건에 엮어 고초를 치르게 된다. 하나는 동료 아들의 죽음에 관련된 미스터리이고, 다른 하나는 감시 중에 홀연히 사라진 수의사 추적 건이다.

 

전자는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 소비에트에서는 발생해서는 안되는 사건이라며 쉬쉬 하며 넘어가자는 분위기로 모종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경찰국가 체제의 모순을 드러내는 단초가 된다. 두 번째 사건인 반역자 추적은 레오의 의지와 약물을 힘을 빌어 간신히 해결하는데 성공하지만, 그 와중에서 앙심을 품은 하급자 바실리의 음모에 빠지는 계기가 된다. 어느 소설에서고 빠질 수 없는 악당 역을 맡은 바실리는 레오의 사랑스러운 아내 라이사를 음모의 핵심에 배치해서 결국 레오를 엘리트 국가안보부 요원에서 민병대원으로 추락시키고 만다.

 

하지만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레오가 동료의 아들이 사고사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소설은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다. 톰 롭 스미스는 구소련에서 악명을 떨친 희대의 싸이코패스 시리얼 킬러 안드레이 치카틸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차일드 44>를 재구성했다고 한다. 소설의 한 축은 그렇게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동시에, 완벽한 사회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했던 소비에트 시절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인민을 위한 시스템이라는 국가가 실제로는 최고통치자(스탈린)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무조건 반역으로 규정되어, 관련된 사람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경찰국가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렇게 반역자가 된 사람을 숨겨주는 것도 또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며 마구잡이 총질을 해대는 바실리의 모습과 연쇄살인법의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공인된 국가 폭력의 실상에 작가는 현미경을 들이댄다.

 

소설 초반의 구성을 좀 더 빠르게 진행하면서, 레오와 범인과의 관계에 대한 핍진성에 좀 더 공을 들였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하지만 이 소설을 쓴 톰 롭 스미스가 소설을 쓸 당시 이십대였고 구소련을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 정도 수작을 만들어냈다는 점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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