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 마크 해던의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을 읽었다. 마크 해던의 약력을 살펴보니 어린이 책을 주로 쓰는 작가로 15권 이상의 책을 펴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이번에 읽은 <쾅! 지구에서 7만 광년>도 아마 어린이 책의 범주에 넣어야 할까? 추리와 SF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책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가 있었다. 큼직한 글씨체에 따라가기 쉬운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 짐보는 16살의 앙숙인 누나 베키와 대화를 하던 중에 자신이 학교에서 잘릴 수도 있다는 가히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고민하던 짐보는 자신의 절친 찰리에게 이 문제를 의논하고, 찰리의 조언대로 학교 선생님들의 대화를 도청하는 플랜을 굴리기 시작한다. 아니 꼬마들이 이런 놀라운 프로젝트를 생각해 내다니……. 상상 밖의 일이긴 하지만 크레에이티브 씽킹의 좋은 예라고나 할까?
 
이쯤에서 짐보 가족의 내력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실업자 아버지는 집에서 프라모델 제작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엄마는 우연하게 잡은 기회에 좋은 직장을 얻어 아버지보다 훨씬 더 많은 보수를 받는다. 그러면서 가정 안에서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고, 아버지는 짐보가 사다준 요리책을 보고서는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개발하게 된다. 약간의 비행기를 보이는 짐보의 누나 베키는 데스 메탈에 푹 빠진 건달 남친과 어울려 다니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
 
다시 짐보와 찰리의 도청 프로젝트로 돌아가, 이 두 명의 악동은 우연하게 학교의 키드 선생님과 피어스 선생님의 도대체 알아먹을 수 없는 기이한 대화를 엿듣게 된다. 사실 이런 설정은 좀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 책이 청소년 문학 장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기도 했다. 고정된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어린이답게, 찰리와 짐보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두 선생님의 정체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두 명의 꼬마탐정은 이들이 외계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궁극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무단으로 가택 침입도 마다하지 않는 찰리와 짐보는 결국 그들이 우리 지구별에 사는 이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 이제 이 비밀을 알게 된 그들이 안전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마침내 찰리가 짐보에게 비밀을 알아냈다고 전화로 알려주지만, 그 다음 날 종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짐보는 누나 베키의 도움으로 절친 찰리를 위험으로부터 구해 내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게 된다.
 
문학의 여러 장르가 있는데 그중에서 유난하게 우리나라에서는 SF 장르가 맥을 못 추는 것 같다. 하긴 평소에도 SF 같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판에 굳이 책까지 SF를 읽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일까? 어려서는 SF 장르에 환호하다가도 나이가 들면서는 SF에서 벗어나게 되는 건지 궁금해졌다. 미국에는 나이 든 SF 팬들도 많지 않은가 말이다. 그건 아마도 사물에 대한 상상력의 유무 차이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무리 콩가루 같은 집안이라고 하더라도 위기 상황이 닥치면 외부의 침입에 대동단결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위기에 빠진 짐보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앙숙이었던 베키마저도 두 손 들고 나서지 않는가 말이다. 아, 이 놀라운 가족의 연대란!!!
 
항상 편견 없는 독서를 하고 싶다고 입으로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왠지 청소년 문학은 그동안 접하지 못한 것 같다. 오래간만에 만난 청소년들을 위한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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