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십자가 모중석 스릴러 클럽 31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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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시대다. 대중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개인 블로거가 실어 나르는 그야말로 넘쳐나는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인다. 그 정보가 얼마나 정제되었는지, 그리고 나에게 유용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이슈라면 수위를 가리지 않는다. 동작학의 대가 캐트린 댄스가 등장하는 두 번째 시리즈 <도로변 십자가>는 바로 이제는 주변에 안착한 SNS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제프리 디버는 <도로변 십자가>5일 동안의 숨 막히는 사건 전개 속에 욱여넣는다. 언제나 그렇듯 미스터리한 사건의 시작은 평이하다. 월요일,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원이 도로변에 세워져 있는 십자가를 발견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십자가가 상징하는 죽음은 과거형이지만, 이 십자가의 날짜는 미래다. 불현 듯 예고살인이 연상된다. , 이제 앞으로 희생자들이 가진 연관성이 등장할 차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널리스트 출신 전직 변호사 제프리 디버는 해결사 캐트린 댄스를 투입한다. 탁월한 프로파일러이자 바디 랭귀지 전문가인 캐트린 댄스는 전작 <잠자는 인형>에서 다니엘 펠 사건을 함께 했던 마이클 오닐과 함께 수사에 착수한다. 그리고 예고된 희생자들이 모두 하나의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뭐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제프리 디버는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는 사건을 배배 꼬기 시작한다.

 

제프리 디버는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트래비스 브리검을 범인으로 몰아가기 위해 갖가지 준비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추리소설 팬이라면 모두 아는 클리셰이라고 해야 할까? 과연 트래비스가 범인일까? 아니면 한 번 더 꼬는 걸까? 베스트셀러 작가와 독자의 심리전이 바야흐로 개시된다. 트래비스가 관련된 예전의 교통사고를 다룬 블로그 칠턴 리포트와 운영자 제임스 칠턴이 가세하면서 제프리 디버 특유의 꽈배기 기법과 단 한 가지의 단서도 놓쳐서는 안되는 긴장감이 독자를 옥죄어 온다. 그와 동시에 역시 제프리 디버 추리소설 특유의 쫄깃한 맛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무대에서 실종이라는 방법으로 무대에서 지워 버리면서 제프리 디버는 독자를 혼란에 빠트린다. 뭐 이 정도 쯤이야. 방심한 틈을 타서 작가는 한 방 더 먹인다. 우리의 주인공 캐트린 댄스는 특유의 본능에 의거해서 그녀가 쫓는 트래비스가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순간, 독자는 즉시 멘붕 상태에 돌입한다. 이렇게 쉽진 않겠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아주 고전적인 전개 방식이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길에 가속이 붙는다.

 

21세기 소셜 네트워크 시대답게 양방향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 그리고 블로그를 제프리 디버는 좋은 소재로 삼았다.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오프라인에서 맨투맨으로 대면하면서 프로파일링을 진행해야 살 수 있는 캐트린 댄스의 전공이 한 층위 덮씌워진 온라인에서 효과적이었나 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물론 수면 아래 감추어진 범행의 동기야 작가의 친절한 설명이 없다면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기존의 추리소설의 양태에서 보여주는 예상 범인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한 분석이 온라인 세상에서 어느 순간 휘발해 버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온라인을 즐기는 않는 이들에게는 외계 언어처럼 다가오는 게임 용어 또한 낯설다.

 

그럼에도 첨단 테크놀로지와 감각 수사라는 종래의 수사기법의 균형추를 맞춰 주는 캐릭터로 캐트린 댄스는 매력적이다. 자신의 전공인 동작학에 기반한 프로파일링과 꼼꼼하면서도 범인 검거라는 수사관의 기본 사명에 투철한 여성수사관 아이콘은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 전작 <잠자는 인형>이 그녀에 대한 소개였다면, <도로변 십자가>는 진화해 가는 캐릭터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다채로운 뷔페의 한켠을 차지한 거대한 음모론은 물론이고, 개인의 일상이 낱낱이 공개된 온라인 세상이 제시하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작가의 묵시록적 경고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내내 마음속에 깊은 잔상을 남겼다. 올해 발표된 예정이라는 제프리 디버의 캐트린 댄스 시리즈 세 번째 인스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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