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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3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지난 주말에 아이 장난감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폐관이 오후 5시라고 착각해서 그전에 가려고 자동차 액셀레이터를 힘껏 밟으며. 그런데 내가 시간을 잘못 알았다. 6시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장난감을 반납하고, 망중한을 즐기며 마스다 미리 작가의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3>편을 도서관에서 앉은 자리에서 후딱 다 읽었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비서 일을 하며, 구두수선 가게를 하는 사쿠짱과 오순도순 사는 아키야마 치에코 씨의 삶은 아기자기하다. 아마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그렇게 여유자적한 삶은 아니겠지만 퇴근길에 백화점 도시락 코너에서 신랑 사쿠짱이 좋아하는 도시락을 고르는 재미, 사람 만나길 좋아하고 맥주라면 사죽을 못쓰는 사쿠짱을 꼬시기 위해 맥주 미끼를 놓는 그녀의 이야기는 단백한 재미가 있다.
또 한편으로는 직장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들이대는 남자 후배와 모종의 썸을 타는 스릴를 즐기기도 한다. 일종의 어장 관리라고 해야 할까. 남자 후배를 애타게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이 유부녀라는 사실을 어김없이 고백하는 센스라니. 남편 사쿠짱을 도발하기 위해 종종 그 이야기도 꺼내 보곤 하지만, 무심하기 그지없는 사쿠짱에게 부인의 작전은 도통 먹히질 않는다. 알뜰 주부답게 시장에서 사온 배가 상했을 때는 바로 가서 다른 것으로 바꿔 달라고도 하지만, 사쿠짱은 그러지 못하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부부의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가끔 치에코 씨는 자기나 혹은 사쿠짱이 먼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고민에 휩싸이기도 한다. 아니 당장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어찌해서 사후의 걱정까지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만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미리 사서 고민하는 게 아닌가라고 마스다 미리 작가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1권과 2권에 잠깐 소개되기도 했는데, 치에코 씨와 사쿠짱이 만나게 된 계기도 3권에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원래 치에코 씨는 사귀는 남자가 있었는데, 구둣가게에서 도제로 일하던 사쿠짱을 알게 되면서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치에코 씨의 전 남자친구는 있는 그대로의 치에코 씨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로서 치에코 씨를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대기도 한다. 어쨌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좋아해 줄 수 있는 남자야말로 자신의 짝이라고 생각한 치에코 씨의 선택이니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누구의 선택이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화의 주인공 치에코 씨가 가끔 이유 없이 앙탈을 부리기도 하고, 떼를 쓰기도 하는 장면이 귀엽게 느껴진다. 말미에 달린 하코네 여행기는 평소의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온갖 군것질을 즐기는 커플의 소소한 행복 이야기로 아주 조금 부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