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 루시카
마리아순 란다 지음, 유혜경 옮김, 아순 발솔라 그림 / 책씨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순전히 마리아순 란다 작가의 다른 작품 <침대 밑 악어> 때문이었다. 하도 특이하기 짝이 없는 제목의 책을 도서관에서 만났을 때, <벼룩, 루시카> 역시 그 옆에 얌전하게 기대어 있었다. 일단 <침대 밑 악어>를 본 다음에, <벼룩, 루시카>에도 도전하게 됐다.

<침대 밑 악어>에서 어느 평범한 샐러리맨의 삶에 뛰어든 악어를 통한 상상력의 발현을 보여 주었다면, 이번 이야기 <벼룩, 루시카>에서는 평생이라고 해봐야 한 보름 정도에 불과한 벼룩의 삶을 짚어나간다. 벼룩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시도가 신선하다. 과연 벼룩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떨까, 흥미진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벼룩, 루시카>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리 자신의 꿈이 타인의 눈에는 말도 안 되고 어리석어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삶의 가치가 있다는 아주 교훈적인 이야기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 벼룩은 생애 첫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아버지 어머니와 떨어져, 떠돌이 개 카루소의 기생하게 된 벼룩은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곡을 듣고서 발레리나의 꿈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바로 도전에 나서게 된다.

파리로 그리고 로테르담을 거쳐 러시아에 가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세운 우리의 주인공 벼룩 루시카 풀고바는 가차없는 삶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러시아로 가서 발레리나가 되겠다는 루키사의 소망은 때로는 좌절되기도 하고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벼룩 조련사 클로에를 만나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게 되는 루시카.

<벼룩, 루시카>는 꿈과 소망에 대한 이야기지만 모든 것을 이루는 그야말로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벼룩보다 더 많은 가능성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우리 자신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현대판 우화다. 작은 아기 벼룩도 비록 이룰 수 없을지라도 이렇게 멋진 꿈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짧은 책읽기에 긴 공명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반갑다, 루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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