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2 열린책들 세계문학 137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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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를 만나고, 그야말로 밤을 새워 가며 책을 읽던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 내친김에 2권도 바로 구매를 해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독서 스케줄 탓으로 절반가량 읽다가 접어 두었었다. 그러다가 어제 여유가 생겨서 나머지 부분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미처 몰랐었는데, 열린책들 시리즈로 나온 <천일야화>는 각 권에 쪽수가 나오는 게 아니라 통권으로 해서 쪽수가 나오는가 보다. 인터넷으로 조회를 해보니 전 6권 해서 모두 2,000쪽이 넘는 분량이었다. 대단하다 정말, 천일 밤의 이야기가 일단 양에서부터 압도하는구나!

드디어 ‘천일야화’에 빠질 수 없는 신드바드의 모험 이야기가 등장한다. 바그다드에서 잘 나가는 부자로 알려진 신드바드는 모두 일곱 번의 모험을 통해 태양이 비치는 세계의 모든 나라를 여행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느 평범한 짐꾼에게 돈과 산해진미의 음식을 먹여 가며 들려준다. 누가 나에게도 그런다면 냉큼 응하지 않을까?

신드바드의 기이한 모험 이야기야 익히 들어서 아는 거고, 이번에 <천일야화>를 통해 접하게 된 신드바드의 모험에 대해서 나는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보고자 한다. 중세 상업자본주의에서 근대적 산업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있던 17세기에 쓰인 이 글은 신드바드가 자신의 목숨을 건 모험을 하면서 점점 더 재산을 불리게 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미 평생을 먹고 살만큼 충분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신드바드는 왜 평안한 삶 대신에 항상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그런 모험에 나서게 되는 걸까?

그것은 바로 채워지지 않은 부(富)에 대한 열망 때문이지 않았나 추론해 보게 된다. 세속의 욕망은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블랙홀 같은 것이다. 특히 당대에 동서양 무역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엄청난 부를 쌓은 아랍 상인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신드바드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 하나는, 신드바드는 자신이 살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어려서 본 만화에서는 신드바드가 어느 나라에서 잘 살다가 부인이 갑자기 죽고, 그 나라 풍습에 따라 순장의 위기에 처했을 때 타인을 죽여 가며 자신의 목숨을 부지했다는 말은 들을 수가 없었다. 이 두 가지 부분만으로도 기존에 위대한 모험가로 인식되었던 신드바드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것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2권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꼽추 이야기에 나오는 기독교도 상인, 술탄의 납품상, 유대인 의사 그리고 재봉사의 이야기에는 명백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화자(話者)들이 모두 여난(女難)에 의해 신체훼손을 당했다는 점이다. 팜므 파탈의 전형적인 불세출의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인해 불행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인이 아름답지 않았더라면 보통의 평범한 아가씨였다면 그런 치명적인 파국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몹쓸 외모지상주의의 발호는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몇백 년 전의 이야기도 이럴진대 작금의 작태에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게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최고 권력자 술탄은 항상 이런 이야기들을 공적 문서에 기록하라는 친절한 분부를 내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부나방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미색에 홀려 재산을 날리고, 심지어 자신의 몸까지 상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만큼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에 내놓아야 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었을까?

문득 술탄 샤리아에게 목숨을 구하기 위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셰에라자드의 심리상태가 궁금해졌다. 하루라도 이야기를 빼먹거나, 술탄이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게 만든다면 죽은 목숨이라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것만 같았다. 내가 만약에 술탄이라면, 정사는 며칠 정도 물리고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를 내쳐 다 듣고 싶지 않았을까? 숱탄도 엄청난 책임감에 그리고 자제력이 놀라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저러나 당분간 읽을 책들이 차고 넘쳐서, <천일야화> 시리즈는 당분간 놓게 될 것 같다. 나중에 다시 만나자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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