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에브리원
다이애나 피터프로인드 지음, 이소은 옮김 / 비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오래전에 레이철 맥아담스가 나오는 <Mean Girls>를 보고 참 캐스팅 한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없는 십 대 소녀 역할을 어찌나 그렇게 잘하던지. 그런데 이미 그 시절에 그녀는 이십 대 중반이었다. 이번에 <굿모닝 에브리원>으로 돌아온 그녀는 여전히 자기 나이보다 한참 앞선 배역을 연기하고 있었지만, 아무 문제 없을 정도로 멋져 보였다. 다이애나 피터프로인드의 원작소설 <굿모닝 에브리원>은 그렇게 영화와 같이 쌍둥이처럼 우릴 찾아왔다.

소설을 읽기 전에 먼저 영화부터 봤다.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영화가 보기 편하니까. 영화를 한 절반 정도 보고 나서, 소설도 따라 읽었다. 아니 이렇게 완벽할 수가! 마치 영화 대본을 보는 것처럼 영화는 소설에 충실했다. 물론, 영화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은 소설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놀랍군 놀라워! 이렇게 원작소설을 충실하게 재현한 영화가 있었던가.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책임 프로듀서 베키 풀러는 어린 나이에 방송계에 투신해서 십 년간 <굿모닝 뉴저지>라는 아침 프로그램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녀의 커리어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프로듀서 직에서 짤린다. 그것도 자신보다 월등한 학력을 가진 새내기에게 말이다. 소설의 첫 장면은 그녀가 일과 수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데이트에 실패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방송일을 제외한 다른 일에는 젬병인 그녀다. 특히 연애사업에는! 새벽에 일어나 방송을 준비하고 오후 8시면 잠자리에 드는 보통사람과는 전혀 다른 삶의 패턴을 가진 그녀가 과연 정글 같은 방송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해고된 뒤에, 수많은 인터뷰 끝에 IBS 방송의 <데이브레이크>라는 프로그램의 책임 제작자로 화려하게 복귀하지만, 실상은 끔찍하다. 첫날 남성 앵커를 자르고, 자신의 우상 마이크 포머로이를 새로운 앵커로 내정하지만, 그와 여성 앵커 칼린 펙의 불화는 극한으로 치닫는다.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시청률에 목을 맨 프로듀서의 스트레스가 영화와 소설을 통해 피부로 와 닿는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6주! 그 6주 안에 괄목할 만한 시청률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47년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프로그램은 그걸로 끝이란다. 게다가 누구나 선망하는 멋쟁이 훈남 애덤 베넷과의 달달한 로맨스도 이어가야 한다. 아기 새 베키의 맨해튼 둥지 틀기는 악전고투의 연속이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과연 “이런 씨바아아아아~”라고 외치는 기상해설자 어니의 시청률 올리기 고군분투와 앙칼처녀의 직장 생존기는 코미디처럼 다가오지는 않는다. 실업이 곧 사회에서 도태를 의미하게 된 현 세태에서 뉴스 프로그램에 올인하는 베키의 모습은 그야말로 돈키호테처럼 보인다. 거물 뉴스 리포터를 자신이 만드는 프로그램의 앵커 자리에 앉혔지만 풋내기 프로듀서가 포머로이를 자신의 마음으로 조종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때로는 협박으로 또 때로는 읍소로 호소해 보지만,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 팀처럼 모든 것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방송은 그녀의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다.

영화에서 대충 생략된 부분은 소설에서 정말 친절하면서도 재밌는 베키의 독백으로 만날 수 있다. 영화의 비주얼로 형성된 이미지를 책으로 확인 사살하는 격이라고나 할까. 마치 보너스처럼 따라붙는 베키의 독백은 완전 재밌다!!! 보통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보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책을 본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방송계의 일면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그 방송을 만드는 이들의 애환을 진솔하게 담아낸 <굿모닝 에브리원>은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레이철 맥아담스 주연의 영화도 한몫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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