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의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여행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좀 쌩뚱맞긴 하지만, 내가 아는 오로라는 오래 전 만화에 나오던 오로라 공주와 역시 요즘 개연성 없는 전개로 황당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동명의 드라마 이렇게 두 개다. 이공계 출신으로 전업 사진가인 <신의 영혼 오로라>의 저자 권오철 씨는 이 책의 서두에서 유성우와 개기일식 그리고 오로라야말로 살면서 한 번 쯤은 꼭 봐야할 자연현상으로 꼽는다. 문제는 오로라를 보러 갈 시간도 그리고 금전적 여유도 없는 보통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사진으로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룬 분이니 우리 같은 먹고사니즘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부러움마저 든다.

 

남북의 극지방에서 주로 일어난다는 오로라 현상은 태양의 대전입자의 일부가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 중으로 진입하면서 공기분자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대규모 방전현상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태양과 지구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오로라대(aurora oval)에서 주로 관찰된다고 한다. 권오철 씨는 극지방에서 주로 관찰되는 아름다운 오로라를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캐나다 옐로나이프를 추천한다. 그래서 아예 책의 표지에 보면,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여행이라고 나와 있다.

 

과학에 대해 문외한이라 이공계 출신 저자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도 사실 잘 모르겠다. 과학적 사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일까. 아무래도 관심 밖의 일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대신 오로라 사진 찍기나 극지방의 엽기체험 같은 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정유정 작가의 <28>을 읽으면서 예전에 갔던 퀘벡에서 개썰매 체험을 한 번 해보고 싶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만약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옐로나이프에 가게 된다면 오로라를 기다리는 낮시간에 그런 체험을 해봤으면 하는 상상도 해봤다.

 

대신 직업 사진가로서 작가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가 찍어서 책에 실은 대개의 사진은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평면 렌즈가 아닌 광각렌즈나 어안렌즈였다. 사물을 왜곡시킨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미인의 드레스 자락처럼 휘황찬란하게 펼쳐지는 장관을 담기에는 평면렌즈보다는 아무래도 광각 혹은 어안렌즈가 적합하겠구나라는 생각을 사진을 보는 순간 바로 하게 된다.

 

얼마 전, 영월 고씨동굴에 다녀왔는데 동굴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다가 동굴 안과 밖의 온도차로 발생한 습기 때문에 동굴 밖에 나와서 전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날까지 습해서 카메라를 말리는데 한참이 걸렸다. 되짚어 생각해 보니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초보 카메라 애호가에게는 별무소용이었으리라.

 

오로라 전문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권오철 씨는 오로라에 대한 설명과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를 가장 관찰하기 좋은 최적의 시기와 장소 같은 귀중한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자신이 직접 체험해 보지 않았다면 알 수가 없는 그런 정보라고 생각한다. 말미에 그는 다시 한 번 평생에 한 번은 오로라를 봐야 한다고 권하고 있는데, 나의 이성은 나도 한 번은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생각과 그럴 수 없는 현실 간의 깊은 괴리의 바다에서 고민한다. 그저 이렇게 책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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