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신 - 행복해지기 위한 40가지 레시피
카노 유미코 지음, 임윤정 옮김 / 그책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며칠 전에 텔레비전에서 <냉장고를 부탁해>란 프로그램을 봤다. 연예인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가져와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재료를 가지고 셰프들이 즉석 요리 대결을 벌이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인데, 15분 만에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 셰프들의 창의성에도 놀랐지만, 그렇게 다양한 식재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점도 신기했다. 사실 요리는 먹을 줄이나 알지 하는 것에는 문외한이다 보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 점에서 채소요리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카노 유미코의 <채소의 신>은 생소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 독학으로 채소에 관련된 요리를 공부했다고 하는데, 도쿄에서 빵집을 운영하면서 개발한 찜구이 빵을 2만 개 이상이나 파는 대박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 그 시절의 번 돈을 밑천 삼아 네팔의 포카라에 가서 살면서 본격적인 채식요리에 대한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직업이 채소요리전문가이다 보니, 저자는 요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나 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오니기리에도 그녀 삶의 사연이 묻어 있고, 급식을 없애고 다 같이 도시락을 만드는 것을 제안하기도 하고, 요리의 준비하는 과정과 아이의 조력자로서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도록 돕는 과정인 육아와도 닮았다는 그녀만의 고유한 생각들을 전파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럼 저자는 전혀 육식은 하지 않는 비건(vegan)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되는데, 카노 유미코 씨는 그런 독자의 마음까지 미리 파악하고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20대에는 육식이라고는 입에도 대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가끔 달걀이나 유제품, 생선과 토종닭을 먹는단다. 하긴, 일전에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도 채식이 좋기는 하지만 건강 유지를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기억이 난다. 건강을 위해서는 면역력 강화와 더불어 밸런스가 잡힌 조화로운 식사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독한 편식쟁이인 독자는 순간 뜨끔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자각의 순간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라는 걸 잘 알면서도 오랜 시간 길들여진 식습관을 고치기란 너무 어렵기만 하다.

 

물론 채소요리전문가답게, 저자의 채소 섭생에 대한 전문가적인 지식도 훌륭하다. 우리는 가끔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란 단순하면서도 근원적인 질문을 접하게 되는데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두 가지가 서로 배치되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이라는 사실에 도달하게 된다. 그녀가 또한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요리는 (채소) 재료 특유의 맛을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식품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요리들을 항상 접하고 있는 일반소비자 입장에서 과연 지금 먹고 있는 먹을 것들이 제대로 된 식품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특정 채소에 들어 있는 피토케미컬이라는 성분은 식물 속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경쟁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미생물이나 해충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인체에 흡수되면 항산화작용을 높여 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며, 면역 기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마늘이나 콩류에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카노 유미코가 쓴 <채소의 신>의 부제는 <행복해지기 위한 40가지 레시피>란다. 우리는 우리의 미각을 자극할 레시피에 열광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40편의 채소요리 에세이를 통해 자연식 혹은 자연치유력의 위력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좋은 경험을 했다. 무엇에든 카노 유미코처럼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대한다면,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1만 시간의 깨달음의 의미를 알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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