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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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11년 전에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만든 <치킨 런>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봤다. 영화 <대탈주>를 패러디한 닭들의 대탈주를 그린 영화였다. <치킨 런>은 그때 이미 공장식 축산 농장의 효율적 산업 모델을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제시했다. 어떻게 해서 실리어 스틸과 찰스 밴트리스라는 낯선 이름의 주인공들이 오늘날 우리가 저렴한 비용으로 갈루스 도메티스쿠스(gallus domesticus:닭의 학명)를 즐길 수 있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에 따른 도덕적 윤리 문제에 대한 아주 복잡한 셈법을 미국계 유대인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모든 것이 밝혀졌다>라는 제목의 성장소설을 통해 처음 만났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 어느 유대계 미국 청년의 우크라이나 여행기를 다룬 소설이었는데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유럽 출신 유대인이었던 포어의 할머니는 홀로코스트와 기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그 어떤 것도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90세가 다 된 지금에도 언제나 사랑하는 자식과 손자들에게 풍족한 음식을 준비해주기 위해 지하실에 엄청난 양의 밀가루 부대를 쟁여 두고 있단다. 어쩌면 전쟁을 겪은 세대의 일반적 공통점이 아닌가 싶다.

아홉 살 때, 처음 베이비시터를 통해 채식주의를 접하게 된 작가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고 또 첫 아이를 갖게 되면서 자신이, 앞으로 자신의 아이가 먹게 될 음식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어쩌면 그게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동기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볼 때 그런 개인적인 이유로 이 책을 쓰기에 뒤에 달린 참고 문헌과 인용구를 보면 엄청난 작업이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가 있을 것이다.

포어는 다양한 측면에서 ‘동물을 먹는다는 것’이라는 주제에 접근한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거리낌 없이 먹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에게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그의 주장대로라면 개를 식용으로 이용할 경우 상당한 비용 절감과 공장식 축산 때문에 생기는 환경오염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어떤 동물은 절대로 보호해야 하는 종(種)이고 또 어떤 동물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예에 적합한 예로 베를린 동물원의 슈퍼스타 북극곰 크누트를 작가는 등장시킨다. 동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비좁은 공간 그리고 자연 조건을 임의대로 조작한 열악한 환경에서 생산되는 가축을 둘러보기 위해 열혈 동물 운동가 C와 함께 잠입 취재도 마다하지 않는다. 몇 년 전에 게일 아이스니츠의 육성 르포인 <도살장>을 통해 미국 현지의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동물에 대한 참상을 읽어서인진 몰라도 포어의 짧은 모험은 솔직히 그다지 인상적이진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책상머리에서 쓰는 글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담고 싶다는 그의 노력에는 가산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그의 모험보다 그 뒤에 등장하는 은퇴한 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작금의 공장식 축산 농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캐릭터의 인터뷰가 더 인상적이었다. 효과적인 가축의 생산을 위해 술파제와 항생제를 남발하고 동물 복지에는 눈감고 끔찍한 행위가 자행되는 현실에 쏟아지는 비난에 그는 이런 대답을 한다. 만약 그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값싼 가격으로 단백질 섭취는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또 다른 칠면조 농부는 자신이 기르는 동물을 잘 대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찌 되었던 간에 그가 기른 칠면조의 마지막 행선지는 도살장이 아니었던가? 한편으로 우리는 인간의 복지론 때문에 나라가 다 시끄러운 판에, 미국에서는 동물의 복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충격을 먹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식탁으로 왔는지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우리는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무엇이 정상적인 때가 있긴 했었나?) 본격적인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게 될 세대의 징검다리 세대다. 그래서 우리의 결정이 변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확실하다.

어느 유명한 셰프는 자신의 아들이 육식 포기 선언을 한다면 총으로 쏘겠다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나 역시 육식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 같다. 과연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인식이 행동과 변화에 대한 결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문제는 동물을 위한 윤리적 소비를 하기 위해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과연 누가 선뜻 지갑을 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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